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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서 자고 일어나니 런던으로 간 남자

조회수 2019. 7. 2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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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프랑스 국경 경찰로, 불법 이민 관련 서류 분석을 담당하던 로맹 퓌에르톨라는 당시 만난 고행자(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을 통해 수행을 쌓는 이)와 밀입국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이라는 책을 쓰며 36개국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났다.

37세의 나이에 작가로 등단한 첫 번째 작품인 강누데, 그의 경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스페인계 아버지와 프랑스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페인과 프랑스의 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유럽 일대에서 DJ, 작곡가, 어학 교사, 통·번역가, 항공기 승무원, 서커스단 소속 마술사, 슬롯머신 청소원 등 다양한 이력을 보유한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다양한 경험은 소설 안에 녹아질 수 있었다. 특히 '아자타샤트루 라바쉬 파텔'(다누쉬)이 비행기 짐칸 안에서 셔츠를 벗어서, 그 셔츠에 글을 써 내려간 방식은 작가의 평소 생활 습관을 고스란히 반영한 대목이었고, 이를 영화화한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에도 이 장면이 잘 드러났다.

이 작품을 통해 로맹 퓌에르톨라는 프랑스의 문학상인 쥘 베른 상, 오디오북 대상으로 선정하는 오디오립상, 프랑스 발디제르 지방에서 주는 비브르 리브로상을 받았다.
영화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고행자의 특별한 여행'(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내에선 소설이나 영화 모두 'DIY 가구'의 상징이 된 스웨덴 기업 '이케아'를 더 중점에 뒀다.

인지도 면에서 '고행자' 키워드보다야 우선적일 수 있겠지만, 영화 자체에서 주는 상징성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을 터. 인도 빈민층에서 성장한 '파텔'은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책자를 통해 '이케아 가구'에 푹 빠지게 됐고,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친아버지를 찾고 싶은 마음마저 더해진다. 그렇게 성인이 된 '파텔'은 위조 지폐 100유로를 들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이케아'로 향한 '파텔'은 '낭만의 도시'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명같이 미국에서 온 '마리'(에린 모리아티)를 만난다. '마리'도 역시 '파텔'을 마음에 둔 상황에, '파텔'은 재회를 약속하고 옷장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그런데 '파텔'이 눈을 떠보니 '이케아 옷장'은 파리에서 영국 국경으로 운반된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에게 걸린 '파텔'은 여권도 '위조'라는 말과 함께 갈려버린 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강제 추방된다. 다른 불법 이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파텔'의 모험은 계속되고, 그는 이탈리아 로마, 리비아 트리폴리 등 세계를 떠돌고 만다.
여행에서 나오는 모험을 통해 인생의 변화를 얻는다는 영화는 그동안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청년 4명이 유럽에서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으며 생활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2013년), 평범한 일생을 보내던 직장인의 모험을 다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년), 사이먼 페그의 코미디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2014년) 등이 있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과 이 작품들을 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행과 더불어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인 상황이 동시에 연출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낭만적인 모습을 다룬 것은 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까지 드러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취업난에 시달려 꿈과 희망도 사라진 청년들이 그 현실을 타파해나가는 과정은 감동을 불러일으켜 주고, 동시대 청년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주요로 드러나는 첫 번째 '사회적 문제'는 인도 힌두교의 특유한 계급 질서를 의미하는 '카스트 제도'와 연결된 '신분 차별 악습'이다. 이는 현재 인도 정부에서도 꾸준히 근절하려 하는 대목인데,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전생의 업보'인 '카르마'를 대사로 강조한다.

모든 주인공의 상황이 '카르마'를 통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카르마'와 '윤회 사상'을 통해 계속해서 '출생의 숙명'을 강요하는 '카스트 제도'가, 현재 사회상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말한다.

두 번째 '사회적 문제'는 난민이었다. 작품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내전과 여러 이유로 인해 유럽으로 이동하려는 난민들의 캠프를 보여준다. 그리고 꾸준히 '파텔'과 함께 만난 난민 '위라지'를 연기한 배우 바크하드 압디를 통해 작품의 진정성을 높이고자 했는데, 그는 <캡틴 필립스>(2013년)에서 톰 행크스와 맞붙은 해적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었다.
게다가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내전으로 예멘을 거쳐 미국에 이민을 간 실제 이력이 있으니, 그 역할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다만, '카르마'로 비롯한 신분 차별 악습이나(그래도 'DIY'의 의미처럼(Do It Yourself)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설계해야 한다"라는 교훈을 주긴 한다), 뮤지컬처럼 나오는 경찰의 노래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난민 문제를 풍자한 '유럽인 관점'의 시선은 관객에 따라 '깊이가 없다'라는 아쉬움을 남길 순 있다.

앞서 언급한 성공적인 여행 영화의 기획을 안일하게 답습하고자 한 부분도 보였는데, 인물 사이에 나오는 갈등이 가볍게 봉합되거나 덮어지는 모습 역시 다소 아쉬웠다.

2019/07/20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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