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진범의 정체보다 궁금했던 '이것'

조회수 2019. 7. 2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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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진범> (The Culprit,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아내가 집에서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친구 '준성'(오민석)이 용의자로 지목되자, '영훈'(송새벽)의 삶은 나락으로 향한다. 자신도 용의선상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는 말까지 들은 '다연'(유선)은 남편의 혐의를 벗기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며, 함께 진범을 찾자고 말한다.

한편, '준성'은 '다연'에게 자신의 비밀을 '영훈'에게 말하지 말라고 언급하고, '영훈'은 이사를 포기한 후 경찰서에서 가져온 사진과 증거 자료를 토대로 집을 사건 현장으로 재현한다. 그런데 사건 당일 아내를 봤다는 '상민'(장혁진)이 등장하고, '다연'도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준성'은 당황한다.

이렇게 줄거리를 작성은 해봤지만, 최근 막을 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진범>은 사건의 시간 순서대로 전체적인 극이 전개되지 않는다. 살인 사건의 현장을 보여주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작품은 교차 방식으로 구성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6개월 후, '영훈'이 '상민'을 폭행 및 기절시킨 후 집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나오고, 이후엔 다시 과거로 돌아가 '영훈'이 경찰서에서 자료를 가져가는 장면이, 이어서 또 시간대를 과거로 옮겨 '다연'이 '준성'을 설득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식이다. 친절하게 '시점 자막'을 넣어서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 것은 덤이다.
그렇다면 기(사건 발생)-승(사건 진범 추적 과정)-전('상민'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워진 상황)-결('진범'의 정체 공개)의 구성으로 이뤄진 영화 <진범>은 왜 이렇게 꼬아 놓은 전개를 택한 것일까?

고정욱 감독의 첫 작품인 단편 <독개구리>(2011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작품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를 속이는 상황을 담아내면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부문 관객상과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퍼즐처럼 인물과 사건이 서서히 짜 맞춰지는 과정의 설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준 셈.

그래서 '단편'에서 1시간 40분이 넘어가는 '장편'을 만든 고정욱 감독은, '누가' 진범인지보다, '왜' 진범이 사건을 저질렀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 것처럼 보였다. 스릴러 장르를 많이 본 관객이라면, 범인이라고 확신이 가능한 경우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눈에 보일 것이다.

게다가 큰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보니, 스릴러 연극처럼 '살인 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극의 전개가 많이 이뤄졌다. 제아무리 집 안의 소품이라든지 미장센에 충실히 했더라도, '진범'의 정체가 파악되는 것이 쉬웠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야 사건 자체의 수수께끼보다는 인물 간의 믿음이 흔들리는 과정을 보여주기 편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진범>은 배우의 연기에 기댄 부분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 톤은 '차분'보다는 '격양'되거나 '과잉'된 어조로 이뤄졌다.

서로가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삼자대면' 장면은 그 과잉 분위기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형수님'이라는 표현을 여러 어조로 외치던 송새벽과 법원 증언이 우선이라 생각한 유선, 그리고 사건 목격자 '상민'을 맡은 장혁진은, '삼자대면'에서 나오는 긴박하고 찜찜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고군분투했다.

다만, 이 사람이 진범이라고 확신한 상태에서, 그 사람이 진범이 되는 경우가 나온다면, 무언가 심심한 느낌을 받을 순 있겠다.

2019/07/16 롯데시네마 신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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