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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부장님 개그'만 계속 보면 기분이 좋을까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기방도령> (Homme Fatal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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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밥상
글 : 양미르 에디터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며, 기방 '연풍각'에서 먹고 자란 '허색'(준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친아들처럼 '허색'을 키워온 '연풍각' 안주인 '난설'(예지원)로부터 쫓겨났기 때문. '허색'은 산책 중 우연히 발가벗은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을 만나 '기방결의'를 맺게 되고, '육갑'은 '연풍각'의 홍보를 맡게 된다.

그리고 끊겨진 남자 손님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연풍각'을 살리겠다며, '허색'은 '남자 기생'이 되어 사대부 열녀들을 끌어모으게 된다. 그러나 남녀 차별이 부당하다고 여긴 양반가 규수 '해원'(정소민)의 등장으로, '허색'의 마음은 변화하게 된다. 급변하는 영화의 분위기처럼.

죽기 전에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담았고, 역시나 웃음이라는 감투 속에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영화 <위대한 소원>(2016년)을 연출했던 남대중 감독이 돌아왔다.

<기방도령>의 남대중 감독은 작품의 기획 의도를 두고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신분 차별이 심한 조선시대에서 가장 천한 신분 중 하나로 여겨진 '기방도령'이 여인의 한을 이해하고 순수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출처영화 <기방도령> 표지 및 이하 사진 ⓒ 판씨네마(주)

잘만 연출했다면, <기방도령>은 흥미로운 소재를 끝까지 밀고 가, 그야말로 해학과 풍자가 가득 찼을 수 있었을 것이다. 포스터만 보면 비슷한 작품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나, <음란서생>(2006년) 같은 경우도 때깔이 고우며, 좋은 연기와 주제로 관객의 호평을 불러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방도령>은 저 영화들보다 더 낡은 느낌의 영화였다. 여기서 더 낡다는 것은 단순히 개봉 시기와 작품의 스토리 라인만을 의미한 게 아니라, 캐릭터 설정이나, 그 캐릭터의 대사까지 모두 포함된다.

비판점에 앞서, 잠시 국사 수업 시간을 떠올려보자. 고려시대 여성의 지위는 남성만큼은 아닐지언정 조선시대보다는 꽤 평등했다.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었으며, 재산도 성별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분배됐고, 혼인 후 남편이 사별하더라도 재혼은 자유로웠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다.

유교 사상과 성리학이 도입되면서, 가부장 중심 사회가 된 조선시대에서는 오직 남편만을 위해 살고, 남편이 죽더라도 끝까지 정절을 지켜야 했고, 지키는 것이 여성의 기본 도리라는 '열녀' 사상이 존재했다.

<기방도령>은 수절을 해서라도 '열녀'가 된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난 여성들의 이야기가 잠시 등장한다.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라고 감독은 소개한 만큼, 이 영화는 애써 '열녀 제도'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더하고자 노력하지만, 전체의 작품 틀과는 맞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는 여성들의 욕망 해결을 위해 성매매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었다. 성별에 구별 없이 술자리에 기생을 들인다는 자체가 미화될 부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기생의 성별이 바뀌었으니, 그것은 요즘 '젠더 감수성'에 참으로 맞는 상황 아닌가!"라는 연출 포인트를 잡은 것처럼 연출됐다.

그런 흐름으로 작품의 전개가 이뤄지다 보니, 아무리 준호가 대체복무를 마치고 난 후가 기대되는 연기 활약을 보여줬고,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최귀화가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더라도 극의 분위기는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또한, 그 분위기를 지배하는 유머 코드들은 '재미없고 썰렁한 농담'을 의미하는 '부장님 개그'였다. 가볍게 툭 대사를 던지면서 그 순간의 재미를 만들어내려는 의도인데, 대표적인 장면이 '허색'이 '해원'에게 시조처럼 읊는 '원더걸스'의 '텔미'였다.

2007년 '텔미'가 유행했을 당시, '태을미'라는 이름의 시조 패러디가 잠시 돌았던 적이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보여줄 줄은 "꿈만 같아서, 나 자신을 꼬집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최소한 이 작품이 '올드한 유머 감성'을 끝까지 치고 올라가리라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이상하게 삐그덕거리고 만다.

갑자기 작품은 사랑의 감정이 포함되면서, 분위기를 '진지하게' 끌고 간다. 애초에 진지함과는 담을 쌓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 같았는데, 배신을 당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더니 이 작품은 '액자식 구성'을 사용하면서,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노래하며, 그림을 통해 막을 내린다.

마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영화, <가위손>(1990년)에서 나이 든 '킴'이 젊은 시절의 '킴'(위노나 라이더)을 회상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미 김이 크게 새어버린 작품을 보면서, 감동과 여운이 남았을 리는 없었다. 한편, 놀랍게도 이 영화엔 쿠키 영상이 있는데,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년)의 '캡틴 아메리카' 장면만큼이나 허무했다.

2019/07/04 CGV 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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