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깡패가 국회의원이 된다니, 이거 말이 돼?

조회수 2019. 6. 2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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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Long Live the King,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표지 및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주)콘텐츠난다긴다
목포에서 조직 보스로 활동하는 '장세출'(김래원)은 새로운 고층 건물 건설을 위해 윗선에서 고용된 용역 깡패다. 그러나 '장세출'은 불의 앞에서 참지 않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에게 대들다 뺨을 맞은 후,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고, 이와 함께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일부러 용역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시간을 끌기까지 하는데, 이에 건설만을 기다리던 2선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는 '장세출'의 라이벌 조직 보스인 '조광춘'(진선규)의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그무렵 목포는 총선을 앞두게 되고, 정치 팟캐스트 멤버들이 목포로 내려와 '최만수'를 견제하기 위해 청와대 출신 재야 '황보윤'(최무성)을 '무소속 후보'로 내세우게 된다. 그사이 ('강소현'을 위해서라고는 완강하게 거부한다)'좋은 사람'이 되기로 하며, 각종 사업을 정리하면서 '깡패' 생활을 청산하려 한 '장세출'은 '황보윤'을 찾아간다.

삼고초려 끝에 '황보윤'은 '장세출'을 인정하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황보윤'은 출마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리고 목포 대교에서 일어난 버스 사고 구조를 통해 '지역의 영웅'이 된 '장세출'은 '황보윤' 대신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
시나리오의 중반부까지 이야기를 소개했지만,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옛 감성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조폭 코미디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이 연상되는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시 조폭들은 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반강제'로 결혼을 한다던가(<조폭 마누라>(2001년)), 절에 들어가 스님과 한 판 대결을 펼치거나(<달마야 놀자>(2001년)),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기부금 입학을 하는(<두사부일체>(2001년)) 등 '평범(?)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행동에서 웃음을 줬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도 '조폭'이 국회로 간다는 '동화 같은 설정'이 있기 때문에, 이게 말이 되느냐고 조금이라도 의심을 하는 그 순간, 이 작품을 재밌게 볼 가능성은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호감 있는 사람에게 뺨 한 번 맞았다고 조폭 보스를 관두겠다고 선언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러한 이질감을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 만든 것은 최대한 현실적으로 웹툰을 옮기고자 노력한 배우들과 각색을 진행한 강윤성 감독의 공이 크다.
2년 전 <범죄도시>를 언론 시사회에서 볼 때만 하더라도, 이미 우려질 대로 다 우려진 내용의 영화가 추석에 흥행이 될 수 있겠냐는 의문 부호를 붙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증명하는 듯 영화는 688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대박'이 터졌고, 사골 국물 같은 내용을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친화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가를 강윤성 감독은 영리하게 보여줬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각색이 작동된다. 말도 안 되는 정치면 이슈들을 보며 힘들어할 때,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라도, "정말 시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그 기획 의도 만큼의 확실한 힘이 작동된 것이었다.

원작을 쓴 임규빈 작가가 연재를 진행 중인 일요신문의 2015년 인터뷰 중 "야권 성향이 있는" 작품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인지, '목포'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엔 우리가 딱 알 만한 '현실 정치 구도'를 베이스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다수 등장한다. 물론, 실제 목포시의 최근 정당 지지율이나 득표 등은 상당히 다르지만, 최근 정세와 맞아떨어지는 비유를 볼 수 있는 묘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딱히 바라볼 필요는 없다. 애초에 강윤성 감독은 정치 요소보다는 '장세출'과 '강소현'의 티격태격 멜로를 스토리라인으로 짜고 싶어 했다. 정치 풍자적인 내용을 담았음에도, 그러한 내용에 좀 더 파고들어 '고발' 형태로 만든 작품이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고촬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알맹이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범죄도시>가 지녔던 미덕이면서, 단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의 중간 삽입곡인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노래한 것으로 엔드 크레딧에 보여준 의도는 다분했다.

이는 '장세출'을 연기한 김래원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김래원이 누구인가? 지금이야 <해바라기>(2006년)의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이미지가 더 고착됐지만, 시계추를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청춘>(2000년)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신인상을 받았고, <...ing>(2003년), <어린 신부>(2004년)와 같은 영화나 <옥탑방 고양이>(2003년),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2004년)로 드라마까지 모두 섭렵했던 로맨스 연기의 달인이었다.

상남자 이미지와 부드러운 남자의 이미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드문데, 김래원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완벽히 소화해낸다.

2019/06/04 메가박스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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