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우정'보단 못해도, '이것' 하나는 충실했다

조회수 2019. 6.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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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업사이드> (The Upside, 2017)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업사이드> 표지 및 사진 ⓒ (주)디스테이션
<업사이드>의 원작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2011년)은 역대 프랑스 영화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벌어들인 작품(4억 2,658만 달러)이 됐다. 언어는 할리우드 작품에서 통용되는 '영어'가 아니지만, 전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와 주제 의식, 그리고 적절한 웃음과 감동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흥행이었다.

상류층과 빈민 출신, 백인 중년과 흑인 청년이 처한 다른 상황에서 오는 문제, 장애인에 대한 시선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더욱이 이 작품은 실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의미가 있었다.

당연히 할리우드에서는 장애인 백인 상류층 중년 '필립'과 비장애인 흑인 빈민 청년 '드리스'의 우정이라는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2011년 7월, 제작·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리메이크 제작권을 얻었고, 2012년 6월 <스파이>(2015년)의 폴 페이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크리스 록, 제이미 폭스, 이드리스 엘바가 '델'(원작의 '드리스')로, 콜린 퍼스가 '필립'으로, 제시카 차스테인과 미셸 윌리엄스가 비서 '이본'으로 고려됐었다. 그러나 2013년 폴 페이그 감독이 하차하면서 제작 상황은 급변했는데, 감독과 출연하기로 한 배우들이 교체되면서 잠시 제작이 연기됐다.
이후 2014년 10월, 케빈 하트가 '델'을 맡기로 했으나, 2016년 3월이 되어서야 '필립' 역에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캐스팅됐고, 그해 8월 <다이버전트>(2014년)를 연출했던 닐 버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2017년 1월 필라델피아와 뉴욕 등지에서 촬영이 진행됐으며, 그해 9월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오스카 캠페인'까지 노려봤던 <업사이드>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치고 말았다.

2017년 10월, 배급사 '와인스타인'의 대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지면서, 개봉을 '사실상 포기'하게 됐고, 2018년 5월,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영화 역사에서 사라졌다. 약 3,750만 달러의 제작비는 허공에 날아간 셈.

파산 이후,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랜턴 캐피털' 투자사에게 넘어갔고, 2018년 7월 '랜턴 엔터테인먼트'라는 독립 영화 제작사로 재탄생했다.

결국, 잠시 '창고'에 보관됐던 <업사이드>는 2018년 8월 '미니 메이저' 배급사인 'STX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배급을 맡게 됐으며, 3,000만 달러의 홍보 비용만을 지불한 'STX 엔터테인먼트'는 <아쿠아맨>(2018년)을 누르며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약 1억 2천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렇게까지 길게 리메이크 제작 과정을 설명한 이유는 원작과의 차이점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STX 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 동시 상영' 방식보다는 '미국 내수 전략'을 택했는데, 그만큼 <업사이드>는 원작과 다르게 전 세계보다 '미국' 내 관객들이 좀 더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미국 코미디'에 특화된 배우 케빈 하트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진중하면서도 그 속에 있는 유머를 캐치해냈던 오마 사이가 이 작품을 계기로 프랑스 내 코미디 작품뿐 아니라 <쥬라기 월드>(2015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발판을 만들었었던 것과 다르게, 스타 배우를 한 번에 캐스팅했다는 점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전략이었다.

두 번째는 좀 더 현실적인 빈부 격차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몇몇 설정을 바꾼 것이다. 원작의 프랑스 대저택의 설정을,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나오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저택으로 단순히 바꿀 수 있었겠지만, 겨울 뉴욕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필립'의 상황과 맞아떨어지기 위함인지 맨해튼의 펜트하우스로 변화를 시도했다.

'필립' 역시 교수라는 설정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의 컨설턴트로 직위를 조절했으며, 많은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델'은 범죄자 출신으로 한 아들에게만 양육비를 주면 되는 설정으로 등장했다. '델'의 아들이 사는 곳이 뉴욕에서도 '우범 지대'에 속하는 구역이라는 점도 특이 사항이다.
하지만 원작을 이미 본 관객이라면, <업사이드>는 '안정적인 리메이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미국의 상징인 '핫도그'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과 관련된 대화나, 원작과 다르게 현대적인 배경에서 오페라 공연을 펼치는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내용이 바뀐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패러글라이딩 장면 역시 원작보다 무언가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그룹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명곡('September', 'Boogie Wonderland')들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음악에서도 다소 밀리는 모양새였다. 물론, '필립'이 즐겨 듣는 음악을 새롭게 <투란도트>의 명곡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나,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선보인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이런 비교 포인트가 있음에도, <업사이드>가 미국에서 1억 달러가 넘는 소소한 성공을 거둔 이유는, 그래도 서두에 언급했던 기본적인 작품의 주제의식 자체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사이드>는 최근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 성공한 한국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2018년)처럼, 익숙한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은 확실히 전해주는 영화였다. 묘하게 <나의 특별한 형제>와 <업사이드>는 공통점이 있다. 실재 인물의 모습을 영화의 후반부 사진이나 영상으로나마 '전시적 의미'에서 보여줄 법 하지만, '배려의 의미'를 담아 자막으로 대신한 것이었다.

한편, 이 작품에서 온 특이점은 이번 작품에서 '필립'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장면을 담아낸 것이다. '필립'은 참아왔던 분노를 이내 폭발시키면서, '델'에게 옆에 있던 물건들을 집어던지라고 하는데, 이는 대중매체에서 장애인은 비운의 주인공이거나, 비장애인을 위한 '인간승리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것에 반하는 장면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누군가의 짐으로 그려지기 보다, 다양한 특징을 지닌 한 인간으로 '장애인'을 바라본 시선을 담은 대중영화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06/15 CGV 신촌아트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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