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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공든탑? 스스로 박살내버린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엑스맨: 다크 피닉스> (X-Men: Dark Phoenix,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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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0년, 처음 <엑스맨>을 극장에서 봤을 때의 흥분을 잊을 수 없다. 당시만 해도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여러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한 번에 쏟아지는 작품들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설령 여러 명이 힘을 합쳐 나왔다 하더라도 <배트맨과 로빈>(1997년) 같이 안타까운 영화들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엑스맨>은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펼치는 선과 악의 단순한 대결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돌연변이'라는 낙인이 찍힌 초능력자들이 마치 현실의 인종차별이나 성소수자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데 성공한 영화였다. 첫 장면에 '나치'의 모습이 나온 것도 이런 연유였다.

그런 <엑스맨>은 성소수자 감독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가 계속 메가폰을 잡으면서 확장됐다. <엑스맨 2>(2003년)는 1편보다 더 흥행한 영화가 됐지만, <슈퍼맨 리턴즈>(2006년)의 연출을 위해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년)을 만들지 않으면서, 작품은 아쉬운 3부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출처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표지 및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상하게 그 역사는 다시 한 번 반복됐다. 1960년대 '뮤턴트들의 정체성'을 파고들면서 시작한 첫 프리퀄 작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년)를 통해 새 가능성을 보여준 '엑스맨'은, 두 번째 프리퀄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년)로 브라이언 싱어 '엑스맨'의 완결편이라는 찬사를 받아냈다.

미국의 1960~80년대 역사를 한 번 짚어보는 의미도 포함되어 시작한 '엑스맨' 프리퀄은, 1980년대 냉전 후반부를 보여줬던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년)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프리퀄과 후속편을 동시에 보여준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고, 나쁘지 않은 결말을 보여줬으나, 절정을 보여준 전작에 비해서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영화에서도 <스타 워즈>의 오리지널 3부작 중 <제국의 역습>(1980년) 이후 나온 <제다이의 귀환>(1983년)이 아쉽다는 장면이 나온 것은 어찌 보면 '셀프 디스'였던 셈.

'엑스맨' 본편이 나오는 사이 절망적 출발과 전개를 거쳐, 확실한 마무리를 해줬던 '울버린' 3부작과 어떻게든 모든 설정 구멍을 마무리하려 노력한 2편의 '데드풀' 영화가 '스핀오프'처럼 등장했다. 그 무렵 결정적인 상황이 발생했으니, 바로 '엑스맨'의 제작권을 가지고 있던 '폭스'가 '마블'이 포함된 '디즈니'로 인수 합병된 것이었다.

'엑스맨'의 새판을 짜려던 '폭스'의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호러 버전으로 기획된 <엑스맨: 뉴 뮤턴트>는 당초 2018년 4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최초 시사 공개 이후 악평을 받으며, 이젠 언제 개봉해야 할지 날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작품이 됐다.

그리고 <엑스맨: 다크 피닉스> 역시 그러한 운명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역시 이 영화도 기술 시사 단계에서 '비아냥'을 받아야 했고, 2018년 가을에 재촬영을 통해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망가진 시나리오를 재촬영한들,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을 만드는' 행동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렇게 공개된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역시나 '엑스맨 시리즈' 사상 최악의 평가와 전 세계 흥행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이전까지 가장 안 좋은 평을 들었던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년)도 거둬들인 3억 달러를 수입을 넘는 것조차 위험하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니, 그야말로 참담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한 시대를 아름답게 마무리 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과 너무나 비교되는 '캐릭터에 대한 헌사 부족'이다.

하다못해 같은 세계관인 <로건>(2017년)도 3부작의 시작은 엉성했으나, '울버린' 캐릭터와 휴 잭맨을 위한 완벽한 헌사를 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19년을 함께한 캐릭터들을 떠나보내는 방식은 너무나도 안일했다.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을 다른 캐릭터의 각성을 위한 도구로 소모해버리며 허무하게 죽여버린 것은 물론이며, 돌연변이들을 이끄는 양대 축인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가 그저 파리에서 '체스'나 두면서 화해의 제스처(심지어 그 이후에 나오는 '피닉스 효과'는 마치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2008~2009년)의 마지막 하늘 바라보는 장면 만큼이나 이상했다)를 취하는 것 역시 '조기 종영'된 드라마의 마지막 회처럼 썰렁했다.

더군다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이후 약 3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배우들이 '안티에이징'을 한 것처럼, 노화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이는 프리퀄 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받은 지적으로, 이렇게 되면 2000년 <엑스맨>에 나온 명배우 패트릭 스튜어트와 이안 맥켈런은 뭐가 되겠는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받은 <바이스>만 보더라도,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야 했던 크리스찬 베일은 '딕 체니'의 연기를 위해 엄청난 노화 분장과 체중 증량을 해야 했다. 옆 동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5년'이 지났음에도 배우들이 나이를 먹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면, 이는 문제가 맞다.

두 번째는 마치 '설정 붕괴'처럼 보일 정도로 이해되지 않는 일부 캐릭터의 상황 변화다. 도대체 10년 사이에 뭔 일이 있던 것인지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은 캐릭터들의 설정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프로페서 X'만 하더라도 '엑스맨'의 리더이자, '자비에 영재 학교'를 만든 중요한 인물로 그려졌으나, 이번 작품은 그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엑스맨'을 이용하는 것처럼 그려질 뿐 아니라, 사건을 회피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 도망친 '비리 교장'처럼 보이고 말았다. '돌연변이'들에 대한 차별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음(돌연변이 수용 기차 장면만 보더라도)에도, '프로페서 X'는 이들을 보호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매그니토'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 기차 액션을 위해서 모든 걸 낭비한 것 같다. 갈 곳 없는 돌연변이들을 위한 안식처 '게노샤'를 만든 후 '증오'를 버린다며 '진 그레이'(소피 터너)에게 살생은 멈췄다고 말했으나(문제는 '매그니토'가 겪었던 일을 생각한다면 '증오'를 버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후 '진 그레이'가 '레이븐'을 죽였다는 사실에 복수를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기차 안에서까지 '진 그레이'를 죽여버리겠다는 '매그니토'가 갑자기 '진 그레이'를 보호하는 것 역시 당위성이 떨어지는 대목이었다. 예고편에서 나온 모습이 전부이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퀵실버'(에반 피터스)는 덤이다.

세 번째는 '진 그레이'의 사용 방법, 그 자체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프로페서 X'와 '진 그레이'의 관계나, 연인인 '진 그레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는 '사이클롭스'(타이 쉐리던)의 모습은 이미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년)에서 나온 상황이다.

이를 다시 한번 사용해서 어떻게든 피날레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은 나름 좋았던 <판타스틱 4>(2005년)에 '닥터 둠'을 넣어서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려 했으나, 망해버린 리부트 <판타스틱 4>(2015년)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진 그레이'는 '피닉스 포스'와 유사한 능력을 전작에서 이미 보여줬다. '아포칼립스'가 소멸하면서 남긴 떡밥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태양 플레어를 흡수하던 중에 '다크 피닉스'가 됐다고 묘사하는 것은 '설정 충돌' 그 자체다.

심지어 폭주하기 전과 하고 난 이후 나오는 상태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설득력 있게 나오지 않는데,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팜케 얀센을 떠올려본다면 소피 터너의 연기 자체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밸런스가 붕괴한 상태에서 나오는 '진 그레이'와 외계 생명체와의 대결은 마치 <리얼>(2017년)의 마지막 슬로우 뮤직비디오 댄스 배틀 만큼이나 웃음이 나왔다.

이 영화에서 칭찬할 만한 것은 처음으로 '엑스맨 시리즈'에 합류한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강렬한 스코어 밖에는 없다는 게 몹시나 아쉬운 상황에서,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사이먼 킨버그 감독이었다.

'감독'이라고는 썼지만, 그는 '엑스맨 프리퀄 3부작'의 각본가 중 한 명이었고, 심지어 감독 경험은 전혀 없는 '제작자' 출신이었다. 축구로 따지면, '프런트'가 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셈. "내가 낳은 아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 같아 도저히 남에게 맡길 수 없었다"라며, 성추문 의혹으로 최종장에 참여할 수 없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 대신 첫 연출자가 메가폰을 잡은 결과는 처참했다.

이제 '엑스맨 유니버스'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고, 19년 동안 팬들을 웃고 울렸던 캐릭터들을 너무나 허무하게 내쳐버리는, 그야말로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린 안타까운 시리즈가 됐다. 이제 남은 '엑스맨'을 잡은 주인공은 'MCU'로,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는 말을 했다. 당연히 'MCU' 자체도 새 판을 치밀하게 짜뒀을 테니, '엑스맨'이 등장하려면 한참은 걸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린 새로운 '엑스맨'에 다시 한번 환호를 할 수 있을까?

2019/06/05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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