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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보고 놀라워한 10가지 포인트

조회수 2019. 6.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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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기생충> (Parasit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기생충> 표지 및 이하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봉 2주 차를 향해 가는 이 순간에도, <기생충>의 파괴력은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힘이라고만 말하기에 <기생충>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다양했다. 오히려 다양한 담론으로 인해 풍성해진 느낌을 받았다. 차근차근 이러한 담론을 '직조'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기생충>을 보고 떠올린 10가지 단상을 차곡차곡 정리해봤다. 관람하고 난 후, 이렇게 자신만의 감상 포인트를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미는 덤이다.

1. 봉준호 감독의 첫 독립영화와 연결됐다
최근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첫 영화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지리멸렬>(1994년)을 보게 됐다. 과대표 '김양'(임상효)에 대한 이상한 상상을 품으며 동시에 '성인 잡지'를 자신의 공간에서 읽던 '김 교수'(유연수), 아침 운동 중 우유를 훔쳐먹는 '신문 논설위원'(윤일주), 길가에서 변을 보려다 '경비원'(박광진)에게 들켜버린 '변 검사'(김뢰하)가 나중에 한자리에 모여, '셀프 디스'에 가까운 발언을 토론회에서 펼친다는 내용이다.

엘리트층에 대한 희화와 풍자가 담겨 있는데, 골목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노상방뇨 장면 등 촬영 구도나 소재가 고스란히 <기생충>에 녹여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시그니처 연출, '삑사리의 예술'은 계속된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함축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비가 내리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며, 지하라는 공간이 등장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함이나 공포감을 조성하게 만든다.

그리고 외신이 '삑사리의 예술'이라고 말했던 그 장면이 등장했는데, 등장 인물이 결정적인 순간 저지른 우스꽝스러운 실수로 인해서 극의 전개가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괴물>(2006년)에서 '강두'(송강호)가 '희봉'(변희봉)에게 넘긴 총 안에 탄알이 없게 되면서 발생한 참사를 떠올릴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기택'(송강호)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가족이 모두 넘어지게 되면서, 극의 전개가 삽시간에 변하게 됐다.

3. 아카데미에 오르면 좋을 것 같은 분야 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미국 매체들은 앞다투어 '국제영화상'(International) 후보에 <기생충>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이변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국제영화상'은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Foreign Language)이라는 부문으로 시상됐으나, 시대가 변한 만큼 이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으로 변경됐다.

국제영화상뿐 아니라, 각본상과 감독상까지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언급까지 등장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촬영상 후보 역시 자격이 있다고 본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앵글은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배우의 클로즈업부터 수직적으로 가족이 반지하로 내려가는 장면을 그리는 순간까지 확실한 연출을 보여줬다.
4. 아카데미에 오르면 좋을 것 같은 분야 ②
두 번째로 추천하는 후보는 음악상이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18세기 바흐와 헨델 등이 완성해왔던 클래식인 '바로크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물론, '정통 클래식'과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계급을 다루는 <기생충>에서는 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그 덕분에 처음 와이파이를 찾는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의 모습을 무언가 경쾌하면서도 불안한 선율로 담아낸 '시작' 트랙부터, 한 가족의 '작전'이 성공해가는 과정을 담은 '믿음의 벨트' 트랙을 거쳐, 혼란의 상황을 담아낸 '짜파구리' 트랙을 넘어, 두 음악을 합쳐 만들어 섬뜩함을 준 '일요일 아침' 트랙 등은 영화 속 희로애락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5. 가능하면 '돌비 애트모스'가 지원되는 영화관에서
<기생충>은 후반 작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티가 많이 났다. 앞서 이야기한 촬영 이후 색 보정은 물론이며, 음향 효과도 좋았다. 연출적 의도로 대사를 일부러 들리지 않게 한 영화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한국영화가 종종 있었으나, '돌비 애트모스' 믹싱이 된 주요 대사는 요근래 한국영화 중 가장 선명하게 들려왔다.

'돌비 애트모스'는 메가박스 MX나 롯데시네마 수퍼플렉스, 명필름 아트센터 등에서 지원되는데, 각각의 사운드를 오브젝트화 해서 개별적인 이동을 가능케 한 사운드 시스템이다. 덕분에 사람들이 있는 위치에 따라서, 사운드가 있는 위치도 변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6. 마시는 술이 변했다
작품 초반, 가족이 마시는 술은 발포주 '필라이트'로, 저렴한 가격으로 2년 만에 5억캔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자랑한 맥주다. 이후 엄마 '충숙'(장혜진)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이 '동익'(이선균)의 집에 취직한 후 마신 술은 2배 가까이 값이 더 나가는 수입 맥주 '삿포로'였다. 그만큼 생활에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는 의미다.

그들이 부잣집에서 마시는 술은 위스키와 코냑이었다. '기정'이 데킬라를 마시고 잔뜩 취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가격이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해도)자신들이 마시던 술이 아닌 것을 막 마시면서 나오는 대사는 참 묘했다. 에디터도 최근에 보드카 '벨루가'를 소주처럼 마시다 골로 갈 뻔했다.

7. 대왕 카스텔라는 다 어디로 갔지?
이처럼 사회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중심인 영화답게, <기생충>에는 자영업을 하다 망한 두 가족이 등장한다. 두 가족은 공통으로 대만에서 온 '대왕 카스텔라' 사업을 하다 실패했다.

2016년 하반기 갑작스럽게 등장했고, '과장된 내용'이 담긴 한 고발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프랜차이즈인 '대왕 카스테라'는, 최근 종이접기 아저씨로 유명한 김영만이 '유행했던 맛집'을 탐방하던 <MBC 스페셜>을 통해 재조명받기도 했다. 영화에서 몇 안 되는 대사였지만, 이 시대 프랜차이즈 가맹업에 뛰어드는 소시민의 명운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8. MBC에서 JTBC로 옮겨졌다
<괴물>에서 주요 상황을 보도하던 방송사는 MBC였고, 그 중심엔 당시 주말 <MBC 뉴스데스크>에서 딱딱한 멘트에서 벗어나, 좀 더 친근하게 대중이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어록을 제조했던 최일구 앵커가 있었다. 이후 시대는 변했고, 공영방송의 보도는 영화 <공범자들>(2017년)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져 갔을 무렵인 2016년, JTBC <뉴스룸>의 태블릿 PC 보도는 대한민국을 뒤집는 사건이 됐다. 그 당시 보도의 주축인 서복현, 심수미 기자가 <기생충>에 깜짝 출연했고, 이는 봉 감독이 "짜릿한 순간이었다"라고 <뉴스룸>에서 밝힌 지 약 2년 만이었다.

9.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최고의 연기 앙상블
<기생충>에서 배우들에게 실례가 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피자나라 사장'(정이서)이나 '윤 기사'(박근록)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기생충>은 요즈음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영화였다. 그만큼 각본도 뛰어나지만, 그 각본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능력이나 디렉션이 완벽했다는 의미다.

연말 시상식 배우들이 받을 수 있는 모든 부문(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보일 정도다. 누구 하나를 특별히 언급하기에 부담스러울 순 있으나, 그동안 '노출'에만 대중의 관심을 받았을 뿐 '연기'에는 무심했던 조여정에게 박수를 보낸다.
10. 냄새에 대해서
<기생충>에서 냄새는 사건을 바꾸는 키워드일 뿐 아니라,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모티프'였다. 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같은 장소에 있을 경우가 썩 많지 않다는 것을 떠올려보거나, 지하철을 탈 때 흔히 맡을 수 있는 무언가 탁한 공기를 떠올려본다면 이 '모티프'는 꽤 많은 관객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인끼리 있을 때도, 그 지인이 풍기는 악취에 대해서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것은 무언가 무례하면서 공격적인 형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선을 넘어버린' 행동을 취한 '박사장'은 그래서 '참을 인'을 그렇게 외쳤을 '기택'에게 분노의 칼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추신 : 집에 와서 불을 켜니 바퀴벌레 몇 마리가 놀랍게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도망치는 것을 봤다.

2019/05/31 메가박스 목동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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