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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있는 선생님과 행동장애 소년에게 벌어진 일

조회수 2019. 5. 2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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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미스 스티븐스> (Miss Stevens, 2016)
글 : 양미르 에디터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행동장애' 치료 중인 소년 '빌리'(티모시 샬라메)는 주말 동안 학교를 빠져나와 연극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영어 선생님인 '레이첼 스티븐스'(릴리 레이브)는 인솔자로 나서면서, '빌리'와 '마고'(릴리 라인하트), '샘'(앤서니 퀸틀)과 함께 연극대회에 간다. 교장으로부터 언제 문제를 일으킬 지 모르는 '빌리'를 주시하라는 말을 들은 '레이첼'은 오히려, '빌리'로 인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는다.

<미스 스티븐스>는 고등학생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 후, 처음으로 장편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줄리아 하트 감독의 영화다.

2016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나, 제한상영 형태로만 개봉이 이뤄졌고, 그해 9월 인터넷을 통해 공개가 되면서 정식 개봉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배우가 이 영화를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바로, 연기 천재로 인정받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다.
2016년만 하더라도 티모시 샬라메는 그의 존재감은 <인터스텔라>(2014년)에서 '머피'(매켄지 포이)의 오빠 '톰' 역할이라는 정도였으며, <미스 스티븐스>도 그 이후에 찍은 독립영화였다.

하지만 2017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로 열연하면서, 그는 뉴욕, 시카고, LA, 런던 등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역대 최연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영광을 얻게 됐다.

당연히 그의 전작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졌고, <미스 스티븐스>는 지난해 개봉한 <몬태나>, <레이디 버드>, <핫 썸머 나이츠>처럼 국내 개봉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중 한국에서 정식으로 최초 개봉된 <미스 스티븐스>는 당연하게도,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의 연기 여정의 프롤로그"라고 밝힌 티모시 샬라메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한 '빌리'는 '행동장애'가 있는 만큼 복잡한 성격과 더불어서, 입체적인 내면을 모두 필요한 캐릭터였다. 그의 연기가 가장 도드라진 대목은 아서 밀러의 명작 희곡인 <세일즈맨의 죽음>의 독백 장면이다.

한 외판원의 죽음을 통해 한 인간과 가정, 나아가서 미국을 조망한 작품으로,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빌리'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면서, 그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후문이지만, 티모시 샬라메는 그 장면을 위해 20번의 롱테이크 촬영을 해야 했다.

한편, '빌리'는 선생님 '레이첼 스티븐스'에 대한 묘한 동질감과 사랑을 보여주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자칫 드라마 <로망스>(2002년)처럼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와 같은 장면이 나올 것 같은 불안감도 있겠지만, 딱 적정선에서 마무리되는 전개를 볼 수 있다.

'레이첼' 역시 내면의 상처를 숨기고,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인물로 설정됐다. 숙소에서 머물던 첫 날, 다른 학교에서 온 '유부남 선생'과 대화 후 '원나잇'을 하지만, 이 역시 상처로 남는다는 장면이 그 예다.
그런 사이 '레이첼'은 '빌리'의 당당한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데, 서로의 음악 취향도 맞다는 것을 떠올린 '빌리'는 '레이첼'에게 "선생님도 누군가에게 기대라"라는 말을 한다.

'레이첼'과 아이들이 호텔로 향할 때 들려온 노래가, 1970년대를 풍미한 팝그룹 '아메리카'의 명곡인 'Sister Golden Hair'(1975년)였다. 나머지 두 아이는 "아버지 취향"이라고 말할 때, '빌리'와 '레이첼' 만큼은 그 노래에 교감을 한 것이었다.

"나를 조금만 이해해줄래요? 나를 조금만 기다려줄래요? 나를 조금만 사랑해줄래요? 사랑이 느껴질 만큼만 괜찮은 척했지만 이젠 말할래요"라는 가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드러내기까지 했다.

다만, 극적인 이야기나, 어떠한 반전이 없는 '소품'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에 낯선 관객이라면 다소 딱딱한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이야기들을 서로를 위한 진지한 성장의 의미로 볼 수 있다면(특히 티모시 샬라메의 팬이라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2019/05/21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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