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리얼'·'엄복동' 모두 본 에디터의 '걸캅스' 후기

조회수 2019. 5. 1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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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걸캅스> (Miss & Mrs. Cops,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걸캅스> 표지 및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어떠한 영화가 나오면 바로 "이 영화는 XX급"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에 나온 현상은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유튜브를 보며,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현재는 첫 번째 예고편이 나오는 시점, 아니면 더 거슬러 올라가 배우들의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시나리오 예상' 혹은 '가짜 뉴스'에 가까운 글들이 조롱처럼 퍼져나가기 쉬운 세상이 됐다.

이는 전 세계를 돌아봐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소닉 더 헤지혹>이 스틸과 예고편 공개만으로, 어린 시절 게임을 했던 모든 이들의 추억을 파괴해버리는 '대형 참사'를 일으켰는데, 올해 11월 개봉 예정이었던 작품은 'CG 전면 재수정'이라는 처방전을 받았다.

<걸캅스>도 '일종의 문화'가 된 조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몇 줄의 시놉시스만 가지고 전체적인 결말을 예상한 네티즌들(물론 그 내용의 상당수가 비슷하게, 혹은 정확하게 들어간다)의 이야기는 수십만 이상의 시청자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확실하게 퍼져나갔다.

게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의 폭발적인 스크린 점유율 덕분에, '스크린 상한제'라는 정치계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상대적 수혜자'처럼 보인 <걸캅스>는 그야말로 융단폭격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그 영화에 대해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개봉 2주차가 되어서야 <걸캅스>를 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걸캅스>는 완성도가 엄청 높은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최소한의 '팝콘 무비'의 역할을 지켜냈다.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이던, 중년 부부 관객이던, 에디터처럼 혼자 온 관객이던, 관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인터넷'만 보면 편중된 성별로 극장을 꽉 채울 것 같았는데, 다른 양상이 펼쳐진 셈이었다.

또한, <걸캅스>는 첫 문장에도 언급한 "이 영화는 XX급"의 대명사 작품들인 <클레멘타인>(2004년), <리얼>(2016년), <자전차왕 엄복동>(2019년)과는 비슷한 지적을 받을 순 있겠다. 하지만 <걸캅스>는 'XX급 리스트'에 끼기엔 부족한 구석이 많은 영화였다.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관람한 <클레멘타인>처럼, 상업영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기, 촬영, 음악과 음향, 스피디한 서사 전개 등 모든 부분이 최악인 영화도 아니었으며, 개봉 첫 날인 '문화가 있는 날' 관람 당시 에디터가 앉은 자리 근처 관객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일어나 빠져 나갔던 <리얼>처럼, 액션 누아르 장르가 그 길을 완전히 이탈하면서 코믹 액션, 현대 무용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100억 이상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어설프게 '독립 운동'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이후 범죄자가 된) 운동 선수를 통해 반일 감정을 자극시켜,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했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걸캅스>가 비교 받아야 할 작품들은 이와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 것들이어야 한다. 먼저, 이름도 유사한 한국 형사 영화 <투캅스> 시리즈를 꺼낼 수밖에 없다. 이 시리즈는 부패를 저지르는 형사에게 신참 형사가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1편(1993년), 1편의 역지사지 구조를 보였지만 내용은 유사했던 2편(1996년), 여성 경찰을 집어넣었으나 강력계 형사에게 너무나 많은 성희롱이 들어간 3편(1998년)으로 구성됐다.

<걸캅스>는 <투캅스>가 가지고 있던 '화장실 유머'들인 B급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3편에 나온 노골적인 성희롱보다는,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스타킹을 신은 여성의 다리에 잉크를 뿌리는 범죄나, '불법촬영' 범죄, '물뽕' 등 마약류를 이용한 성범죄 등이 그것이다.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다수 등장함에도 불구, <걸캅스>는 적나라한 피해 장면을 대놓고 보여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오히려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여성이 수치심으로 인해 제대로 신고를 하지 못한 상태로, 경찰서를 빠져 나올 때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여주고자 더 노력했다.
그 '불법촬영' 영상이 유포되는 과정을 설명할 때, 단순히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행인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님도 주지했다.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이라는 포스터 문구처럼, 작품에서는 강력반과 사이버 범죄 수사대, 심지어 '여성 경찰'이 있는 '여성청소년계'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이 없는 모습을 등장시킨다.

또한, 2010년대 대표 여성 버디 액션 영화 중 하나인 <스파이>(2015년)에서, 내근직 요원들이 스파이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준 점은 <걸캅스>에서 그대로 차용됐다. 정다원 감독은 비밀이 숨겨진 '양장미' 역할을 맡은 수영에게 <스파이>를 추천했고, 수영은 멜리사 맥카시가 맡은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연기를 했다.

게다가 <스파이>에서는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와 '릭 포드'(제이슨 스타뎀)가 기꺼이 망가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박미영'(라미란)의 남편이자, '조지혜'(이성경)의 오빠인 '조지철'(윤상현) 역시 그러한 캐릭터를 담당했다. 남성이 중심인 범죄 영화에서도, <추격자>(2008년)처럼 '민폐 캐릭터'가 여성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놀라운 선택도 아니다.
이렇게 <투캅스> 시리즈와 <스파이> 등 범죄, 액션, 코미디 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 '클리셰'처럼 나오기 때문에, 시대가 변화 중이라는 의미를 담은 소재들을 쓰더라도(가장 묘한 장면은 '박미영'이 의경이 힘들게 들어 올리던 정수기 물통을 한 번에 들어 올린 대목이었다), 작품의 전개나 내용 면에서는 참신한 것을 발견하긴 힘든 게 <걸캅스>의 최고 약점이다.

또한, <걸캅스>는 약점들을 보충하기 위해, 자극적인 욕설이나 말장난의 향연으로 단순한 웃음을 유발하게 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힘을 기대는 것까지 최근 한국 상업영화의 흐름을 따라갔다.

이미 청룡 영화상, 대종상 영화제, 백상 예술대상까지 3대 메이저 한국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받은 라미란이 드디어 첫 번째 주연작을 맡았고, 라미란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나온, 억척스러우면서도 강인한 캐릭터를 잘 조합해 연기를 펼쳤다

수영 역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욕설' 연기를 선보이면서, 올해 영화 부문에서는 '신인연기상' 후보 자리에 이름을 올릴 것 같은 예감을 들게 했다.

2019/05/14 CGV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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