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연하 여친에게 다큐 찍어주려던 영화감독

조회수 2019. 5. 1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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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갈까부다> (Wish You Were Here, 2018) /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갈까부다>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씨엠닉스
43살 영화감독 '고봉수'(고봉수)는 판소리를 배우는 18살 어린 여자친구 '최은비'(최은비)와 연애 중이지만, 독립영화 감독으로는 생계를 유지한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고봉수'는 여자친구를 위한 국악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인터뷰 중 '최은비'의 친구들(이주예, 주남정)과 오빠, '베트남 참전 용사'인 아버지(구웅서), 심지어 미국에서 날아온 '친척 언니'(최은애)는 두 사람의 연애에 반기를 든다. '고봉수'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배우들과 '삼촌'(고성완), 심지어 그가 다니는 교회 목사(이경훈)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인다.

<델타 보이즈>(2016년), <튼튼이의 모험>(2017년), <다영씨>(2018년)까지 자신이 만든 모든 장편 영화의 첫 공식 상영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뤄낸 고봉수 감독이 다시 한번 '뉴트로전주' 섹션을 통해 신작 <갈까부다>(2018년)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들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약자들의 고달프지만 좌절하지 않는, 희망찬 웃음을 선보였다는 것이었다. "암울하다", "재미없다"라는 이유로 대중들의 무시를 받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고봉수 감독은 매 작품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여러 장면을 만들어왔다.

상을 엎어버리는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자조가 섞인 대사에서 나오는 유머는 기본이며, 심지어 <다영씨>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돈도 없고, 연줄도 없어서 무조건적인 '노오력'을 해야하는 청년들의 삶을 담아내면서, 그들의 힘겨운 삶 속에서 나오는 감동 코드가 묻어져나왔다.

<갈까부다>는 지금까지 언급했던 세 작품과는 또 다른 색채로 관객을 찾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고봉수 감독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의 이름이 실명 그대로 나오면서, 동시에 '이스터에그'처럼 그의 전 작품들을 모두 봤다면 웃을 수 있는 소재들을 숨겨둔 것이다.

만약, 그의 전작들을 모두 다 관람한 관객이라면, <갈까부다>는 일종의 '고봉수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와 함께 오랜시간을 해온 배우들이 출동하면서, 적재적소에 웃음을 터뜨려주기 때문이다.
관람 중 관객의 가장 많은 웃음이 나온 지점 중 하나가 실제 고봉수 감독의 삼촌이자, 그의 모든 작품에 출연한 고성완 배우가 '삼촌' 역할로 등장해 욕을 하면서 "영화를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하나도 모르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최은비'의 친구 대사처럼 "쟤는 누군데?"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갈까부다>는 최근 대중문화 작품에서 나오는 비판 중 하나인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성과 여성의 로맨스'를 정면에 내세운 영화다. 서로가 사랑한다면 18살 차이도 문제가 없다고 믿는 두 사람의 말과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주변 인물들의 말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또한, 이 영화는 '판소리'를 영화의 가장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하면서, 문학, 특히 시에서 볼 수 있는 '수미쌍관'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최은비가 선보이는 '춘향가'의 한 대목은 작품의 주제와도 연관이 깊은데, 롱테이크로 이뤄진 '판소리'는 '최은비'의 감정이 그대로 살린 명장면이었다.

2019/05/04 CGV 전주고사
- 20th 전주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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