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더 찡하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조회수 2019. 5. 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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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08년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이끌던 한 세대가 저물었다. '인피니티 사가'라는 제작자, 케빈 파이기의 이야기처럼,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자체의 영화로 평가하기보다는 한 '사가'의 완결편으로 평가 중이다.

단순하게 <어벤져스: 엔드게임>만 보고 난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가 무언가를 말하는지에 대해 잠시 갸웃거릴 수도 있었고, 더더욱이나 3시간을 꽉 채운 상영 시간을 버티기 힘들어 나가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이 영화를 하나씩 즐겨온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고, 감독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을 보여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처음 봤을 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지휘하고, 한 소년이 10대에서 20대 청년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12년 동안 조금씩 이어 붙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보이후드>(2014년)가 떠올려졌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특정된 기간에 촬영됐지만, 그 캐릭터가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11년에 걸쳐서 지속되어왔고, 마치 '졸업 작품'과 같은 결과물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블랙 팬서>가 'MCU'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트로피(미술상, 음악상, 의상상)를 들어 올렸기 때문에, '인피니티 사가'를 완결짓는다는 의미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인지 디즈니는 '아카데미 회원'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시사회를 열었는데, 꽤 '이른 시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국의 도박사들은 이번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공동 3번째 위치로 올라갈 것이라고 '이른 전망'도 했다.
'MCU'의 개국 공신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공을 인정해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만약 지명이 된다면 그는 <채플린>(1992년), <트로픽 썬더>(2008년)에 이은 3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될 것이다.

또한, <문라이트>(2016년)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배리 젠킨스 감독도 트위터로 "브리 라슨과 마크 러팔로의 연기, 루소 형제의 연출력에 감탄했으며, '음향 편집상'과 '음향 믹싱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가 될 것"이라는 내용을 여러 트윗에 나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디터가 가장 소망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이 있는데, 바로 음악상이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음악감독 앨런 실베스트리는 <퍼스트 어벤져>(2011년)부터, <어벤져스>(2012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 등 4편의 'MCU' 작품을 맡았다.

그가 본격적인 이름을 알린 작품은 이번 영화에서도 언급되면서 주목받은 영화 <빽 투 더 퓨쳐> 시리즈다. 그와 영혼의 콤비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1980년대 SF 걸작으로, 재즈 톤의 경쾌하고 밝은 리듬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사용한 웅장한 사운드를 담아낸 OST는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OST는 그가 작곡했던 40여 년 이상의 세월을 정리하면서, 특히 그가 명성을 가장 많이 쌓았던 1990년대 영화들을 회상해볼 수 있었다.

유일한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였던 <포레스트 검프>(1994년)나,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을 다룬 <콘택트>(1997년), 톰 행크스의 무인도 탈출 사투를 담은 <캐스트 어웨이>(2000년)에서 들을 수 있는 감성적인 음악부터, 이번 영화에서 꽤 중요하게 나온 '쥐'가 사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코미디 영화 <마우스 헌트>(1997년)처럼 아기자기하게 짜인 오케스트라 음악도 들을 수 있었다.

이 OST들은 '워머신'을 연기한 돈 치들의 초기 작품인 화산 재난 영화 <볼케이노>(1997년)에서 용암을 막기 위한 인물들의 비장미 넘치는 순간이, 지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에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스톰 브레이커'를 만드는 과정으로 재해석 된 것을 연상케 했다.
앨런 실베스트리가 발표한 이번 영화의 OST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트랙들은 영화에서도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순간들이었다. 'Portals'가 나오는 대목은 마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년)의 '펠렌노르 평원 전투'를 떠올리게 했는데, 이 곡은 앨런 실베스트리가 참여한 <어벤져스>에서 '뉴욕 전투' 당시 한자리에 모이는 '어벤져스' 멤버들의 롱테이크 장면에 사용한 음악을 편곡해 완성했다.

'MCU' 팬들의 눈물을 이끌어 낸 장례식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The Real Hero'도 그의 90년대 영화들에서 들을 수 있는 선율을 편곡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단순히 꽉찬 오케스트라만이 관객의 마음을 울리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 앨런 실베스트리의 장점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끝나자마자, 적재적소로 '기타' 한 대만을 사용하면서 분위기를 조절하는 순간은 전체적인 영화의 품격을 높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장 공을 들인 순간은 쿠키 영상보다 더 여운을 안겨준 엔드 크레딧 영상의 타이틀 곡인 'Main on End'다.

자신이 작곡했던 <퍼스트 어벤져>의 '캡틴 아메리카' 테마나 <어벤져스>의 '메인 테마'가 함께 편곡되어, 자신이 참여했던 그 어떤 영화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가장 웅장한 사운드로 구성된 이 음악은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 대한 헌사로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마블'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축복과도 같은 작품이 됐다.

할리우드를 이끈 대중 상업영화 대표 음악감독 중 하나임에도, 아직 오스카 트로피가 없는 그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두 번은 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작곡에 임한 것도 느껴졌다.

존 윌리엄스, 제리 골드스미스, 사카모토 류이치, 제임스 호너, 하워드 쇼어, 한스 짐머, 엔니오 모리꼬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마이클 지아치노 등 유명 영화음악 감독이 한 번쯤은 받았을 이 트로피의 영광이 이번에는 그에게 왔으면 좋겠다.

2019/04/23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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