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진짜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웠을까?

조회수 2019. 4.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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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요로나의 저주> (The Curse of La Llorona,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요로나의 저주>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3년 한 장의 영화 포스터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희대의 광고 카피를 만들어낸 <컨저링>이었다. 2천만 달러로 만들어진 영화는 전 세계 3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벌어들였고, 이 작품을 발판삼아 제임스 완 감독과 워너 브라더스의 자회사 뉴 라인 시네마는 자신만의 마블이나 DC 등 슈퍼히어로 영화에나 나올법한 '유니버스'를 창조했다.

이른바 '컨저링 유니버스'로, 지금까지 <애나벨>(2014년), <컨저링 2>(2016년),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년), <더 넌>(2018년)이 발표됐고, 같은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외전 영화가 바로 <요로나의 저주>다.

그래서 <요로나의 저주>의 포스터에는 '컨저링 유니버스 제임스 완 제작'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번에도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라는 카피를 통해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아쉽게도 제임스 완 감독이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 <아쿠아맨>(2018년)에 온 힘을 다 쏟았기 때문에, 그는 제작자로만 참여했고, 2016년 <더 메이든>으로 주목받은 마이클 차베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그는 <컨저링 3>(2020년)의 감독으로 지목받을 정도로 제임스 완의 신뢰를 받고 있다.
작품의 주요 시점은 <컨저링>의 이후인 197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주인공 '애나'(린다 카델리니)는 경찰인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 '크리스'(로만 크리스토우)와 딸 '사만다'(제이니-린 킨첸)를 키우는 '아동복지사'다.

직장과 가정에 모두 충실한 가운데, 종교를 믿지 않던 '애나'는 '패트리샤'(패트리시아 벨라즈퀘즈)의 집을 점검하던 중 두 소년이 벽장에 갇힌 것을 발견한다. 아동학대로 생각한 '애나'는 두 소년을 지켜주고자 보호시설로 옮기게 되지만, 두 소년은 강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만다.

'패트리샤'는 광기에 찬 나머지 "'요로나'(마리솔 라미레즈)의 저주가 네 아이들에게 올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정말로 두 아이들은 '요로나'에게 위협을 받게 된다. '요로나'는 멕시코에서 구전된 전설로, '요로나'는 스페인어로 '우는 여인'라는 뜻이다.

한 젊은 여인이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했고, 아이 두 명을 낳고 지내던 중,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도망가는 일이 발생한다. 궁핍해진 삶을 살던 여인은 아이를 모두 익사시킨 후, 펑펑 운 후 자신마저 강가에 몸을 던진다.
이후 어둠 속에서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혼자 밤 늦게 돌아다니면 '요로나(우는 여인)'가 잡아간다는 내용은 다양한 형태로 구전되어 전해졌다. 우는 아이들에게 겁을 먹여서 울음을 멈추게 하려는 이러한 전설은 만국 공통으로 존재하는데, 그래서였을까?

죽은 자를 기억하는 내용이 담긴 멕시코의 행사를 다뤘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2017년)가 '설 명절'을 앞둔 국내에서도 사랑받은 것처럼(<코코>에서는 '요로나'를 소재로 한 노래가 등장한다), <요로나의 저주>도 이상하게 한국의 정통 공포 장르물을 떠올리게 해준다.

마치 레전드 공포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 "이 전설은 ㅇㅇ도 ㅇㅇ군에서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라는 내레이션이 들릴 것만 같고, "이러한 시련을 겪은 후, 아이들이 한층 성장하고, 그 어머니 역시 성장할 수 있다"라는 교훈이라도 전해줄 것 같은 <요로나의 저주>가 가장 공포심을 극대화한 장치는 '소리'다.

이는 <컨저링>의 '박수 소리' 이후, '컨저링 유니버스'가 지금까지 가져온 일종의 법칙이다. 그래서 집에서 예고편을 보면 아무 감흥도 없던 장면들도, 영화관(특히 사운드 특화관)에서는 사운드 효과 하나만으로도 '고어 장면'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문제는 그 예고편을 최대한 안 보고 관람을 해야 "그나마 무섭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공개된 예고편의 공포 장면들이, 전체 영화 속 공포 장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예고편에서 순서만 짜 맞춘다면 그대로 한 작품이 완성될 정도다.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귀신의 집'에서 '귀신'이 나올 타이밍을 알고 있는 손님이, 오히려 '귀신'을 겁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어지니, 예고편은 절대 관람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더 아쉬운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먹던 팝콘을 쏟을 정도로 공포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렵다고는 말하기엔 다소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특히 전직 사제 '쿠란데로'(레이몬드 크루즈) 캐릭터는 '고구마'를 유발하게 해주는데, 예고편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두 팔을 펼치면서 "짜잔"이나 외치는 헛똑똑이처럼 연출됐다. 그저 '엑소시즘'이라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연관성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가라는 의심이 될 정도였다.

2019/04/18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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