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가 생일인 에디터가 본 영화 '생일'

조회수 2019. 4. 1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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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생일> (Birthday,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생일>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NEW
2014년 4월 16일,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에디터는 '내 생일'이 무언가 지인들에게 축하 인사하나 더 받고,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는 날로만 여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부터 에디터의 생일은 단순한 생일이 아니었다. 구조 수색이 벌어지던 그날 밤, 유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뉴스 속보를 통해 들으며, 에디터는 내 앞에 놓인 생일 케이크를 죄책감의 상징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그 죄책감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마음속에 있는 죄를 씻어내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날 이후 어떻게 '문화 쪽에서 글을 쓰는 에디터'가 된 에디터는 조금이나마 공연 현장에서 이뤄지는 '세월호 추모'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그로 인해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취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때론, 영화 <생일> 속 '순남'(전도연)처럼 잊고 지내고 싶기도 했지만, 그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지난해 이 시기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직 세월호 참사는 "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지언정, 아직 "왜?"냐는 의문점이 더 많은 사회적 현상이 담긴 사건이다.
2019년 우리는 묘하게 두 편의 상업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바로, 3월에 개봉한 <악질경찰>과 4월에 등장한 <생일>이었다. 상업영화를 '세월호 참사' 소재로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벌어진 참사를 떠올리게 만든 재난 영화들은 2016년 <부산행>, <터널> 등 두 편의 작품이 성공을 거뒀었고, 역시 그로 인해 일어난 촛불 집회를 연상케하는 영화들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난해 <물괴>, <창궐>이라는 콘텐츠로 공개됐었다.

물론 사람들은 작품에서 '실화'를 배경으로 할 때, 그 실화를 꼭 다뤄야 하는 기본적인 이유나 주제 의식, 그리고 그로 인해 작품을 보면서 당시의 참혹한 순간을 떠올리게 할 피해자, 유가족, 나아가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다는 걸 잘 안다.

이는 단순히 영화 뿐 아니라 공연 예술 분야, 혹은 '패러디', '풍자'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콘텐츠에 해당되는 '제작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 분야에서는 '치유 연극'이라는 주제와 함께 유가족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치면서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올해 등장한 상업영화 <악질경찰>은 그 줄타기에서 실패한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그렇게 흥행과는 멀어진 작품이 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미지만 남고, 왜 이 사건을 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작품에 명확히 녹여내지 못한 것이 제일 컸다.(<아저씨>(2010년)처럼 큰 액션 한 방이 없었던 것도 흥행 실패 요소 중 하나였다)

<생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도 이 참사 소식을 함께 들어야 했고, 가슴 한 구석에는 뭔지 모를 죄도 가지고 있었을 에디터 같은 관객들을 위로하는 내용도 함께 들어갔다.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자"라는 내용을 담기보다, 그 참사의 기억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면서 그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의도를 충실히 전달한다. 으레 '신파'라는 말이 담길법한 장면이 있을 것 같으면서도, <생일>은 철저히 음악을 배제하면서 온전히 배우들의 감정과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 위치에서 유가족을 연기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그저 멍하니 피사체를 바라보는 표정을 짓고, 딸 '예솔'(김보민)을 질책하면서도 다시 함께 울며, 그저 한 번만 도장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간절함이 넘치는 절규로 함께 연기한다.
<생일>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은 2015년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직접 가족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고, 동시에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 캠페인 참여 등 관련된 일에 지속해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본인이 직접 취재한 경험들이 온전히 담긴 결과물이었고, 묘하게 작품은 내레이션이 없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질 때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상영하는 화면비인 '시네마스코프 비율' 대신, HDTV의 비율에 가까운 '비스타비전 비율'로 작품을 풀어낸 것이다. 프레임 역시, 어떤 장면은 영화의 24프레임 대신, TV의 29프레임에 가깝게 촬영된 느낌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보인 순간은, 혹여나 그 때까지 자연스럽게 눈물이 눈가에 스며들지 않은 관객을 모두 울리게 할 마지막 '생일 파티'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담아온 방식과는 사뭇 다른 롱테이크로, 일종의 '살풀이' 같은 제의를 보여준 것이었다.
피해자는 그저 가해자나 제3자에 의해서 그에 따른 모습이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피해자다움'이라는 인식에 박혀, 그동안 참아내지 못했던 모든 이들의 눈물과 더불어,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아이의 증언 등 죄책감에 시달렸던 모든 이들이 한 번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정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에디터를 비롯한 아직도 다수의 관객이라면, 함께 눈물을 흘린 '정화'의 순간에도 깨닫고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 이것은 영화 <생일>의 메시지 외적인 문제이면서,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일이다.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과연 우리 사회에 내재한 다른 안전불감증이나,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자비한 횡포는 없었는가?"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핵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온전히' 이뤄졌는가?"

2019/04/05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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