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할 수 있지만, 이름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조회수 2019. 4.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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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샤잠! (Shazam!,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샤잠!>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 영화 <샤잠!>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샤잠!>이 처음 미국에서 공개될 때만 하더라도, 국내 관객의 기대치는 높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더 우먼>(2017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DC 확장 유니버스'(DCEU)에서 로튼 토마토 인증(4월 12일 현재 91%)을 받은 작품이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국내 언론 시사회를 통해 나온 첫 반응은 "엇갈리겠다"였다. 가장 큰 호불호의 요인은 영화가 '유치하다'라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유치하다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유치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봤다. 관객들이 어떤 행사나 사업을 '유치'(誘致)하는 의미로 생각했을 리는 만무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의미의 '유치'(幼稚)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텐데, 맞는 말이다.
<샤잠!>의 주인공인 '빌리 뱃슨'(애셔 앤젤)은 자신이 직접 "이제 막 15살(Basically 15)"이라고 말하는 청소년이다.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도 분명 있을 텐데, '빌리 뱃슨'은 자신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 계속해서 위탁 가정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 인물이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위탁 가정에서 또래 아이이자 '슈퍼히어로 덕후' 기질이 있는 '프레디 프리먼'(잭 딜런 그레이저)과 만나 주고받는 이야기는 심오하지도 않다. "슈퍼히어로의 힘이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투명인간 능력과 비행 능력 중 어떤 것을 가장 갖고 싶은 가였다.

그들에게 '슈퍼히어로'는 자신의 고뇌와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구해야 하기보다는 그저 능력을 통해 어디에 써먹을지에 관심이 많은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샤잠'이라는 마법사(디몬 하운수)가 '빌리 뱃슨'에게 나타나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능력을 부여하겠다는데, '빌리 뱃슨' 입장에서는 당황함이 역력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샤잠'(제커리 리바이)으로 변신해 처음 하는 행동들은 당연히 '수준이 낮음' 그 자체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빌리 뱃슨'보다 몇 살 더 나이가 많은 옆 동네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모습보다 더 심한데, 그가 나온 한 작품에서는 사람들을 구해주면서, 능력을 지녔을 때 나오는 책임감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싶었던 대목이 등장하기도 했다.

'빌리 뱃슨'과 '프레디 프리먼'은 장난을 치던 중 위기에 빠진 여성을 구해준다던가, 편의점에서 '성인'의 몸을 가졌기 때문에 청소년은 구매할 수 없는 맥주를 사려다 절도범들을 잡아준다던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각종 실험 결과 등을 그저 수입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온갖 유치한 행동을 다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힘으로 버스 사고를 일으키며, 동시에 나타난 빌런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와 첫 대면을 한 후 이 능력에서 나오는 후폭풍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학수고대하며 만난 친엄마와도 더는 인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빌리 뱃슨'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는 '시바나 박사'가 위협 중인 위탁 가족 아이들을 구하러 간다. 이 대목에서 '샤잠'의 톤은 이전과는 갑자기 판이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샤잠'은 다른 'DCEU' 캐릭터들로 영화에도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모습과는 비교될 정도로 무겁지 않다. 이 점은 당연히 지난 연말, 5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며 'DCEU'에 대한 기대치를 부풀게 한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이 될 리 없었다.

<아쿠아맨>에서 나오는 화려한 수중 전투 장면과 같은 액션이나, 캐릭터들의 신체적 매력이 비주얼로 극대화된 장면들이 <샤잠!>에서는 사실상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예산 자체가 약 2억 달러에서 약 1억 달러로 반 정도가 줄었기 때문에, 그렇게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매력은 '미국식 유머', 그러니까 배우들의 대화에서 나오는 '말맛'에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국내 번역이 잘 안 된 것인지, 그 매력이 둔탁하게 들려올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자막에 웃는 관객과 웃지 못하는 관객이 등장한 것도 당연했다.
한편, <샤잠!>은 DC 코믹스의 리부트 프로젝트인 <뉴 52(New 52)> 중 <저스티스 리그>에 들어 있는 크리스마스 장면(2012년) 중 '빌리 뱃슨'이 들어간 위탁 가정이 다인종으로 구성된 것을 모티브로 삼았고, 가족들이 '샤잠 패밀리'가 되는 장면(2013년) 또한 원작 코믹스에 있는 장면을 재구성한 것이다.

'샤잠 패밀리'의 등장을 놓고 <파워레인저>가 아니냐라는 우스개도 들어 있지만, 엄연히 이 역시 원작에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비아냥이다.

그렇다면, '시바나'와의 대결을 통해 한층 성장해졌지만, 개그감은 유지 중인 '샤잠'과 '샤잠 패밀리'는 어떤 활동을 할까? 한국에서는 개봉 2주차만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지만, <샤잠!>은 이미 2주차를 앞두고 전 세계 2억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거둬들이면서 속편 제작을 확정했다.
그리고 주요 제작진과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그대로 참여하게 됐다. 주로 어둡고, 침침한 영화들과 과도한 슬로우모션 사용이라는 비장미를 이어 온 최근 'DCEU'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이는 'DCEU'를 망가뜨리는 데 결정적인 공(과도한 제작 간섭 등)을 했으나, 성추문으로 인해 자진 사퇴한 케빈 츠지하라 워너 브라더스 전 CEO의 영향도 컸다. 물론, 앞으로 'DC 영화'들은 올해 개봉하는 <조커>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라이트 아웃>(2016년)이나,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년)처럼 공포 영화를 주로 만들었고, 그러한 공포 영화들의 코드들을 자연스럽게 섞은('애나벨' 인형이 초반 가게 장면에 이스터에그처럼 등장한다)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만들고, <아쿠아맨>으로 'DCEU'의 구원투수가 된 제임스 완이 합심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 적어도 '이름 하나만 기억해달라'라는 그 프로젝트보다는 더 잘 나올 것이라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2019/03/29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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