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부진 겪은 아기 코끼리, 이유는?

조회수 2019. 4. 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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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덤보> (Dumbo,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덤보>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억 7천만 달러라는 '대규모 예산'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덤보>는 그만큼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4월 5일 현재 전 세계 수입 1억 2,945만 달러). 같은 '디즈니 라이브 액션' 선배인 <미녀와 야수>(2017년), <정글 북>(2016년)과 유사한 예산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이 벌어들인 '최소 9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가져가기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근 '폭스'를 완전히 인수한 디즈니 입장에서야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성공하면 적자를 만회할 수 있겠지만, 야심 차게 진행 중인 '디즈니 라이브 액션' 작품이 또다시 실패하면 여러모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덤보> 이후에 5월 개봉 예정인 다음 '디즈니 라이브 액션' 작품, <알라딘> 예고편에서 '지니'를 연기한 윌 스미스의 CG가 어색하다는 다수 팬의 의견 때문에 부랴부랴 <겨울왕국 2>의 예고편을 공개하며 위기를 넘긴 것이었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만들어진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작품을 다시 한번 영화로 만들어내면서, 옛 향수는 물론이며, 새로운 팬층을 확보해 기존 애니메이션 작품까지 관심을 두게 하려는 일거양득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덤보>는 무언가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한 작품이 됐다.
<덤보>는 최근 흥행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1941년 원작 애니메이션을 가져왔다. 가장 오래된 만큼, 국내에서나 외국에서나 원작을 접한 연령층이 높다는 점은 관객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은 요소가 됐다.

1990년대 개봉해 현재의 30~40대 관객도 즐길 수 있었던 영화 <미녀와 야수>, 여름철에 개봉해 모험 어드벤쳐와 더불어 CG 기술의 성취를 마음껏 뽐낸 <정글 북>, 아니면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은 '곰돌이 푸'의 이야기를 담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2018년)와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도 국내 흥행에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극장가 비수기인 3월에 개봉한 것도 한 몫을 하긴 했다.

물론 이런 외부적인 악재와 더불어 내부적인 악재도 존재했는데, 가장 큰 우려는 감독 '팀 버튼'이었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속에 절묘하게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를 녹여낸 감독으로 잘 알려진 '팀 버튼'은 이상하게 <덤보>에서 만큼은 절제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초기 '디즈니 라이브 액션'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년)가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렸던 것 때문에, 감독 스스로가 절제를 원한 것인지, 아니면 디즈니 내부의 요구사항인지는 모르겠으나, 팀 버튼 감독은 안전한 노선을 선택했다. 신비한 이미지는 유지됐으나, 내용은 그답지 않게 평범한 구성이 돼버린 셈이다.

이는 1940년대 원작과 다른 각색도 한몫을 했다. 원작이 '덤보'와 동료 쥐 '티모시'의 모험을 다루면서, 이 두 캐릭터를 통해 서로의 다름과 차이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면, 이 작품은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 '덤보'의 독립 과정 등을 동시에 교차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약 2배 가까운 상영 시간이 증가가 되면서, 이야기 구조는 중심 뼈대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산만해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팀 버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 내용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최근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해 사살된 사건을 통해, 희귀 동물이 인간에 의해 사육되어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한 것인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한쪽 팔을 잃은 서커스 스타이자 아버지 '홀트'(콜린 파렐)와 두 아이들이 가족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것인지, 'V.A. 반데비어'(마이클 키튼)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합병과 이로 인한 대량 실직 사례를 보여주면서, '폭스' 직원을 수천 명 해고하기로 결정한 '디즈니'를 셀프 디스하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덤보>는 돈을 쓴 만큼 미덕을 보여주는 장면이 꽤 있다. 1억 7천만 달러의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덤보'의 비행이나, 대니 앨프먼 음악감독의 '베이비 마인' 곡이 흘러나오면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모성애 장면' 등 CG 효과나, 수백 명의 연기자들이 동원된 실제 서커스 세트의 모습은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또한, 마이클 키튼, 대니 드비토, 에바 그린 등 '팀 버튼 사단'이라 부를 수 있는 주요 배우들의 '함정 없는 연기'는 인상적이며, 돈을 쓴 미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2019/03/27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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