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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에도 '캡틴 마블'이 있다면?

조회수 2019. 4. 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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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RBG,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표지 및 이하 사진 ⓒ 영화사 진진
영화 <캡틴 마블>(2019년)에서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는 "여자가 어디서"라는 유리 천장을 깨부수면서 당당하게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한다. 실제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 전투기 조종사'는 드물었는데, 이러한 일이 현재는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게 해준 인물이 바로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다.

86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상,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현재 '영화계의 화두'를 대변했다.

영화는 연대기별 나열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을 통해, '다큐멘터리'라면 진부하고 따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긴즈버그에 열광하는 이유와 과거 사례를 보여주면서, 청년들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인 소수 의견에 존중하고 당당한 의견을 낼 수 있게 됐는지를 담아낸 연출법이었다.

<캡틴 마블> 상영 당시, 어린 관객이 주먹을 불끈 쥐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정으로 극장을 빠져나간 모습을 봤던 것이 떠올려졌던 순간이었다.
긴즈버그의 인생은 편견과 차별로 점철된 세상을 뒤엎는 일로 가득했다. 1950년대 미국의 여성 차별은 심각했는데, 법조인을 꿈꿨던 긴즈버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으나, "여성들은 열람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경비원의 말과 동시에 "남자들이 앉을 자리를 빼앗았다"라는 비아냥을 견뎌야 했다.

'하버드 로스쿨' 재학 당시 '상위 5% 성적'의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로 리뷰' 편집인까지 지냈던 긴즈버그에게, 손녀의 "이제는 자기가 다니는 로스쿨의 남녀 성비가 비슷해졌다"라는 말은 감동을 안겨줬다.

이후 '육아 여성'인 '유대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여러 곳의 로펌 취업이 막히고, 간신히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긴즈버그는 '악명 높은'이라는 수식어에는 맞지 않게 '상식적으로 지금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사건'들의 재판을 맡아냈다. 작품에서는 4가지 주요 재판이 등장한다.

기혼 여성인 공군 소위가 기혼 남성이 받는 주택 수당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승리한 '프론티에로 대 리처드슨 사건'(1973년)을 통해 긴즈버그는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달라는 것 뿐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두 번째 사건은 1975년 '와인버거 대 와이젠펠드 사건'이다. 아내를 병으로 잃고 아들을 혼자 키워야 하는 '남성 가정주부'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보육수당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변호를 맡은 긴즈버그는 "성차별은 모든 '국민'에게 해가 된다"라는 본인의 생각을 입증해냈다.

세 번째 사건인 1995년 '미합중국 대 버지니아주 사건'은 버지니아 군사 대학이 '남자 생도'만 받는 것에 대해 한 여학생이 위법을 제기한 사건이다. 긴즈버그는 "여성의 뜻과 성취와 참여는 제한될 수 없으며, 여성도 능력에 근거해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결문을 작성했고, 시간이 지나 버지니아 군사 대학은 다수의 여성 생도를 배출한 곳이 됐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2007년 '릴리 레드베터 대 굿이어 사건'이다. 회사 직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 차별을 받아온 것을 알게 되어 회사를 고소하게 됐으나, 대법원 자체는 '고소를 늦게 제기'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긴즈버그는 반대 의견을 통해 "대법원이 범한 오류를 의회가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고, 2009년 의회의 '릴리 레드베터 공정임금법'을 통과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임금 차별을 받은 여성이 회사를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이처럼 4가지 주요 재판을 통해서 긴즈버그는 단순히 '특정 성별'이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음을 보여줬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는데,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남편이자 스스로 '퍼스트 젠틀맨'을 자청하던 마티 긴즈버그의 지지도 작품에선 주요하게 다뤄졌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가사 분담'을 통해서 가정의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존경했던 모습은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감동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긴즈버그는 현재의 10대~20대 앞에서도 말을 이어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단순히 자신의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어주는 것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 특히 쇼 프로그램인 <SNL>에서 자신을 풍자하는 모습을 볼 때 함께 웃으면서도, '사회적 강자에 대한' 풍자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줄곧 긴즈버그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하는 장면을 담아냈는데, 아직 자신의 삶이 다할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작품은 관객에게 외친다. 긴즈버그의 정신이 단순히 미국인 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2019/02/24 CGV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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