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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어떤 떡밥을 던져 놓았나?

조회수 2019. 3. 3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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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어스> (U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어스> 표지 및 이하 사진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 영화 <어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겟 아웃>(2017년)을 연출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받아, 단숨에 '공포 영화의 차세대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조던 필 감독이 <어스>를 통해 돌아왔다.

서로를 불신하거나, 두려워하는 시대에서, 어쩌면 그 괴물이 우리 내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인종차별에서 이야기를 더 확장했다. 그는 <겟 아웃>처럼, 종교부터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이 사회를 풍자했다.

조던 필 감독은 <겟 아웃>으로 크게 두 가지 인종차별의 사례를 동시에 담고자 했는데, 하나는 직접 말이나 표정 등을 통해 인종 차별적 행위를 하는 경우이며, "오바마를 세 번이라도 찍고 싶다"는 대사처럼 겉으로는 평등을 외치며 살갑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그들을 꺼리거나 능력을 훔치고 싶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어스>는 어떻게 내용을 확장했을까? 조던 필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는 확고하게 영화에 집어넣었지만, 모든 판단과 해석은 관객에게 맡긴다고 말한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1980년대 '인간 띠 잇기 행사'인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Hands Across America)'를 모티브로 한 <어스>는 소외된 사람들의 시선을 담아내고자 했다. 당시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는 뉴욕부터 캘리포니아 롱 비치까지 미국을 횡단하는 주요 거점 도시에서, 약 6,500만 명이 15분 동안 참여한 행사였다.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는 기독교 복음주의를 정치화해, 수정헌법 제1조인 '자유로운 종교 활동'과 어긋나는 통치, 흑인을 비롯한 유색 인종을 암암리에 탄압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참여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특히 본토로부터 '소외된' 감정을 받았다는 '하와이주'의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의원에게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노우에 상원의원은 "하와이 사람들도 미국인이다(Hawaiians are Americans, Too!)"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영화 대사인 "We Are Americans(우리는 미국인이다)"로 고스란히 바뀌어 전달됐다.

그리고 N.W.A의 1988년 명곡이자, 이후 시위를 진행한 흑인들이 진압하는 경찰 앞에서 부르는 일종의 '민중가요'가 된 'Fuck Tha Police(경찰 엿 먹어)'를 넣어 인종 차별 문제를 우회적으로 소개했다.

(참고로 이 노래가 나오게 만든 원흉(?)인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햄릿'의 연인으로 알려졌지만, 그리스어로 '도움이 되는 사람'을 뜻한다)
또한, <어스>는 이민자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는데, '도플갱어'에게 추적당하던 가족 중 한 명이 "멕시코로 가자"라는 말을 한다. 영화의 제목이 '1인칭 복수 목적격'인 'Us(우리를)'를 뜻하기도 하지만, '이민자가 세운 나라'인 미국의 국가 코드(U.S.)이기도 한 것은 감독의 이러한 의도가 담겨있음을 보여준다.

가족 중 막내가 "우리는 미국인이다" 이후에 "이것은 우리야"(It's Us)라고 하는데, "이게 미국이야"(It's U.S.)라는 대사로 읽힐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이게 나라냐"라는 메시지와 같다.

그리고 <어스>에서는 구약성경 <예레미야> 11장 11절을 의미하는 상징을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해당 부분은 '여호와'가 자신의 언약을 듣지 않고, 다른 신을 '우상'으로 섬겼다는 이유로 현재의 이스라엘 지역인 '유다 왕국'에 재앙을 내린다고 경고한 내용이다.
<예레미야>를 작성한 '예레미야'는 '여호와'의 심판은 없을 것이라는 '유다' 제사장이나 대중 앞에서 계속해서 심판을 주장해왔고, 이로 인해 웅덩이에 갇히거나, 다른 선지자인 '하나냐'로부터 모욕을 듣고, 거짓된 선지자라며 이집트로 끌려가는 등 고난을 겪었다.

결국, '유다 왕국'은 기원전 587년 무렵 '바빌로니아 제국(바빌론)'의 침략으로 인해 멸망됐는데, '예레미야'는 자기 민족이 징벌당하는 것을 보며 비통해했고, 이는 그에게 '눈물의 예언자'라는 별칭을 얻게 했다.

<어스>에서도 '예레미야'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랑자' 취급을 받던 한 남자가 "예레미야 11장 11절"이라는 푯말을 들으며 경고했지만,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가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도 작품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여기에 촬영을 앞두고 조던 필 감독은 출연 배우들에게 10편의 공포 영화(<새>(1963년), <샤이닝>(1980년), <환생>(1991년), <퍼니 게임>(1997년), <식스 센스>(1999년), <장화, 홍련>(2003년),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년), <렛 미 인>(2008년), <바바둑>(2014년), <팔로우>(2014년)를 볼 것을 권했고, 이 작품들은 골고루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한 가족이 호숫가 별장으로 향하는 장면은 <퍼니 게임>을, 바닷가에서 일어난 일들은 <새>를, 가위를 통한 살인 장면은 <환생>을, '토끼장'이 나오는 대칭적 구조의 오프닝이나, 롱테이크와 스테디캠을 이용한 화면 구성이나 배우들의 내적 변화는 <샤이닝>을, 자신의 아들을 지켜가고자 하는 사투는 <바바둑>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1970~90년대 대중문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와 <죠스>(1975년)의 티셔츠에 연결 고리를 느낄 수 있으며, <나 홀로 집에>(1990년)의 상황 묘사에는 웃음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초반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광고가 나오는 TV '왼쪽'에는 지하 터널에서 공격하는 괴생명체를 다룬 공포영화 <C.H.U.D.>(1984년)의 비디오 테이프가, TV '오른쪽'에는 땅 위와 하늘을 다룬 모험 영화 <필사의 도전>(1983년)의 비디오 테이프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서 '도플갱어'들과 '지상 위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시켜주는 장면이었다.

한편, 남편 '게이브 윌슨'을 맡은 윈스턴 듀크의 코믹한 모습은 극에 잘 어울리며, 코미디 배우인 조던 필 감독이 메가폰을 던지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냐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였을까? 절묘하게 영화는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할로윈 에피소드'들을 실사로 보는 느낌을 주는데, 아내 '애들레이드 윌슨'을 연기한 루피타 뇽이 '마지 심슨', 윈스턴 듀크가 '호머 심슨'처럼 보였다.

루피타 뇽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과 그 트라우마로 태어난 인물까지, 뛰어난 1인 2역 연기를 선보였는데, 이른 예측이지만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로 만나길 바란다.

여성 배우가 '공포' 장르에서 오스카를 받은 작품이 꽤 오래전의 일인 것 같다. <미저리>(1990년)의 캐시 베이츠나 <양들의 침묵>(1991년)의 조디 포스터를 잇는 수상 계보를 간절히 바라는 시점에, 지난해 유력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군에 포함됐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에밀리 블런트나, <유전>의 토니 콜렛이 가지 못한 길을 걷기를 소망한다.

2019/03/27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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