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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XX파티부터 언론 장악까지, 어디서 봤죠?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그때 그들> (Loro, 2018)
정색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그때 그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탈리아 세리에A 'AC 밀란'의 전 구단주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축구팀 구단주'보다 더 큰 '직함'이 있었고, 더 큰 '악명'을 떨친 인물이었다.

1932년 은행원의 아들로 태어나, 1960년대 건설업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다졌던 그는 1970년대 '민영방송'을 만들면서 영향력을 확고하게 다졌다. 이후 뉴스 등을 보도하는 방송국, 잡지나 신문을 발행하는 출판사, 영화 제작 및 배급사는 기본이며, 금융 서비스와 슈퍼마켓 체인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세계적 재력가'가 된다.

그리고 그는 본격적으로 1994년부터 정계에 입문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우파' 총리가 된다. 평소 '이탈리아 파시즘'의 정점을 보여준 '베니토 무솔리니'를 존경한다고 밝힌 그는 이후 2011년까지 4차에 걸친 집권을 해왔는데, 덕분에 이탈리아는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경제, 정치적 행보를 보여줬다.

source : 영화 <그때 그들> 표지 및 이하 사진 ⓒ 영화사 진진

더군다나 그의 집권 후반기 지지율은 언론 장악, 마피아 결탁, 여성 편력, 탈세 등 다양한 사건들이 꾸준히 터지면서 점차 하락세로 돌아서게 됐다.

결국,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2011년 '원자력 발전 재개'와 '수자원 공급 민영화', '공직자 면책특권 유지' 등을 묻는 '국민투표'가 모두 부결된 이후, 야심차게 내 놓은 경제개혁안도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그해 11월 총리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이러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 <그때 그들>의 연출을 맡은 이는, <일 디보>(2008년)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그레이트 뷰티>(2013년)로 생애 첫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조수미가 주제가를 불러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유스>(2015년)를 연출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었다.

독특한 미장센을 통해 '보기 힘든 상황'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며, 동시에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는 특징이 그의 연출 세계 중 하나인데, <그때 그들>에서는 '선정적인 장면'들을 157분이라는 긴 시간에 꾸준히 보여준다.

작품은 별장 안에 들어온 한 마리 양이 음소거 된 TV에 나오는 선정적인 쇼 프로그램(아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이지 않을까?)을 바라보던 중 에어컨의 온도가 0도로 떨어지는 순간 목숨을 잃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이 작품이 '우화'이면서, 앞으로 작품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후 작품은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전개되는데(현재 상영 버전은 '인터내셔널 컷' 버전이며 50분이 추가된 확장판이 추가 상영된다, 그가 잠시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시기인 2006년부터 '라퀼라 지진'이 일어난 2009년까지를 배경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에서는 이탈리아를 '장화 모양'으로 떠올릴 때, 뒷발굽에 있는 소도시 '타란토'에서 겉으로는 '연예 기획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지방 권력자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해주는 인물 '세르조 모라'(리카르토 스카마르치오)가 '급식 계약'을 따내기 위해 배 위에서 '성 상납'하는 장면을 담아준다.

그러더니 '세르조 모라'가 업계 거물이 되고자, '베를루스코니'(토니 세르빌로)의 주의를 끌려고 여성들을 스카우트해 '실비오'가 사는 저택 근처 '사르데냐섬 별장'에서 마약 섹스 파티를 펼치는 장면을 슬로우모션 등 다양하면서 적나라한 화면 설정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실비오'가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6명의 위원을 포섭,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각종 스캔들로 점철된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품은 '실비오'의 아내 '베로니카 라리오'(엘레나 소피아 리치)가 '캄보디아' 도보 여행이라는 구실로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세르조 모라'가 다시 '실비오'를 위해 자신이 모을 수 있는 많은 여성을 모아 놓고 파티를 열게 되나, 그 파티에 참여한 20세 여성 '스텔라'(앨리스 파가니)는 '실비오'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그저 70대 할아버지의 냄새가 난다"라는 말을 남기곤 캐리어를 끌고 사라진다.

덕분에 자칭인지 타칭인지 모르겠으나, 스스로 "가장 섹시한 정치인"이라고 언급한 '실비오'는 홀로 남아 '두려움'을 경험한다. 실제로 동면과 불멸에 대한 연구 자금을 댔다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게 '늙어지는 것'과 '죽음'은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두려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이내 작품은 그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난 '라퀼라 지진'을 보여준다. 게다가 '실비오'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한 노인이 '틀니'를 두고 피신했다는 말을 하는데, 하필이면 '스텔라'와 있을 때 나온 "(할아버지와) 같은 틀니 세척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떠올리게 해준다.

설상가상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베로니카 라리오'가 이혼을 선언하게 되면서(실제 이혼 선언은 2014년에 이뤄졌다), '실비오'는 저택에서 홀로 사는 상황이 되고 만다.

10대 슈퍼모델의 생일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돌린다거나, 'AC 밀란' 유니폼을 리폼한듯한 옷을 입은 여성이 노골적인 춤을 추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천박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말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2막은 이상하게(?) 지진으로 무너진 성당에서 예수의 석상을 꺼내는 것과 꺼낸 이후 인부들이 처연하게 앉아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앞서 첫 장면인 별장 안 한 마리 양과 연결이 되는데, 유월절에 '어린 양'이 제물로 바쳐지듯, 양의 죽음은 지진으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수'처럼 자신을 희생해 구원해 줄 인물을 갈구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공인답게 활동하고 올바른 정책을 펼쳤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을 표출한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엔 없지만, '라퀼라 지진' 당시 한 과학자가 여러 차례 미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측해 정부에 경고까지 했으나, 무시됐다는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또한, 영화는 현재 이탈리아의 가장 큰 문제점인 하나인 남부와 북부의 갈등을 녹여내면서, 그들이 겪는 '불안감'을 담아내고자 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두려움이 있는데,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지배하는 무력감과 영웅주의, 북부 지역에 남아 있는 불안한 형태의 칼뱅주의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탈리아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그때 그들>이 개봉한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공교롭게 영화에 등장한 모든 악행이 함축적으로 응집되어 폭발하고 있다. <그때 그들>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만이 겉모습에 속는다"라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대사가 등장한다. 그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미묘한 선을 잘 탔다고 믿는 '신화적 이미지'가 이탈리아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그의 발언을 곱씹으며, 이번 '사회적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단순한 꼬리 자르기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지는 사건이 되길 바라며.

2019/03/13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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