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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문서'는 쓰고 일 하시나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내가 사는 세상> (Back from the Beat, 2018)
열일
글 : 양미르 에디터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려 CGV 아트하우스 - 창작지원상을 받았으며,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초대받았던 작품 <내가 사는 세상>은 전태일 47주기 대구시민 노동문화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민예총 대구지회에서 제작한 청년들의 노동 문제를 다룬 독립 영화다.

DJ를 꿈꾸지만, 현재는 퀵서비스로 돈을 버는 청년 '민규'(곽민규), 아티스트를 꿈꾸지만, 현재는 학원 미술 강사로 일하는 청년 '시은'(김시은)을 중심축으로 잡은 작품은, 두 청년의 노동 환경을 통해 우리의 청년 세대는 어디로 가는지를 담아낸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들의 현실은 영화가 보여준 '흑백 화면'처럼 새까맣다.

source : 영화 <내가 사는 세상> 표지 및 이하 사진 ⓒ 인디스토리

'민규'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로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의 돈이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 4대 보험은 제대로 나가고 있는지 알 겨를도 없으며, "바쁜데 알아서 챙겨주셨겠지"라는 말로 얼버무리려 한다. 그 정도로 무심한 '민규'에게 그 옆에 있는 동료는 부당한 일임을 깨닫고 거리에서 노무사 무료 상담을 받게 된다.

회사로 돌아온 '민규'와 동료에게 상사는 '갑질'로 모든 것을 넘기려 하고, 동료는 욕을 하면서 일을 때려치운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한국영화에서 가장 후련한 장면이자, 가장 속이 썩어지는 장면이었다.

왜냐하면 노동청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이 먹혀서 두 사람에겐 돈이 들어오지만 동시에 실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불꽃놀이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씁쓸함을 달래본다. 그들이 쏘아올린 여러 줄기의 불꽃은, 흑백 화면에서, 붉은 점이 아닌 하얀 점으로 빛나며 피어올랐다.

정당하지 않은 노동의 상황은 '시은'에게도 이어진다. 시간 외 근무로, 입시 준비 중인 학생들을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인데, 당연히 추가수당을 줄 리는 만무하다. 솔직히 그런 상황이라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사람이 붓부터 때려 던지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이러한 청춘들의 주저리를 듣고 나면 일부 관객들은 "어휴, 당연히 근로계약서도 작성 요청을 하고, 돈도 제대로 달라고 해야지. 이것들 호구 아니야? 그렇게 힘들면 때려 치워"라고 마음 놓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 청춘들은 그러한 말조차 쉽게 꺼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의 제목은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연하게도 이 작품에서는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해결책을 만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도 딱히 없어 보인다. 그들의 해결책을 들어주는 것이 이 작품의 중요한 의미가 될 테니.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 <호명인생>(2008년), <그림자도 없다>(2011년) 등 노동 관련 독립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최창환 감독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연출한 가장 긴 상영 시간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는 시사회 자리에서 "지금도 비정규직이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시스템의 문제로 아직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작품의 연출 의미를 밝혔다. 혹시나 해서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 아직도 근로계약서를 안 쓰고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의 종류와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든 꼭 작성하시라.

2019/02/28 인디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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