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할건데 사랑은 하지 않았답니다?

조회수 2019. 3. 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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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어쩌다, 결혼> (Trade Your Lov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어쩌다, 결혼> 표지 및 이하 사진 ⓒ CGV 아트하우스
* 영화 <어쩌다, 결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기술·가정 수업 시간 칠판에 적혀있을 문구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어쩌다, 결혼>은 수업 시간에는 볼 수 있는 종류의 '결혼'과는 다른 형태의 '결혼'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교과서에 적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한 후에 이뤄지는 '연애결혼'으로 정의했고, 몇몇 학자들은 다른 의미로 '결혼'을 정의했다. 예를 들어, 여성학자 크리스틴 델피는 여성의 노동력이 남편에 의해 착취되는 '노동계약'을,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여성들의 교환으로 이뤄지는 '남성 집단의 통합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어쩌다, 결혼>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공이 결혼하려는 이유는 위 정의와는 또 다르다.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살고는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결혼의 압박을 은근히 받았던 육상 선수 출신의 계약직 체대 조교 '박해주'(고성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으나 그렇게 된다면 아버지로부터 재산 상속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난처해진 항공사 오너 2세 '정성석'(김동욱)의 선택은 '계약 결혼'이었다. 3년만 결혼하는 '척'을 하고 깨끗하게 헤어지는 '조건 결혼'인 셈이었다.

당연히 대중에겐 낯선 소재일 수밖에 없다. 결혼하는 척하는 사람들이 결국엔 이어지는 작품들만 해도 꽤 등장했기 때문에, 이 작품은 그 클리셰를 박살 내는데 나름 성공했다.
당연히 영화가 끝나고 나가는 관객의 대부분이 "쟤네들 왜 그래? 이해가 안 돼"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오히려 이 포인트가 역으로 더 좋았다고 본다. 애초에 둘 사이에 케미라곤 크게 보이지도 않는 인물들이니, 이어져 봤자 좋은 미래가 펼쳐질 리가 없다. 이 영화는 관찰 예능 속 '러브 라인'과는 거리가 멀어야 함이 옳았고, 그 선택을 지지한다.

물론, 이 영화는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을 엄청나게 깊게까지 끌고 갔다고 하기엔 살짝 부족함이 있다. 단순하게 비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닌데, 결혼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훑어주는 정도에서 끝이 난다.

하지만 "어머 당연히 너는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해. 안그럼 너는 개루저야"라고 말하는 시기 자체가 끝난 상황이니, 그래서 작품의 제목이 <어쩌다, 결혼>이다로 생각을 바꾸게 됐다. '어쩌다 나이가 되니' 결혼을 하게 되는 세상은 현재의 젊은 세대에서 끝이 나지 않을까?
하필 이 시점에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져, 인구 감소 시점이 더 앞당겨졌다는 기사를 확인했다. 지금 같은 사회에 딱히 충격적인 소식으로 들려지지도 않겠지만, 개인의 자유를 그만큼 존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이 세상에, 이 영화가 나온 것은 그래서 참으로 반갑다.

이런 의미들을 제외하고 <어쩌다, 결혼>은 두 주연 배우인 김동욱과 고성희를 위한 영화였다. 그만큼 배우의 연기가 중요시되는 영화였고, 두 배우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에서 활약을 펼쳤다. 또한, 다시 싱글로 돌아오게 된 '송미연'을 맡은 황보라의 활약은 약방의 감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의 소동극처럼 펼쳐지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마치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한편, 2월 극장가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증인>과 <사바하>의 주연 배우인 정우성과 이정재를 카메오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신기한 광경이었다.

2019/02/27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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