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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왜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할까?

조회수 2019. 2. 1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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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증인> (Innocent Witness,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증인>은 '선의'를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면 없이 담아낼 수 있는가를 꾸준히 고민하는, 이한 감독의 색채가 그대로 담긴 영화다. <완득이>(2011년), <우아한 거짓말>(2014년)이 특히 그러한 연출 작품들이었는데, <증인>에서 '지우'의 모습은 마치 <엑스맨> 시리즈의 '돌연변이' 캐릭터들을 연상케 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손가락질로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 만화처럼, '지우'는 자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입견'에 빠진 일부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내지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실 이 장면은 우리가 얼마나 '자폐 장애'에 대해서 무지한 것인가를 역으로 묻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주변에 '자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없다면, 대다수 대중이 '자폐 장애'에 대해서 알 방법은 <말아톤>(2005년)처럼 자폐를 다룬 영화 혹은 매스컴인데, 일부 콘텐츠의 경우에는 '자폐 장애인'을 희화하는 경우가 종종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그것은 TV일 수도 있고, 인터넷 방송일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증인>은 '희화화'라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이한 감독이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였다.
또한, 작품에는 몇 가지 이스터에그가 보였다.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일하는 로펌 회사는 광화문 광장 근처에 있으며, 덕분에 '순호'가 광화문 광장에서 통화하는 장면이 작품의 오프닝으로 등장한다.

쉽게 지나칠 수 있으나, 스며들듯 관객은 광화문 광장이 어떤 의미가 있는 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지우'의 동네 신문배급소를 유난히도 클로즈업해서 잡아줄 때가 있는데, 그 때 가장 크게 보이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표지는 묘하게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치들은 왜 작품에 등장했을까? 앞서 언급한 '선의'와 유사한 개념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한 감독은 '소통'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중요시하게 여겼다. 그리고 '순호'와 아버지 '길재'(박근형)과의 관계나, 검사 '희중'(이규형)이 '지우'에게 다가가는 모습에서 보여지듯, '소통'이 이뤄지려면 '상호 간의 배려'가 먼저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소통의 장', 그리고 두 신문의 가치관만큼이나,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대사로 떠먹여 줄 필요 없이 화면만으로 표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두 이스터에그 외에도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관련 재판이 등장하는데, 이는 2017년 국정감사에 등장하기까지 했던 사안인 만큼, 시의성을 놓치지 않고자 한 감독의 세밀함이 엿보였다.

하필이면 이 사건을 통해 대학 동창이면서, 민변 시절 동료였던 '수인'(송윤아)과 등을 져야 하는 설정을 만들어 내며,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게 한 것도 괜찮은 설정이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라는 '변호사 윤리강령' 첫 번째 항목에서 오는 가치 차이를 갈등의 소재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영주>를 본 후, "내년에 이 배우를 청룡영화상에서 또 만날 것 같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증인>은 이 생각을 굳게 해준 작품이 됐다. <증인>은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 '배우 김향기'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지우'라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소녀를 연기하면서, 동시에 섬세한 손짓과 눈짓, 그리고 표정과 딕션에서 나오는 연기는 쉽게 만들어질 수 없는 내공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김향기는 이를 완벽히 이행한다. 2년 연속 청룡영화상 수상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김향기와 더불어 정우성도 변신이 필요한 시기였다.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만 살펴보다 무거운 역할이 많았다.

포스터만 보더라도 모든 것이 '힘이 들어가서' 굳어 있는 표정이 많았고, <아수라>(2016년), <더 킹>(2017년), <강철비>(2017년), <인랑>(2018년)을 거치면서 한 번 정도는 '선한 인상'과 '힘을 좀 뺀' 캐릭터를 맡아도 되지 않겠냐는 시점에 만난 <증인>은 그에게 적절한 상황에 만난 단비와 같은 존재의 작품이었다.

자신에게 옳은 것은 무엇이고, 그러한 신념이 선의로 옮겨질 때 나오는 시너지는 무엇인가를 잘 아는 배우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다만, 그러한 선의를 법정물에서 보여줄 때는 좋은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갑자기 법정에서 변호사가 아닌 검사의 권한까지 넘어서려는 모습을 연출한 시나리오는, 혹여나 법정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판타지'에 가까운 장면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2019/01/24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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