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 노 '소련 뮤지션' 빅토르 최?

조회수 2019. 1. 10. 1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레토> (Leto, Summer,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레토> 이하 사진 ⓒ (주)엣나인필름, 세미콜론 스튜디오
외국 인사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겉으로는 한국의 위상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조금이라도 기사의 클릭을 유발해 돈을 벌기 위한 한국언론의 단골 질문이 있다. 바로 "두 유 노"로 시작되는 질문이다.

김치나 불고기는 기본이며, 영화나 감독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 전반적인 내용 등 해당 작품, 안건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는 질문들이 대다수다. 외국 인사의 입에서는 "꼭 먹고 싶다"라는 대답이나, "<올드보이>와 같은 작품을 재밌게 봤다"라는 대답이 나오곤 한다.

그중에서 기자가 현장에서 들었던 가장 어이없었던 질문은 2017년 3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내한 행사 중 스칼렛 요한슨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라는 내용이었다.
아직도 스칼렛 요한슨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후 "영화처럼 투명 슈트가 있다면, 청와대에 들어가 그 내용을 확인해주고 싶다"라는 우문현답이 기억나는 가운데, 이 시점에서 반대로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두 유 노 소련 뮤지션 '빅토르 최'?"

록 그룹 '키노'의 보컬이자, 고려인 후손으로 1962년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빅토르 최'에 대해, 사실 국내에선 크게 알려지진 않았다. 특히 그가 본격적인 활동을 진행한 1980년대 초중반, 한국과 소련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만 떠올린다면, 당연히 그의 노래를 듣는 것조차도 금기시된 일이었을 테니.

하지만 '빅토르 최'는 러시아 대중음악계의 레전드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정규앨범이 수입되어 발매되기도 했고, 한대수, 윤도현이 그의 곡을 번안해 부르기도 했다.
작품의 첫 장면은 1981년, 레닌그라드의 유일한 '합법 공연장'인 '레닌그라드 록 클럽'을 담아내는데, 분위기는 공연장치고 을씨년스럽다.

록 음악이 연주되는데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그 흔한 스탠딩도 할 수 없으며, '하트' 표시가 적힌 문구도 들어 올리면 당 지도원이 감시 끝에 내리라고 지시를 내린다. 사실상 '시체 관람'을 해야 하는 판국에, 주인공 '빅토르 최'(유태오)는 록스타 '마이크 나우멘코'(로만 빌릭)에게 자작곡을 들려주고, 두 사람은 음악적 교류를 하게 된다.

'여름'(Лето)이라는 의미의 제목 <레토>에서 보여지듯이, 이 작품은 1981년 초여름 무렵이자 냉전의 후반기, 서방 세계 문화가 어느 정도 들어온 소련의 젊은이들이 락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자유라는 뜨거운 희망과 꿈을 안고 산다는 내용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보통의 전기 영화와는 다른 특색을 보여주는데, 자유분방한 '빅토르 최'와 '마이크 나우멘코'처럼, 작품 역시 자유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흑백을 사용해 어두운 소련의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MTV 뮤직비디오처럼, '프레임 브레이크'를 통해 화면비를 뚫고 나오는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뮤지컬 장면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부연 설명을 '제4의 벽'을 통해 담아낸다.

흥미로운 뮤지컬 장면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을 마음껏 뿜어낸다. 예를 들면, 열차 안에서 '빅토르'와 '마이크'가 서방 음악을 연주한다고 욕을 하는 사람과 이에 동조하는 역무원과 대결하는 장면, 앞서 언급한 록 클럽에서 '스탠딩 콘서트'가 열리는 장면은 현실 소련에선 불가능한 일들이었지만, 두 주인공의 음악 세계가 저항과 자유,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연결고리를 제공해줬다.

한편, '빅토르 최'가 있던 그룹의 이름 '키노'는 영화나 영화관을 뜻하며, 공교롭게도 이 작품이 전하고 싶은 제작 의도와 묘하게 겹쳐진다.
이렇게 이데올로기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들의 갈망을 담은 음악 영화 <레토>는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는데, 정작 감독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레드카펫을 밟을 수 없었다.

영화 촬영 중인 2017년 '공금 횡령 혐의'로 가택 구금 조치를 받게 됐는데, '빅토르 최'의 영화를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는 공작이라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었다. 결국, 감독 없이 촬영이 재개됐으며, 영화는 칸 영화제에 정식으로 초청됐고, 출연 배우들은 레드카펫에서 항의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레토>에서 '빅토르 최'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는 직접 오디션 영상을 제작해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그는 러시아어 연기는 물론 노래까지 직접 소화하며, 큰 인상을 심어줬다.

앞으로 국내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와 영화 <버티고>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유태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2019/01/04 CGV 여의도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