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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신파는 해외로 뻗어간다

조회수 2018. 12.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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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모어 댄 블루> (比悲傷更悲傷的故事, More than Blu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모어 댄 블루> 이하 사진 ⓒ 오드
2009년 개봉한 권상우, 이보영, 이범수 주연의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최루탄보다 더 강력한 '사랑'이라는 신파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며 관객에게 눈물을 쏟게 했다.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주제가와 더불어 사랑과 이별에 대한 베스트셀러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1992년)로 등단한 원태연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만큼, 작품은 확실한 장단점을 보유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국 신파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대만으로 리메이크되어 공개됐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한국 작품이 리메이크된 사례로 <조용한 가족>(1998년/2001년 일본 <카타쿠리가의 행복>)처럼 블랙코미디 장르이거나, <아저씨>(2010년/2016년 인도 <록키 핸썸>)처럼 액션 장르이거나, <블라인드>(2011년/2016년 중국 <나는 증인이다>)처럼 범죄 스릴러 장르이거나, <수상한 그녀>(2013년/2014년 중국 <20세여 다시 한번>, 2015년 베트남 <내가 니 할매다>, 2016년 일본 <수상한 그녀>)처럼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경우는 있었지만, 신파성 멜로 작품은 이번 사례가 사실상 처음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대만 로맨스는 한국과 다른 맛으로 팬들에게 다가왔으며, 이는 로맨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일종의 믿고 보는 계보로 남아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처럼 음악과 판타지를 기본으로 한 색다른 로맨스가 있었고, 수화를 사용해 장애를 딛고 사랑의 여운을 남겼던 <청설>(2009년)이 있었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년)나 <나의 소녀시대>(2015년), <카페 6>(2016년), <안녕, 나의 소녀>(2017년)처럼 첫사랑에 대한 기억들이 가득한 '복고 정서'를 이용한 작품들이 있었다.

이렇게 계보를 나열하다 보니, 어느 순간 대만 로맨스는 참신함을 조금씩 잃어가고 말았다. 'TV 드라마'라는 좋은 대체제가 있거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나, <봄날은 간다>(2001년)처럼 좋은 충무로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고갈되어서인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7년)와 같은 일본 작품의 리메이크가 등장한 한국처럼.

그래서일까? 이번에 날아온 새로운 대만 로맨스는 '한국의 신파'였고, 적어도 대만에서는 파급력이 있었다. 지난 11월 30일 개봉해, 2018년 대만 박스오피스 오프닝 1위를 기록해 흥행 순항을 이어간 것이었다.
물론 그 원동력은 권상우가 연기한 '케이'를 맡은 류이호와 이보영이 연기한 '크림'을 맡은 진의함 덕분이었다. 드라마 <연애의 조건>(2011년)으로 데뷔한 이후 대만의 청춘스타로 도약했고, 국내에서도 <안녕, 나의 소녀>를 통해 인지도를 확고하게 다진 것이다.

진의함 역시 <청설>을을 통해 '첫사랑 아이콘'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또한, 작품은 임효겸 감독이 연출했는데, 2006년 당시 임권택 감독이 교수로 있었던 부산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했던 임효겸 감독은 리메이크 제안에 고민도 없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

한편, 작품은 '크림'의 10대 시절 회상으로 시작을 알리는데,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가는 '케이' 앞에 역시 외로운 처지의 '크림'이 나타나며,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풋풋하고 애틋한 감정을 전달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작품은 원작처럼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리게 해준다. '케이'와 '크림'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케이'의 부탁을 '크림'이 들어주게 되는데, 그 덕분에 엉뚱한 치과의사 '유센'(장서호)은 그야말로 '버림받는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만다.

서로가 사랑한다면, 꼭 결혼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 터인데, 꼭 그런 비상식적인 선택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도 파탄 내게 만들겠다는 내용은 관객에 따라 감정 이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과잉된 '눈물샘 유도' 설정이나, 반복된 회상과 내레이션 또는 독백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 개봉하는 사실상 유일한 '멜로 영화'이기 때문에, 연인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보기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2018/12/04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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