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흑백무성영화가 나타났다!?

조회수 2018. 12.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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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다영씨 (Hello Dayoung,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다영씨> 이하 사진 ⓒ 인디스토리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6년)을 통해 영화는 출발했다.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 지금 시대에선 "이게 영화냐?"라는 질문도 나올 법하지만, 1분 분량의 이 영상은 전 세계 문화사의 흐름을 바꿔놨다.

그리고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1927년)가 나오기 전까지, 영화는 현장에서 연주되는 곡과 변사의 맛깔나는 대사로 이뤄지거나, 아니면 자막으로 대사나 상황이 소개되는 형태로 상영됐다.

지금이야 디지털 시대에 4K 혹은 8K로 촬영된 '컬러유성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흑백무성 영화'는 20세기 초 영화가 보유한 매력을 되살리기 위한 운동으로 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5개 부문에서 수상한 <아티스트>(2011년)이며, <원더스트럭>(2017년) 역시 같은 의미에서 '컬러유성'과 '흑백무성'을 함께 사용하며 작품의 의도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흑백무성 영화', <다영씨>가 등장했다. <델타 보이즈>(2016년), <튼튼이의 모험>(2017년)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고봉수 감독의 차기작인 만큼 기대감도 높였는데, 고 감독이 흑백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독립영화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의 '회사 사무실 올로케이션' 지원과 더불어 감독이 직접 사비를 털어 만든 초저예산 작품인 만큼, 오히려 흑백 화면이 세련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 작품으로 고봉수 감독은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1931년)를 오마주하고 싶었다. <시티 라이트>는 도시의 떠돌이(찰리 채플린)과 눈 먼 소녀(버지니아 세릴)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다영씨> 역시 퀵서비스 기사 '민재'(신민재)와 '삼진물산'의 계약직이자 막내사원 '다영'(이호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민재'는 배달 중 회사에서 혼자 궂은 업무를 맡은 '다영'의 모습을 보며, '키다리 아저씨'처럼 '다영'을 도와주기 위해, 급기야 엄청나게 적은 월급을 받는 것까지 감수하며 '삼진물산'에 입사한다.

엄청난 위계질서와 '낙하산 인사'가 판치는 공간에서, '민재'는 '다영'에 대한 '짝사랑'을 이어간다. 이처럼 <다영씨>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택배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부터, 상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풍자의 목소리도 높였는데, 마치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1936년)나 <위대한 독재자>(1940년) 등을 통해 현 세태를 비판한 것과 같았다.
한편, 이 작품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주로 3번, 4번, 5번이 연주됐다)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그려냈는데, 고봉수 감독의 '페르소나'인 신민재의 활약이 돋보였다.

과장된 손짓과 표정만으로도 마치 인물들과 대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쉬워 보이겠지만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신민재의 실제 '연애담'으로 작품의 소재를 정한 것은 재미난 포인트였다.

이와 더불어 <다영씨>에서는 그의 전작인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에 등장한 배우들을 비롯한 '이스터 에그'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듯한 인상에 지루함을 느낄 관객도 있을 것 같다.

2018/11/28 CGV 압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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