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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래서 내 일자리가 막막했구나!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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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줄게
글 : 양미르 에디터

어린 시절, 갑자기 세상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네에서는 'IMF 버거'라는 정체불명의 햄버거가 등장했고, 학교에서는 갑자기 '금 모으기 운동'과 관련한 공문이 오질 않는가 하면, 연습장을 아껴 쓰기 위함이라며 '기름종이'를 글씨를 쓴 곳에 붙여서 다시 글씨 쓰기 연습을 했으며, A4 용지가 아닌 무언가 느낌이 묘한 향이 나는 '갱지'가 활용됐다. 여기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는 '아나바다 운동'도 시작되어 "아껴야 잘산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TV를 켜보니 <빨간머리 앤>이나 <독수리 오형제>와 같은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재방영됐으며, <타이타닉>과 같은 대작을 보면 "소중한 외화가 빠져나간다"라며 '직배 영화 안보기 운동'도 PC 통신을 통해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지금 들으면 신기한 이야기 투성이 같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동네 오락실에 몇백 원을 챙기고 놀러 가면 '덩치 큰 아저씨'들이 양복을 입고 게임을 하느라 그 구경만 했던 것도 '높은 실업률' 때문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지하던 시절이었으니.

출처영화 <국가부도의 날> 이하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그런 시절을 거친 현재의 25~34세 청년들의 실업자수는 통계청 기준으로 'IMF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게다가 현재 청년들은 당시 "공부라도 해야 위기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라는 부모의 일념으로 가장 학력이 우수한 세대가 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노오력'이 부족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또한, 토익 점수 기본이 700점 이상이라 어지간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스펙을 위한 다양한 자격증이나, 봉사활동, 인턴십을 기본으로도 갖춤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영화처럼 '합격 사원'들에게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지 말라는 이유로 돈을 주던 시기에서, 이제는 오히려 면접비를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됐다.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며, 사람을 '부속 부품'으로 취급하는 일이 'IMF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등장한 '한국형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번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 'IMF 금융위기'를 정면으로 다룬 첫 상업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당연히 관객의 공감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극심한 청년실업의 대상자였던 20대는 이제 40대 중후반의 관객이 되었고, '명예퇴직'이라는 이유로 눈물을 흘리며 퇴사 당해야 했던 30~40대도 50~60대가 되어 그 시절을 다시 회상할 수 있게 됐다. 그 회상이 비록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당연하게도 현재 청년들은 자신이 이래서 쉬운 취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으며, 10대 관객들에게도 암담한 미래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너무나 떠먹여 주기 좋도록 주제 의식을 대사로 처리해준다. "잘해주는 사람을 믿지 말고, 너 자신을 믿으라"는 '갑수'(허준호)의 독려는 물론이며, "두 번 질 수 없으니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한시현'(김혜수)의 마무리 멘트 등이 그 예였다.

특히 2017년, 기획재정부 관료를 비롯해 자신을 닮은 '아람'(한지민)이 대규모 가계부채 위기 해결을 위해 다가올 때, '한시현'은 1997년 하지 못한 일을 인제야 완수하고자 한다. 물론, 그 제안 역시 '그들이 진정 소통을 했을 경우'에나 가능하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작됐고, 모든 인물과 사건이 허구로 재구성된 것"이라는 말마따나 일부 각색된 장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국가부도의 날>은 철저히 빠른 리듬으로 'IMF 경제위기'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교차 편집을 통해 설명해준다.

'갑수'가 도장을 찍느라 고민하는 동안, '윤정학'(유아인)이 위기를 설명하고, '한시현'이 지금이라도 당장 국민에게 위기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연속된 장면은 <국가부도의 날>이 선보인 최고의 순간으로, 세 중심 인물의 이야기가 맞물리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편, 당연하게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를 소개한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2015년)를 연상케 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에 돈을 건 이들의 이야기는 '윤정학'(유아인)이 기회를 틈타 떼돈을 번 인물로 설정한 것과 유사한데, 아마도 제작진은 대다수 국민이 물질적,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얻은 이 사태로 이익을 얻어, 지금은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에 대해 경고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018/12/02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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