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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최전방 참호에서 나흘 동안 갇힌다면?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저니스 엔드> (Journey's End, 2017)
깜짝!
글 : 양미르 에디터

전쟁 영화의 미덕은 무엇일까? 무수한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을 다룬 스펙터클한 영상미일까?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하면서 더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반전 메시지일까? 아니면, 그 전장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 혹은 전우애일까?

<저니스 엔드>는 제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18년 프랑스의 '서부 전선'을 배경으로 하며, 영국에서 온 세 군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스탠호프' 대위(샘 클라플린)는 부대를 이끌고 '교대'로 주둔하는 최전방 참호로 향한다. 당장이라도 포탄이 날아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 때문에, '스탠호프' 대위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신경질적인 상황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오스본' 중위(폴 베타니)는 '스탠호프'를 보좌하며, 침착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출처 : 영화 <저니스 엔드> 이하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행운을 빈다"라는 주변 병사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오스본'이나 '롤리'의 마음은 타 틀어갔을 것이며, 카메라는 마치 그들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구도로 움직였다.

한편, '스탠호프'와 함께 보낸 '롤리' 소위(에이사 버터필드)는 군인이 되면 자신을 찾으라는 '스탠호프'의 말을 기억하며, 최전방 부대 배치를 자진해서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스탠호프'는 '롤리'를 반기지 않으며, 오히려 '오스본'이 '롤리'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준다. '오스본'은 '롤리' 뿐 아니라 전체 부대원들에게 '삼촌'과 같은 존재로 부드럽지만 카리스마를 겸비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는 와중에 '스탠호프'의 상관은 무리하게 "독일군 참호로 기습해, 독일군을 생포한 후 계획을 알아내라"라는 임무를 명한다.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아 보이는 임무를 수행하려는 '스탠호프'의 마음은 더 무너져내리고, 임무에 나선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는 '발자국'만 보여준다.

기습에 성공하며 나름 독일군의 계획을 들을 순 있었지만, 그 계획은 '스탠호프'는 물론이며, 부대원 모두를 잃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훗날 '춘계 공세' 또는 '루덴도르프 공세'라 이름 붙여진 독일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간부들과 부대원들의 '마지막 여정'(Journey's End)을 다룬 제목처럼,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오락의 의미로 담기보다는, 최후의 순간을 앞둔 병사들의 얼굴을 더 세밀하게 담아낸다.

놀라운 점은 으레 전쟁하면 피와 살점이 튀어 나가는 장면들이 묘사될 법도 한데, 그런 살육전이 없더라도 충분히 전장에 와있다는 느낌을 깊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로버트 케드릭 셰리프 작가의 동명 원작 희곡을 충실히 따랐기에 가능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장교로 참전한 경험담을 기초해 작품을 써 내려갔고, 작품은 1928년 초연되어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최초의 연극이라는 의의를 줬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사울 딥 감독은 "100년이 더 된 시대극임에도, 시대극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는 사람이 어떻게 두려움과 압박을 느낄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작품은 '참호 내부 막사'와 '참호 통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된 시간을 보냈고, 인물들의 유기적인 대사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졸였다. 비록, 전쟁 영웅담을 기대한 관객이었다면 작품에 실망하겠지만, 전쟁을 통해 인간이 파멸되어가는 순간으로 향해가는 여정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목격한다면, 그 실망감은 조금이나마 덜어질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로, '오스본' 중위를 연기한 폴 베타니를 언급할 수밖에 없겠다. 흔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속 '자비스'와 '비전'으로 알고 있겠지만, 그는 다양한 독립 영화에도 출연하며 연기력을 뽐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 정갈하게 마지막 준비를 하는 모습은 작품의 주제를 함축시켜주는 대목이었다.

2018/11/30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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