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어나!" 버금갈 영화가 왔다!

조회수 2018. 10.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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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배반의 장미' (Too Hot to Di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배반의 장미>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불법 자금 때문에 쫓기는 신세인 '최후의 불꽃'('안병남'/김인권), 시나리오를 쓰는 게 힘들어진 작가 '인생은 미완성'('육심선'/정상훈), 사수생으로 부모에게 완벽한 버림을 맞은 '행복은 성적순'('양두석'/김성철)은 모텔에서 만나 <삼국지>의 '도원결의'처럼 "한날한시에 함께 가겠다"며 약을 탄 술잔을 마시려 한다.

그러던 중 여성 멤버인 '배반의 장미'('이미지'/손담비)가 뒤늦게 나타나자 분위기는 <삼국지>가 아닌 <동물의 왕국>이 된다.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지, <살인의 추억>(2003년) 속 '박두만'(송강호)이 날아 차기를 하기 전에 외치는 그 대사가 어울린다.

"자살을 하려는 세 남자와 한 여자가 한 지방 모텔에 모였다"라는 무거운 설정으로 색다른 코미디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연극 <사랑은 죽음보다 어렵다>를 원작으로 하는 가운데, 이 작품은 가장 간단하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관객을 웃기려 하며, 동시에 <클레멘타인>(2004년)의 명대사인 "아빠, 일어나!"처럼 '하트 3개'가 등장하며 관객을 울리려 한다. <배반의 장미>는 크게 두 가지로 관객에게 허탈감을 준다.
첫 번째는 '촌스럽고' 과장된 캐릭터가 주는 웃음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마광기'(박철민)가 잔뜩 힘을 준 상태로 등장하는데, 그 옆에 있는 부하들은 유치한 '맥주병 병뚜껑' 개그를 준비한다.

잠시 후엔 '신회장'(신현준)이 나서서 골프채로 일을 완수하지 못한 '마광기'를 구타한다. 이처럼 잘 짜인 각본이 아닌, 순전히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노하우에서 나온 개그로 작품을 이끌려 하는 대목은 이 작품에서 사실상 1~3분에 한 번씩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작품은 안타깝게도 '공연 관람 문화'의 질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자, 불법으로 이뤄지는 '호객 행위'로 만들어지는 연극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공연장에서 이런 개그를 펼친다면, 무대의 현장성 때문이라도 웃음이 나오겠지만, 스크린에서는 거리감이 너무나 느껴진다.

웃음을 사유(思惟)할 수 있는 여유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 작품은 '무대뽀' 정신으로 꽁트를 남발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개그에 내성이 든 관객이라면, 웃음이 아니라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게 된다. 아니면 여태껏 이런 영화들을 보고 웃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두 번째는 15세 관람가 치고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더러운 개그'다. '미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 묘사는 뮤직비디오 연출을 주로 맡은 박진영 감독의 역작처럼 준비됐다.

남자들은 자살을 시도하려다 갑자기 "저 여자를 탐해야겠다"라는 늑대가 되어버리고, 카메라의 시선으로 손담비는 치마 사이가 보일 정도로 아슬하게 아래에서부터 위로 훑어지거나, 그 반대로 훑어지기도 한다. '성적인 도구'로만 '미지' 캐릭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났으며, 늑대처럼 변신한 남성 캐릭터들도 동시에 안쓰러워진다.

또한, '단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대사와 상상 장면은 보는 이들에 따라 '고문'을 당하는 심정이 될 것이다. 이런 것도 모자라, '양두석'은 "이제 죽을지 모르니 키스라도 해달라"는 더욱더 직접적인 말을 남기기까지 한다. 동정심을 느낀 '미지'는 그 '소원'을 들어준다.
게다가 바로 밑 층에서는 '201호 남'(탁재훈)이 딱 봐도 '바람을 피는 장면'이 대놓고 등장한다. '제대로 보여주는 정사 장면'이 없어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은 피했으나, 작품이 주는 느낌 자체는 15세 등급과는 거리가 멀며, 이 작품이 주는 주제 의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기야 이 작품이 주는 주제 의식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사회적으로 이들이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거나(기껏 나온다는 말이 "어떤 정치인을 좋아하는가?"를 묻는 술 게임 장면 정도다), 그들이 품은 삶의 애환을 좀 더 깊게 보여준다거나, 아니면 '성적으로 늑대가 되어버린' 남자들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이유로 만들어졌을 것 같지 않다.

그냥 "웃으면 장땡"이라는 의견도 등장하지만, 그렇다면 <배반의 장미>가 아니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진심으로 제작한 코믹 영상이 더 매력적이다.

2018/10/18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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