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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군산'에 여행 가서 벌어진 일!

조회수 2018. 10.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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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Ode to the Goos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이하 사진 ⓒ (주)트리플픽쳐스
영화의 시작, 남자 '윤영'(박해일)과 여자 '송현'(문소리)은 군산을 찾는다. 군산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풍 가옥을 보유한 곳으로, 이곳은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거점이기도 했다.

이런 아픔을 지닌 곳에서 남녀는 '사랑의 도피'라고 할 수 있는 대사들을 주고받기도 하며, 혹은 <알쓸신잡>에서 만날 법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 민박집 주인(정진영)과 그의 딸(박소담)을 만나며 작품은 수수께끼에 빠져들게 된다. 궁금증을 남기던 작품은 이내 과거로 향한다.

그러니까 영화의 중반부는 한 작품의 끝이자 시작인데, 마치 문소리의 첫 작품인 <박하사탕>(1999년)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셈이다.
후반부 시점의 주요 장소는 서울이다. 이 중 신촌, 북촌, 연희동이 선명하게 등장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니 '윤영'과 '송현'에겐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선배(윤제문)의 아내인 '송현'을 좋아하는 '윤영', 그리고 '윤영'의 아버지(명계남)의 모습, '송현'이 전 남편과 '윤영'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 등이 그렇다.

작품은 왜 그런 시점으로 전개가 됐을까? 아무래도 우리 삶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연출해 온 장률 감독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는 수많은 사건으로 이뤄지고, 어느 사건의 출발점은 사실 다른 사건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전개 과정이 펼쳐지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이 전체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이 영화의 특색 있는 관람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랑의 감정과 같은 이야기를 껍데기로 두고, 다른 속내를 후반부에 갈수록 진하게 표출한다. 바로, 앞서 언급한 일제강점기를 통해 벌어진 조선족 문제다. 이는 역사상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3국의 현황, 그리고 나아갈 미래를 보여준다. 이는 재중동포 출신 장률 감독의 연출 아래 기막히게 펼쳐진다.

예를 들면, '윤영'의 집에는 조선족 가정부가 있는데, '윤영'의 아버지는 그 조선족 가정부에게 대한민국에 이 상황이 난 이유는 조선족 때문이라며 욕을 한다. 그 사이에 '윤영'은 민족시인으로 평가받는 윤동주가 '조선족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가정부가 윤동주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반가워한다.

그런데 오늘날 조선족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최근 조선족이 나오는 영화만 하더라도 '폭력 집단'으로 묘사되는 것이 다반사다. 장률 감독은 이런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의 장벽이 세워진 그 시발점이 일제강점기라는 주장을 영화에서 은연중에 담아내고자 했다.
한편, 이런 좋은 연출의 작품을 더 진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특히 박해일은 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윤영'을 연기했는데, 이 캐릭터는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상 연기'를 요구했다.

또한, 문소리의 연기도 담백한 맛이 있다. 여기에 정진영, 박소담, 문숙, 정은채, 한예리, 이미숙, 윤제문, 명계남 등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오는 명품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낸다.

2018/10/05 CGV 센텀시티
- 23rd 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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