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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돈키호테'라며 창을 휘두른 노인!

조회수 2018. 10. 8. 1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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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 (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 이하 사진 ⓒ 아마존 스튜디오
"'테리 길리엄'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왔겠지"라는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너무나 잘 엿들으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테리 길리엄 감독은 비주얼 아티스트이면서, 판타지 속 세계에서 풍자와 유머를 곁든 연출력을 보여준 '노장'이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마녀사냥' 장면이 최근 국내에서 패러디 요소로 사용된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1975년)로, 시대를 꽤 앞서간 '병맛 감성'을 자랑한다. 중세를 배경으로, 당시 정치나 사회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거나 조롱한 바 있다.

이런 그의 코드들은 21세기 들어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2005년),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2009년) 등에서 나온 비평가들의 혹평, 이를테면 "'한 노장의 하락세'를 본 모습이다"라는 이야기가 쏟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앞서 언급한 '이름이 있으니까'라는 기대는 관객에게 여러모로 희망을 줬다.
게다가 이 작품이 20여 년 동안 기획한 그의 역작이며, 배우나 감독 본인의 건강 문제, 폭우로 인한 촬영장 파손, 제작비 펀딩 실패, 심지어 칸 폐막작 상영을 앞둔 상영금지 가처분 문제까지 우여곡절 끝에 상영될 수 있던 영화라는 점은 이번 영화제의 화제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냉소적인 광고감독인 '토비'(아담 드라이버)는 촬영을 마친 후 숙소에서 우연히 과거 자신이 연출한 작품의 DVD를 구하게 된다. 그 영화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당시 모든 배역은 촬영장 주변에 살던 마을 주민들이었다.

'토비'가 있는 곳이 촬영장 근처임을 알게 되고, 옛 생각에 '토비'는 마을로 향한다. '돈키호테'(조나단 프라이스)를 맡은 노인은 훌륭하게 자신의 배역을 맡았으나, 그 배역에 빠져 자신을 '돈키호테'라 여기고, '토비'를 '산초'라 부르게 된다. 또한, 말을 타며 창을 휘두르며 경찰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더니 영화는 현재와 17세기, 자신의 과거 연출 작품 속 세상, 그리고 그 연출 작품을 만들 때의 기억들이 연이어 교차하며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준다. '토비' 역시 이런 환상 속 세계에서 자신의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작품을 보는 관객 역시 마찬가지가 된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처럼 혼란스러운 세계관이나 이로 인해 등장하는 일부 관객에게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도 아담 드라이버와 테리 길리엄 감독의 페르소나인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는 작품을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다면 테리 길리엄 감독은 20여 년 동안 왜 이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을까?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에만 몰두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인물일 수도 있겠고, 자신의 세계에 빠져 현실에서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을 주장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테리 길리엄 감독, 본인을 상징할 수 있다. 이 영화 자체가 '돈키호테'의 머리 안을 들여다본 것처럼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세계관에 영상이라는 자본주의의 산물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기도 했지만, 이는 작품의 상징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되어) 관람할 관객이라면, 왜 이 작품이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인지 그 제목을 곱씹어보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한편, 이 작품의 엔드크레딧엔 201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존 허트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그는 2014년 이 작품에서 '돈키호테'로 캐스팅됐으나, 건강 문제로 결국 출연할 수 없게 됐다.

2018/10/05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 23rd 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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