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수위가 강하면, 내용도 강했어야 했다

조회수 2018. 9. 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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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상류사회 (High Society, 2018)
출처: 영화 <상류사회>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상류사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시작해본다. <상류사회>를 통해 변혁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한국에서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들어졌고, 주로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케이스로 제작된 경우가 많다.

<강남 1970>(2014년)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나, <더 킹>(2016년)의 '박태수'(조인성) 등이 '하류 인생'에서 '상류 인생'으로 상승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니면 이미 상류층인 재벌의 욕망을 담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2012년)을 소개할 수도 있겠다.

<상류사회>는 타인이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살고 있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과 미술관 부관장 '수연'(수애) 부부의 이야기다. 강남에서 거주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두 사람은 '상류사회'로 진출을 모색한다.
묘하게 이 모색 과정에서 부부는 각각 자신의 비서, 전시를 준비 중인 예술가와 불륜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 불륜이 두 사람의 '상류사회' 진출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보다는 걸림돌, 혹은 '작품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베드신'을 보여주기 위함인지는 확실치 않다.

사실, 이 작품을 관객들이 찾는 '원초적인 이유' 중 하나로는 연관검색어에도 너무나 대놓고 써진 '노출'이다. 어쩌면 이 작품의 주제 의식보다 더 강렬하게 남은 껍데기인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적은(?) 판돈이 오락가락하는 영화 속 정치 권력의 욕망을 담아내기에는 그릇이 부족했는지, 인간의 3대 욕망 중 하나라는 '성욕'으로 대체하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영화에서 베드신이 꼭 작품의 주제나 상황에 합당하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는 있다. 가장 큰 예로는 <캐롤>(2015년), <아가씨>(2016년)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작품에서 가장 중심축이 되고, 가장 '상류사회'로 진출하고 싶은 그 캐릭터의 베드신보다, 그 외의 인물이 주는 '더 강렬한' 베드신이 부각되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미옥>(2017년)의 첫 장면처럼 보는 관객의 불편함만 가중될 뿐이다.

중심축의 캐릭터도 적정선을 지키는 베드신을 통해 욕망을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을 했다면, 다른 캐릭터들도 당연히 그런 연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

또한, <상류사회>라는 '대다수 관객이 만족하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상업 영화는 '현대 미술'의 모호함이나 난해함을 '위선적 요소'로, 대사나 장면 연출을 통해 소비된다. 이는 현대 미술이나 예술로 '간신히 생업을 이어가는' 예술인들에 대한 모욕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온 AV 배우 하마사키 마오가 등장하더니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윤제문과의 베드신이 나오는데, 하필이면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의 '신성한 사원에서'와 함께 오버랩된다. 이것이 단순히 '예술의 위선'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노출'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는 게 이상하지만, '노출' 이야기를 빼고 작품의 내부를 파고들어도 안타까움이 많다. 영화는 갑자기 부부가 '내 욕망의 그릇은 여기까지다'라는 상황으로 돌아서더니, 갑작스러운 고발과 고백으로 지난 과거를 덮으려 한다.

심지어 고백을 들은 사람들은 손뼉까지 치며 격려한다. 그게 정녕 가능한 상황이었을까? 추악해진 인물들의 민낯이 아니라, 개과천선으로 변경되는 흐름은 강렬한 베드신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법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를 충실히 했을 재벌이 '태준'를 보면서 '개그맨'이 된 것처럼 덤벼들려고 하는데,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완벽히 무너뜨리는 연출이었다. 욕망을 세게 보여주려던 작품이 갑자기 <전설의 고향> 드라마 속 '엔딩 내레이션 교훈'처럼 끝나니, 다시 한번 질문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감독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2018/09/02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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