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극장에서 나가고 싶은 영화겠지만!

조회수 2018. 8. 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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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글 : 양미르 에디터
<킬링 디어>는 불편한 장면이 연속되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극장을 빠져나가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OST, 각 인물이 처한 모습이나 그 인물의 결정 등을 보고 있자면 충분히 나올 반응이다.

슈베르트의 '성모 애상'이 연주되면서, 검은 화면이 실제 심장수술 장면(수술자 동의 하에 촬영됐다)으로 바뀌는 첫 롱테이크 장면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비극인 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아가멤논'이 신이 아끼는 사슴을 죽인 벌로 자신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쳤다는 내용인데, 그래서 작품의 원제는 '신성한 사슴 죽이기'(Killing of a Sacred Deer)로 영화에서도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킬링 디어>는 '과학적으로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의사 '스티븐 머피'(콜린 파렐), '스티븐'의 의료사고로 사망한 남자의 아들 '마틴'(배리 케오간)이 등장하는 '스릴러 게임'처럼 전개된다.

'마틴'은 '과학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저주를 내려 가족에게 피해를 준다는 내용인데, 이 저주는 다양한 함의로 풀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득권'과 '가부장의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스티븐'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1993년)로 직접 묘사되진 않지만, '전능한 위치'에 있는 '마틴'의 대립으로도 볼 수 있다.

'스티븐'과 '마틴'를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인간의 심리에서 나오는 원초적 본능인 이기심이나 복수를 탐구해보고자 했다. 이는 그의 전작인 <더 랍스터>(2015년)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현대사회 속 개인의 불안이나 고독을 보여준 것처럼, 이 작품에선 '가족'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의 '권력과 복종' 관계를 풀어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 권력을 통해 나오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러시안룰렛'을 통해 마무리한다. 이런 대목에선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년) 속 '종구'(곽도원)와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그래도 이런 '스릴러 게임'을 쫀득하게 만든 것은 <덩케르크>(2017년)에서 '도슨'(마크 라이런스) 선장의 배에 오른 '피터'(톰 글린 카니) 친구 '조지'를 연기했던 배리 케오간 덕분이었다.

'마틴'을 맡은 배리 케오간은 콜린 파렐과 니콜 키드먼이라는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마틴'의 마지막 표정은 작품의 완성도를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또한, 실내에서 카메라 위치를 캐릭터의 등 쪽으로 둔 후, 그 인물을 따라가는 트래킹 숏이나, 인물을 관찰하는 느낌의 줌인과 줌아웃 장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그 스릴러의 가치를 더했다.

여기에 <나 홀로 집에>(1990년)의 교회 장면에 등장하는 'Carol of the Bells'이 이렇게 섬뜩한 의미로 사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18/08/01 CGV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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