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둘리 VS 고길동'

조회수 2018. 5. 29. 12: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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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피터 래빗' (Peter Rabbit,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1996년)을 다 큰 어른이 된 시점에서 보면, 소시민 '고길동'은 참으로 불쌍한 인물이 됐다. 갑자기 공룡 '둘리'를 비롯해 '각종 세입자'들이 와서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데, 갑자기 '타임 코스모스'라는 기계 덕분에 이상한 '얼음별'로 떠나 죽을 고생을 다하니 말이다. 심지어 돌아오고 나니 '8일 무단 결근'으로 상사에게 호되게 당하고 만다.

<피터 래빗>도 비슷하다. '토마스'(도널 글리슨)는 분명 열심히 일하는 캐릭터인데, '낙하산 인사'로 승진은 커녕 직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러던 중 자신과는 먼 친척의 죽음으로, 시골집을 물려받게 된다. 그러나 그 시골집에 있는 당근밭은 호시탐탐 '피터 래빗'(제임스 코든 목소리)과 동생들이 노리는 장소였다.

당연히 '토마스' 입장에선 토끼들을 쫓아내고 잠시 편하게 쉰 후, 집을 팔고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이웃집에서 토끼들을 사랑하는 화가 '비'(로즈 번)를 만나게 된 '토마스'는 '비'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처럼 기본적인 <피터 래빗>의 스토리라인은 주요 관람층인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단순하지만, 뼈 있는 진리를 전달한다.

전쟁과 비슷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들은 서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의 중요성은 꼭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이후, 책임 공방을 놓고 싸우는 어른들이 문득 떠오르는 대목이다.

시각효과팀의 노력도 작품을 보는데 한 몫을 한다. <앨빈과 슈퍼밴드>(2007년) 시절보다 동물들의 그래픽은 현실과 이질감 없이 표현되기 위해 세밀해졌고, 소니 애니메이션의 기존 실사 애니메이션 합성 영화인 <개구쟁이 스머프>(2011년)보다 더 깔끔해졌다.
하지만 국내 영화팬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말 더빙 상영만 있고, 원어 자막 상영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비성우 더빙이 아닌 국내 정상급 성우진으로만 이뤄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심지어 도널 글리슨 역할엔 <스타워즈> 시퀄 더빙에서 '헉스'를 맡은 엄상현 성우가 연기한다), 관람 선택의 여지를 제한하고, 작품에 녹아진 영국식 유머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대표적인 부분이 '갈비뼈'(RIB)와 추모의 의미 'RIP'를 연관지어 설명한 대목이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작품이 좀 더 영국판 '둘리 VS 고길동'처럼 보인 것은 아닐까?

2018/05/26 CGV 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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