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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믿고 보는 픽사? '소울'이 보여준 교훈 정리

조회수 2021. 1. 26.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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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미디어 투고] <소울> (Soul, 2020)
글 : 드미트리
출처: 영화 <소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의 영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사실 이 질문은 경험 세계의 층위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이다. 영혼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는지도 모르고, 있더라도 생과 사의 바깥에 해당하는 시간에는 어떤 세계에 귀속되는지를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답은 알 수 없을지라도 인류는 신화, 종교 등을 포함해 무수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 답을 찾아 헤맸다. <소울>은 이 질문에 현재 가능한 기술력과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또 다른 답을 제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죽음 이후의 영혼과 탄생 이전의 영혼이 만나 벌이는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를 통해 <소울>은 관객에게 삶을 대하는 균형 잡힌 태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뉴욕에 사는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 목소리)는 재즈 뮤지션을 꿈꾸며 생계를 위해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한다. 학교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은 날 평생 고대하던 재즈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었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있던 그 순간 맨홀에 빠져 사망한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발버둥 치던 조의 영혼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조는 그곳에서 태어나기를 거부하는 영혼 '22'(티나 페이 목소리)의 멘토가 된다. 22는 조가 간절히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흥미로워하며 그의 부활을 돕기로 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일이 꼬이고 조가 무대에 서기로 한 시간 전까지 어떻게든 바로잡기 위해 두 영혼은 최선을 다한다.
영혼의 세계와 뉴욕 거리라는 두 공간의 질감과 빛의 산란, 영혼의 생김새나 2차원 존재자의 디자인까지 <소울>의 모든 장면에서 픽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런 탁월한 작화는 단지 기술의 진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특히 22가 처음 육신에 깃들어 지상의 삶을 경험하고 작은 것들에 경이를 느끼는 순간은 이 영화가 작화에 가장 공을 들인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순간은 22가 영혼으로서만 머무르던 '태어나기 전 세상'뿐만 아니라 살아있음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그 이상의 목표에 모든 걸 걸었던 조가 거닐던 같은 거리의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조가 살면서 가장 간절히 바라던 것을 이루기 직전에 죽었다는 걸 떠올려 보자.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지 않는 이상 인간은 살아있는 상태에 익숙해지고 당연시하며 그 이상의 무언가를 좇게 마련이다.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매 순간 밀려드는 온갖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며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테니 말이다.
다만 살아있음에 지나치게 도취되어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때, 인생은 그 믿음을 결정적으로 배신한다. 조의 죽음이 갑자기 밀어닥친 사고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게 아니라,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발을 헛디딘 까닭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22는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는 인생이란 시시할 거라며 직접 경험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멘토들이 미리 알려준 삶의 고통과 고난에 완벽히 대비하려다 오히려 삶과 마주치기가 너무 두려워진 것이다. 모든 것에 대해 달관한 듯한 22의 태도는 고통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숨기는 가림막이다.

피자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물고 친구들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그리고 단풍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손바닥에 내려앉은 순간. 인생에 대비하기 위한 지식은 이런 순간들을 직접 경험해야만 만끽할 수 있는 풍부한 감각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설령 인생에 닥쳐오는 고통과 고난을 피할 수 없을지라도 삶 자체의 아름다움에서 느끼는 환희가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주기도 한다는 것도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다.

따라서 조와 22의 영혼은 삶을 대하는 두 가지 대조적인 태도를 담지한다고 볼 수 있다. <소울>은 육신을 경험해본 영혼이 삶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태도와 탄생 이전의 영혼이 삶을 너무 무거이 여겨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그사이 어딘가 균형점을 찾으라 말한다.

어쩌면 우리의 영혼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가 그 자체로 중요한 질문이라기보다, 삶의 바깥으로 사고를 확장함으로써 삶을 대하는 태도를 고민하게 만드는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소울>을 본 사람들이 22가 머무르던 탄생 전 세상과 조의 영혼이 순리에 따라 향하던 저 너머의 세상이 진짜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워하다가도 삶의 고통과 환희 모두 우리가 살아있기에 찾아온다는 것을 종종 떠올릴 수 있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무수히 살릴 것이다.

* 위 글은 '드미트리'님이 알지 미디어에 투고한 글입니다. 위 글의 저작권은 '드미트리'님께 있고,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알지 미디어 오피니언 섹션(https://alzi.me/contributions)에 알찬 비평·리뷰를 투고해주시면,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1boon 등 당사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해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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