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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왜 '독극물 살인 사건'을 선택했나?

조회수 2020. 6. 23. 13: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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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하인드 알려줌] <결백> (Innocenc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결백>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주)키다리이엔티
1. 독극물 살인사건을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
단편 <스탠드 업>(2009년)으로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준비된 신인임을 보여준 박상현 감독은 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을 첫 작품으로 선택했을까?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살인 용의자로 몰린 치매 걸린 엄마, 가족을 등진 채 혼자 살아가는 변호사 모녀에 대한 이야기를 쓰던 중 독극물 살인사건 기사를 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영화적인 갈증이 있었는데, 이 사건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모티브로 조사를 하면서, 쓰고 있었던 모녀 이야기와 접목해 살을 붙이면서 시나리오를 써갔다"라고 밝혔다.

2. 아버지가 먼저 추천한 시나리오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 '안정인'을 맡은 신혜선은 아버지의 추천을 통해 작품의 참여를 결정지었다고 소개했다. 제작보고회에서 신혜선은 "식탁 위에 올려 두고 간 <결백>의 시나리오를 아버지가 읽은 후에 너무 재미있다고, 꼭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강력히 추천해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불도저 혹은, 작고 예민해 보이는 포크레인 같은 캐릭터라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 <비밀의 숲>(2017년)에서 검사 '영은수'를 맡아 아버지의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신혜선은 "디테일은 다르긴 하지만, 이 작품의 역할이 좀 더 상위 버전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3. 배종옥의 파격적인 분장
분장팀은 '화자'의 젊은 시절과 현재, 30여 년에 이르는 세월을 배종옥의 얼굴에 담았다. 60대 '화자'는 리프팅 밴드와 가발을 활용해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캐릭터의 외형을 표현했다. 여기에 의치, 눈빛을 달리하기 위한 렌즈, 주름과 피부 결을 강조하는 가발, 망가진 손톱 분장을 더했다.

배종옥은 "'정인'이 집을 나간 지 오래됐고, 연을 끊고 살아온 설정이라서, '화자'의 늙은 모습을 봤을 때, 실제로도 그 충격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장을 하는 동안 신혜선 씨는 못 들어오게 필사적으로 막았다"라고 전했다. 이에 신혜선도 "처음 분장을 봤을 때, 그냥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났다"라고 화답했다.

4. 허준호는 원래 '추 시장'이 아니었다?
'추인회' 시장을 통해, 인자하고 성실한 겉모습과 달리, 욕심과 부패로 가득 찬 음험한 속내를 여과 없이 보여준 허준호. 기자간담회에서 '추 시장'을 연기한 허준호는, 자신이 처음 제안받은 역할이 '추 시장'이 아니라, 비중이 더 작은 역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추 시장'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하면서, "입지가 커지고, 상황이 좋아지다 보니, 내가 잘못을 하고 있는데도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경험이 있다. 상대방이 다치고 있음에도, 그런 비슷한 잘못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추 시장'은 '살인 사건은 안 저질렀습니다'라고, 끝까지 결백한 인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남겼다.
5. 직접 특수학교 찾아간 홍경
26살 청년이지만, 10살 아이 정도의 지적 능력을 보이며,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인물인 '안정수'를 연기한 홍경은 '정인'과 '화자'의 서사에 설득력을 불어넣기 위해 열연을 펼쳤다. 캐스팅 이후, 홍경은 자진해서 특수학교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며, 본인이 연기할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홍경은 드라마 <학교 2017>(2017년)의 '원병구' 역을 시작으로, <저글러스>(2017년)에서 사랑의 큐피트 '좌태이' 역, <라이브>(2018년)에서 철없고 겁 없는 고등학생 '만용', 그리고 <라이프 온 마스>(2018년)에서 사건 해결에 큰 단서를 쥔 인물 '오영수' 등을 연기하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 올린 신인배우다.

6. 태항호를 현장 통제 순경으로 알던 시민들
'정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지역 순경 '양왕용'을 연기한 태항호. 태항호는 촬영 중 시민들이 실제로 현장을 통제하는 순경인 줄 알았다는 오해를 받았다. 제작발표회에서 태항호는 "아주 섭섭하지는 않았다"라면서, "내가 배우인 줄 모르는 시민들이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면서도, 내 통제를 많이 따르셨다. 그래서 현장에서 촬영이 없을 때는 도움을 주곤 했다"라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한, 태항호는 '정인'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 "내가 '튀면' 안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다"라면서, "안 튀고 싶어도 돋보이는 얼굴이다 보니, 최대한 많은 걸 눌러서 연기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밝혔다.
7. 오프닝 롱테이크의 비밀
<결백>의 명장면은 단연 오프닝 장례식 롱테이크 장면이다. 박상현 감독과 제작진은 철저한 사전 시뮬레이션과 리허설을 통해 조명의 위치, 카메라의 동선,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 단역 배우들의 이동 거리, 대사의 타이밍까지 계산해 충격적인 사건 현장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했다.

박 감독은 "고향 집 로케이션 헌팅은 굉장히 힘들었다"라면서, "그 공간에 아버지의 흥망성쇠가 다 표현됐어야 했다. 여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촬영 동선이 있어서, 서울부터 시작해 남쪽 끝까지 내려갔다"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인물 간의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와 그들의 성격, 의뭉스러운 마을 분위기가 한 번에 전달되는 대목이었다.

8. 한파 속에 진행된 수중 촬영
'정인'이 단서를 쫓기 위해 벌이는 차량 추격 장면에서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차량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신혜선의 뛰어난 운전실력이 빛을 발하며, 박상현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한편, 작품의 초반과 중반부, 흑백의 화면으로 구성된 수중 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과거의 사건을 담은 이 장면은 지난겨울, 실제 호수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허준호와 스태프들이 종일 물속 촬영을 진행해 상당한 체력 소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키를 쥔 장면인 만큼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9. 구치소 접견실 장면의 비하인드
극 중 '정인'이 '화자'를 마침내 제대로 마주하는 장소는 구치소 내 접견실이었다. 제작진은 기억을 잃고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에게 느낄 '정인'의 막막한 감정,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된 '화자'의 고립감을 폐쇄된 공간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

인물에 집중한 빛의 조도, 유리창에 반사된 두 사람의 얼굴, 반사된 얼굴이 겹쳐지는 지점 등에서 관객들도 두 사람의 감정에 동화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접견실은 극 후반부 두 인물의 감정이 극에 달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기에, 보는 이들이 '정인'과 '화자'의 감정을 따라가게 한 프로덕션의 힘이 빛을 발했다.

10. 빛과 렌즈로 만들어 낸 법정 세트
"당신 애비 장례식장 가서, 당신 집에서 준 막걸리 먹다 죽다 살아난 피해자라고!"라고 외치는 '추 사장'에 맞서, "두고 보세요. 내가 결백을 증명할게"라며 '화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정인'의 팽팽한 대립각이 펼쳐진 법정 세트. 이 세트의 콘셉트를 살린 것은 빛과 렌즈였다.

먼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온도와 색감의 변주로,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카메라 역시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보다는 표준렌즈와 망원렌즈를 활용해 객관적인 스토리 전달은 물론, 배우들의 표정을 세심히 담아 진심 어린 연기를 효과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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