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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코리아

박재범은 박재범을 믿는다

박재범은 스스로 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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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글런 슬리브 퍼 재킷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지금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떠올라요?

배부르다, 운동해야겠다, 내일 할 거 많다.


바쁘게 산다고 소문났는데 내일 할 게 많아요?

바쁘게 사니까 할 게 많죠.


2년 전에 만났을 때도 너무 바쁘게 살아서 쉬고 싶다고 했는데, 여전히 바쁘게 사네요.

(스읍) 그러니까요. 왜 그래야 할까요? (정적) 뭐, 할 수 있으니까?(웃음)


할 수 있어서요? 그래서 계속 자기를 괴롭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괴롭히는 건데, 또 노력하는 거죠.


누구를 위한 노력이에요?

모두를 위한 노력. 그리고 나를 위한 노력. 이 자리에 있으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해요. 제가 크고 작은 것을 많이 이뤄봤잖아요. 그리고 내가 해온 것들은 온전히 나의 노력으로 이뤘고요. 누가 나를 꽂아주거나 뒤에서 밀어준 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목표를 이루려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요. 게으르면 성과가 없고, 하는 만큼 돌아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해야 지금 내 위치에 계속 있을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리고 나로 인해 나의 아티스트, 나의 직원,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에게 기회가 생기잖아요. 내가 그 사람들에게 계속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누가 도움을 준 적도 없는데 왜 누군가를 도우려 하는 거예요? 하이어뮤직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했을 때도 멤버들이 하나같이 ‘이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했어요. 바라는 것 없이 무작정 도와준다고. 본인은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갖는 게 가능해요?

그러니까 하는 거죠. 누구도 나한테 그렇게 해준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그 사람들과 같은 입장이었던 적이 있어서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잖아요. 나도 ‘누가 나한테 먼저 손 내밀거나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얘가 나한테 보답하겠지’ 하고 바라는 마음이라면 안 도와주는 게 나아요.


신기하다. 사회생활을 10년 동안 했는데 여전히 이렇게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이게 건강한 마음인가요? 건강한 마음이어야 오래가요. 그래서 지금 10년째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AOMG, 하이어뮤직 아티스트 중에서 박재범 곁을 떠난 사람이 한 명도 없네요.

우리는 억지로가 아니라 서로 존경하고 좋아해서 모였으니까요.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회사에 묶어놓으려고 계약한 게 아니에요. 언젠가 내가 AOMG, 하이어뮤직을 안 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겠네요.

그럼요. 장담하는데 누구도 나쁘게 나갈 일 없어요.


하이어뮤직 레이블을 세운다고, 처음 단체 화보 찍을 때 만났는데 그게 벌써 2년 전이에요.

그러게요.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생각하니까 어떤 생각이 들어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버럭) 아뇨? ‘아, 이러다가 50세 되겠다. 안 되겠다, 일찍 은퇴해야겠다’.(웃음)


네?

영원히 사는 게 아니니까요. 인생의 반을 살았는데 ‘와, 나 일만 했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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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내 음악이나 내 커리어를 얕게 보고, 내 경력이 의심된다면” 하고 토로하듯 올린 글을 봤어요. 속상한 일이 있었나 봐요.

속상한 거 아닌데.(웃음)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를 좋아하거나 이쪽 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요. 제가 TV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가 언론 플레이를 엄청 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 유튜브에서 제작한 저의 다큐멘터리 기자 간담회를 했는데, 어느 기자분이 ‘박재범의 인지도가 해외에서 대체 어느 정도기에 유튜브에서 나서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느냐, 박재범이 과연 그런 커리어가 되느냐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그 간담회는 한 달 전에 했잖아요. 그때 그 질문이 속상해서 계속 마음에 담아둔 거예요?

그보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정말 모르는구나.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그런 질문을 그렇게 쉽게 못 할 텐데’ 싶어서. 그냥 갑자기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고.


가끔은 그렇게 속 시원히 말할 필요도 있어요.

그러게요. 사람이 너무 겸손하면 또 그렇더라고요. 화려하게 포장하고 많이 알려져야만 사람들이 ‘와, 얘는 좀 되는 놈이다’ 생각하고. 그런데 성격상 내가 한 걸 엄청나게 포장하고 자랑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아, 뭐 가끔씩 하긴 하죠. 저도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걸 24시간, 일주일 내내 어깨 세우면서 ‘와, 난 대단해. 나 박재범이야’ 이럴 필요는 없잖아요.


이제는 아티스트의 아티스트가 됐어요. 다른 힙합 레이블 대표들까지 롤모델로 박재범을 꼽더라고요. 이번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님은 ‘박재범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하던데, 대체 얼마나 열심히 살기에 그래요?

모르겠어요, 저도.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면서 입꼬리에 퍼지는 저 웃음은 뭐지.(웃음) ‘나도 나 잘난 거 알거든’ 이런 웃음인데.

저도 최근에야 제가 열심히 산다고 느꼈어요. 이전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여러 사람들,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고 ‘내가 진짜 열심히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음, 제가 욕심이 많은가 봐요. 부담도 많이 갖고 있고, 늘 긴장도 놓지 않아요.


스트레스가 엄청나지 않아요?

스트레스야 받지만 감사하죠. 내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내 능력으로 회사를 잘 운영하지 못했으면 더 스트레스받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내가 신경 쓰는 만큼, 열심히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는 만큼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항상 너무 힘든데, 내가 한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기는 게 좋고, 또 그렇게 서로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게 너무 좋아요.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건 너무 중요하고 신기한 일인 거 같아요.

굉장히 중요하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에요.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마음요. 당연히 비즈니스이니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하지만 이게 마냥 비즈니스만은 아니라는 거죠. 대표건, 직원이건, 아티스트건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존중하고 아껴줘야 해요. 그러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딱딱 해야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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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박재범의 10년을 담은 유튜브 다큐멘터리 이 최근 공개됐어요. 유튜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이 박재범의 다큐멘터리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표현의 자유와 사랑’이라고 했는데, 이게 또 박재범의 인생이 아닐까 싶었어요. 자유와 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인생을 못 버틸 거예요. 2~3년 죽어라 열심히 했는데 안 되면 힘 빠지고 용기도 사라지잖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더 해야 하거든요.


더 해요? 어휴, 그래서 우린 박재범이 아닌가 봐.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길이 있으니까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이 이렇게 말했어요. ‘인생이 경주라면 멀리 뛰고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박재범의 인생이 그렇다. 박재범은 용기 있는 사람이고, 자기에 대해 믿음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박재범이라는 경주마는 어떤 말이에요?

성실한 말이지 않을까요? 딱히 제가 막 엄청나게 타고난 건 없어요.


에이, 이 정도면 너무 타고났죠.

제 2010년 모습을 보면 타고난 건 아닌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로 본 뮤지션 박재범의 10년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뭐예요?

최근 뉴욕에서 이것저것 활동한 게 제일 신선했어요. 사실 부담도 엄청 됐거든요. 저한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하죠.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와, 나도 나가고 싶다’, ‘내가 감히 어떻게 나갈 수 있겠어’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내가 감히’라고 생각했어요? 박재범이?

이 일을 하는 데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에 다 ‘내가 감히’라고 생각했어요.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에요. 래퍼들을 너무 좋아하고 취미로 랩을 했는데, ‘내가 감히 어떻게 래퍼가 될 수 있겠어’, ‘내가 감히 어떻게 가수가 될 수 있겠어’ 이런 생각이었어요. 당시에는 이 일에 대한 열정 같은 것도 없었고, 이 직업을 하리라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죠.


미국 진출은 언젠가는 염두에 뒀을 거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전혀요. 그런데 그건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것이든 만만하게 본 건 없어요.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그래서 그렇게 죽어라 노력하는 건가?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어요. 창피한 꼴은 당하기 싫어서.


박재범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알리고 싶었죠. 짜증도 났고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몰라주고 그 노력을 얕게 보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도 신경 쓰지 않고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하고 해왔는데, 슬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크고 작고 거대한 곳에서도 알아주더라고요


락 네이션 파티에 참석해 제이지, 비욘세와 나란히 서 있는 박재범의 사진을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가요계 역사의 한 장면 같은데, 또 합성 사진 같기도 한 기분. 그런데 한국에서는 락 네이션보다 SM, YG 엔터테인먼트가 더 유명하잖아요. 제이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제이지보다 그의 아내 비욘세가 더 유명하고. 박재범이 락 네이션에 소속된 아시아 최초의 뮤지션이 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서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게 왜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어서. 당연히 박재범으로 빌보드 1위는 못 하겠지만 미국 힙합 시장에서 동양인 래퍼들의 얼굴을 보는 게 여전히 힘든데, 그래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면서 나름 쌓인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제 자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극과 영감을 주고 싶었고.


한국 힙합 신에서 선두 주자인데, 미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뭐 중간이 없네요.

거만할 수 없는 이유가 그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와, 레전드’,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하는데, 제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힙합하는 아이돌이네’ 이렇게 보기도 해요. 그건 그 사람 잘못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나의 구석구석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누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 써요. 내가 누군지 내가 너무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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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게임 체인저’ 상을 받았어요. 게임 체인저라는 말 너무 좋더라고요. ‘판을 바꾸는 사람’. 게임 체인저 상을 수상한 박재범이 요즘 뛰어들고 싶은 게임은 어떤 거예요?

헝거게임?(웃음) 뛰어들고 싶은 게임은 없어요. 그냥 지금 뛰고 있는 게임, 이 필드가 딱 적당해요. 내가 하는 거 열심히 하고, 벌여놓은 것들 다 끝을 보고, 그다음에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어요.


박수 안 치면 못 떠나겠네요?

그땐 고개 숙이면서 떠나겠죠. ‘아, 나 한물갔다’, ‘아, 박재범 늙었어’ 이러면서.


게임 체인저에게 필요한 자질은 뭘까요?

도전하는 용기.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 나를 얕볼 수 있고, 욕할 수 있고,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요.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그래서 용기와 끈기가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거 같아요.


박재범은 용기와 끈기 둘 다 있나 봐요?

그렇죠. 목숨 걸 정도로 하니까 이렇게 된 거지, 쉽게 이룬 건 아니에요.


그런데 왜 자꾸 목숨 건다고 하는 거예요? 목숨은 하나밖에 없는데 왜 자꾸 거는 거고.

말 그대로예요. 만약 회사를 차렸는데 망했어요. 그럼 제 목숨 아니에요? 제가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회사를 차렸는데 망했어. 내 주머니, 내 통장 속에 있는 내 돈을 몽땅 투자한 건데 망했어. 그럼 전 어떡해요? 그리고 그때 나를 보고 나만 의지하는 사람들은 어떡하죠? 그러니까 목숨 걸고 하는 거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되게 많아요.

그렇죠. 이게 쉽게 먹을 수 있는 마음은 아니에요. 일을 벌일 때 목적이 단순히 돈이면 마음가짐도 얕아서 그건 절대로 오래 못 가요. 왜냐면 돈은 쓰면 끝이잖아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오래 남고 오래가지, 단순히 돈 때문이면 그건 오래 못 가요.


내가 꾸준한 신뢰를 보이면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걸 아니까, 그 경험 덕분에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는 거겠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죠. 만약에 사람을 안 믿었으면…. 아, 그렇다고 멍청이처럼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믿진 않아요. 저도 가릴 거 가리는데,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예요. 나의 좋은 행동과 마음가짐이 전염됐으면 하는 마음에요.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재미있어요. 어렵고 힘들고 답답할 때도 있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그걸 한 번에 무너뜨릴 만큼 너무 좋을 때도 있고요. 자신감은 넘치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서 가끔씩은 되게 불안해요.


불안함을 삭히는 법을 잘 알아가는 중이고요?

불안할 때는 그냥 하면 돼요.(웃음) 세상에 불안하다고 안 하면 되는 거 없어요. 그냥 나를 믿고 한번 해보자, 그렇게 벌여놓는 거예요. 실패하면 또 거기서 배우는 거고, 그것도 발전하는 과정이잖아요.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성공하면 좋은 거고.


이렇게 무데뽀일 수 있게, 박재범이 박재범을 믿는 구석 한 가지를 꼽으라면 뭐예요?

그냥 나는 나를 믿어요. 항상 믿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네. 내가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이렇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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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터뷰 때 기억에 남는 게, 자신이 계속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여전히 재범 씨의 결정을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고 했던 말이에요. 그럼에도 그런 것을 다 무찌르고 옳다고 믿는 걸 해나가는 박재범의 추진력이란!

다른 사람보다 제 자신을 더 믿는 거죠. 그렇다고 그분들이 저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 걱정하는 마음에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았으면 하는 거예요. 그런데 잘하는 것만 하고, 내 활동에 제약을 두면 재미도 없고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고, 갈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하는 거예요. 지금은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상태이지만 저도 사람이라 어느 순간에는 지치겠죠. ‘이 무대를 위해서, 이 게임을 위해서, 팬들을 위해서 이만큼 했다’ 하고는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위해서 살아야겠다’ 하고 떠나지 않을까요?


지금은 즐기면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균형이라는 건 없어요. 되는 대로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없고 힘든 거죠. 내가 계속 무언가를 하는데 그걸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와서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고 한 말에 좀 놀랐어요.

어느 순간 이렇게 서른세 살이 됐더라고요.


그려온 서른세 살을 살고 있어요?

음, 10년 전에 나는 서른세 살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몰랐어요. 조금도 생각 안 했어요.


춤추고 노래하고 있겠구나, 이 정도도요?

네. 아예 다른 일을 하려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뭘 해도 잘했을 것 같아요.

잘하는 건 모르겠지만 뭘 하든 열심히 해요.


그게 중요하죠.

그런데 마냥 열심히만 하면 안 돼요. 자기 분야를 확실히 연구하고 파악해서 열심히 해야지, 단순히 ‘열심히 하면 잘되겠지?’ 이건 아니에요. 내가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 여기까지 올 수 있는지 알아야지, 앞날도 모르고 그냥 막 열심히만 하는 건 바보 같을 수 있어요.


늘 그렇게 해오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그랬죠. 그때는 그래도 돼요. 초반에는 좀 무식하잖아요. 아는 게 없으니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깨우치고, 그때부터 제대로 연구하고, 파악하고, 나와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심 갖고 알아가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죠.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어요?

2년 전쯤? 내 커리어와 음악을 돌아보니 AOMG도, 하이어뮤직도, 내가 영입한 아티스트들도 잘되고, 내 커리어도 잘 유지하고 있고. 또 내가 점점 만만치 않은 존재가 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럼 지금 재범 씨한테 만만치 않은 존재는 누구예요? 락 네이션의 제이지 대표님?

어느 누구도 만만치 않아요.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건 바보 같은 짓이고,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순간 끝이에요. 상대를 1부터 100까지 모두 아는 것도 아닌데,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보면 안 돼죠. 신에 막 등장한 사람이 내년에 드레이크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맞아. 동생들한테 배울 점도 너무 많잖아요.

당연하죠. 제가 다른 뮤지션들과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목걸이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지난달에 “나 빼고 다 찐따야. 대꾸할 필요 없어” 이 랩 소절이 나오는 곡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라요. 대리 만족으로 엄청 세지는 기분이 들고, 또 얼마나 속이 시원했다고.

(박장대소)


그래서 이 가사를 쓸 때의 재범 씨 마음이 궁금했어요. 어떻게 이런 전투력 만랩의 가사를 쓰게 되었을까? 무엇이 박재범을 화나게 한 건가?

그런 의미는 아니고, 내가 제일 못났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내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할 때도 있잖아요. 특히 마음에 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 할 때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만큼은 자신감이 ‘만땅’이어야 하죠.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상대에게 안 먹히잖아요.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하자는 거예요. ‘나 말고 다 찐따니까, 나 말고 아무에게도 대꾸하지 마라.’ 이렇게요.


‘아티스트 박재범’을 제삼자 입장에서 봤을 때 느끼는 흥미로움은 뭐예요?

계속 변한다는 거. 랩, 노래, 제 음악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어요. 최근 곡 들으면 9년 전의 곡과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아요. 그래서 듣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 단점은 이것저것 너무 많이 해서 한 장르에 엄청 뛰어나지 않다는 거죠. 이런 장단점이 있는데, 나와 같은 포지션의 사람이 없으니까 오래 할 수 있는 거예요.


아까 보니 예전 노래를 굉장히 민망해하던데.

음, 8년 전 노래는 진짜 못 듣겠어요. 그때보다 지금 훨씬 더 잘하잖아요.


그때 더 잘한 노래도 있지 않을까요?

절대 아니에요. 그때 가사 못 쓰고, 발음도 구리다고 힙합 신에서 욕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요.(웃음)


CEO 박재범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요?

비즈니스와 인간관계를 동등하게 보는 것?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제가 그만큼 노력하고 그만큼 돈을 많이 벌어 오잖아요. 그래서 가능한 거죠.


대표인 내가 열심히 해서 제일 많은 수익을 벌어 오니까?

그렇죠. 만약에 내 밥그릇이 직원들에게 달려 있다면 또 모르죠. 내 목숨, 내 인생이 그들에게 달려 있는데, ‘이 사람들이 열심히 안 하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저도 수익을 내는 아티스트라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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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살의 박재범만 봤을 때 어떤 모습이 제일 괜찮아 보여요?

책임감이 강한 것. 그러니까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거죠. 그런데 그게 되게 피곤해요. 일이 잘못되면 다들 저만 바라보고 해결책을 구하니까. 굉장히 피곤한데, 또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으니 불만을 가질 수는 없는 거고. 그것도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박재범이 아니고 싶을 때는 언제예요?

그런 생각 안 해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아니까. 이 질문은 ‘내가 우주에서 살면 어떨까’와 비슷한데, 실상 우주에서 살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박재범인데 내가 박재범이 아닐 수가 없잖아요.


포털 사이트에서 ‘박재범’을 검색하니 그동안 정규, 비정규, 피처링으로 참여한 앨범 수만 98개더라고요. 이것도 한국에서 발매한 앨범 기준으로만. 데뷔 10주년이 된 올해 앨범 100 기록은 거뜬히 넘을 것 같아요. 특히 올해 활동이 더 가열차죠?

되게 웃긴 게 매년 ‘와, 올해도 진짜 바빴다. 내년에는 좀 쉬어야겠다’ 하는데 이상하게 계속 바빠요. 쉴 수 없는 일이 계속 생기니까. 락 네이션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쉬고, AOMG에서 예능 프로그램 <싸인히얼>을 제작하는데 제가 어떻게 쉬어요. 그렇지 않아요? 7월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월드 투어도 해요. 그리고 앨범도 여러 개 나올 거고, 페스티벌도 있고, 올해 이것저것 엄청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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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은 17곡이나 돼요. 한국에서 발매하는 건데 17곡 전곡이 영어로 된 랩 앨범이네요.

제 앨범 중에 전곡이 힙합으로 된 앨범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앨범으로는 대중의 반응은 기대 안 해요.


대중의 반응을 본인이 어떻게 알아요?

10년 동안 활동하고 있고 레이블을 몇 개 운영하는 사람으로 어떤 곡이 대중에게 반응이 좋고 안 좋을지는 알죠. 이번 앨범은 나를 증명하는 앨범이에요. 항상 대중의 반응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고, 이 문화 신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극과 희망을 주고 싶은 앨범이에요.


박재범이 가는 길에 기꺼이 세워놓고 싶은 장애물은 뭐예요?

장애물을 꼭 놔야 해요? 장애물은 굳이 내가 안 세워도 생기지 않을까요? 인생의 고비는 누구에게나 다 생기잖아요. 사랑을 하는 데도, 일을 하는 데도, 살아가는 데도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고비는 항상 생겨요.


책도 잘 안 읽는다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이런 건 살면서 알 수 있잖아요. 사람이 어떻게 꽃길만 가요?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지. 꽃길만 가겠다는 건 <정글의 법칙>처럼 동굴 같은 데 가서 혼자 사는 일 그거 하나죠. 세상의 모든 것 다 신경 안 쓰고 살면 꽃길만 걸어가겠죠. 그런데 그게 아닌 이상 꽃길만 갈 수 없어요.

스트라이프 러시안 재킷, 저지 톱,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목걸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뮤지션 정기고 씨가 최근 “우리는 박재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댓글을 남겼어요. 우리는 박재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장대소) 아뇨, 아닌 거 같아요. 확실히 제자리는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제 시대라고 하기에는 과해요.


그럼 만들어가고 싶은 박재범의 시대는?

소녀시대?(웃음) 농담이고요. 그냥 다 함께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박재범의 시대는… 함께하는 시대?


어떻게 하면 박재범의 동료가 될 수 있어요?

자기 분야에서 진정성을 보여주면 돼요. 어느 분야에서건 진정성이 있고, 열심히 하면 어느 순간 만나게 될 거예요. 정말 신기하게 그런 사람들끼리는 어떻게든 만나게 돼요.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지금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 좋은 사람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요?

마음가짐이 건강한 사람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래요. 세상에 모든 게 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다들 착해요.


또 재범 씨가 그 사람들을 좋은 사람들로 만드는 걸 수도 있어요.

그러면 더 좋죠. 반대로 그 사람들 때문에 저도 좋은 사람이 되는 거고. 서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게 그게 진짜 친구인 거죠.


찾아왔으면 하는 흥미로운 일은 뭐예요?

일은 이제 그만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지금 하는 일로도 충분해요.


오늘 이야기 중에 진짜 좋은 게 하나 있었는데.

네? 하나밖에 없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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