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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이 요즘하는 생각들

조회수 2019. 5. 17. 19: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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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그릇을 넓혀가고있던 그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독특한 오프 센터 아워 서클과 크로노그래프로 구성된 ‘스타 레거시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 995만원, 에서 영감을 얻은 ‘마이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솔리테어 듀에 만년필’ 223만원, 패턴이 각인된 가죽 커버에 골드 포일 디테일을 더한 ‘르 쁘띠 프린스 에비에이터 유선 노트’ 10만원, 간결한 형태의 ‘마이스터스튁 펜 파우치’ 20만원, 갈색 ‘르 쁘띠 프린스 샌드 오브 더 데저트’ 병 잉크 50ml/4만9000원 모두 몽블랑. 셔츠 라르디니. 바지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로퍼 까르미나 by 유니페어.

우리가 2018년 5월에 만났더라고요. 금세 1년이 지났어요. 몽블랑 코리아 앰배서더로서 2년째이고요. 

그러니까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난 만남 때 나눈 이야기로 팩트 체크 해보려고요.

알겠습니다. 


영어 공부 잘하고 있습니까?

아니요.(웃음)

문페이즈와 월, 일, 요일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로마숫자 인덱스의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568만원, 갈색 가죽 커버에 소설 속 삽화를 골드 포일 디테일로 더한 ‘르 쁘띠 프린스 에비에이터 유선 노트’ 10만원, 갈색 ‘르 쁘띠 프린스 샌드 오브 더 데저트’ 병 잉크 50ml/4만9000원, 유러피안 풀 그레인 카우하이드 소재의 ‘마이스터스튁 펜 파우치’ 20만원, 속 사막과 비행사의 비행기 이미지가 엠보싱 처리된 갈색 가죽 캡의 ‘마이스터스튁 르 쁘띠 프린스 솔리테어 듀에 만년필’ 223만원 모두 몽블랑. 셔츠 라르디니.

2018년 5월의 박서준은 외국에 나가서 작품해보는 게 큰 계획이라고 영어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맞아요. 고려하고 있는데 시간 조율이 좀 어려워요. 그때 이후로 계속 촬영을 하다 보니까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중간중간 해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받아 적으며) “영어 실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웃음) “하지만 마음은 계속 갖고 있다.”


아버지에게 여전히 데면데면한 아들이고요?

‘데면데면’은 모르는 사이에 더 어울리는 표현 같고 뭐랄까….


표현이 서툴다?

그 정도?


(받아 적으며) “아들로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서툴다.”

낯부끄럽잖아요.(웃음) 아버지가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사실 저도 아버지에게 애교가 없는 편이라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아요. 그야말로 표현이 서툰 거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애교 없는 딸이군요.


박서준은 애교 없는 아들이고.

애교 없죠.

몽블랑을 대표하는 스타 기요셰 패턴과 클래식한 로마자 인덱스의 42mm 사이즈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568만원 몽블랑.
셔츠 라르디니.

배우로서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강해진다고 했어요. 조율하는 법이랄까, 압박을 이겨내는 여유가 좀 생겼나요?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계속 똑같이…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요? 사람이 1년 만에 바뀌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경험이 생기면서 어떤 위치에 오르면 그에 따르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당연히 따라오는 거라 생각해요. 얼마나 대중을 만족시키느냐, 그에 대한 고민인 건데, 예전과는 좀 다른 종류의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민의 크기는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종류의 고민이라면?

예전에는 ‘작품을 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이 가장 컸어요. 그런데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예요. 데뷔하기 전에 한 선배가 ‘지금도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무엇을 채워나가야 할지도 큰 고민이 된다’ 그랬거든요. 그때는 그 말을 이해 못 했어요.


일단 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지금은 ‘이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구나’ 이해해요.

6시 방향 문페이즈 창과 날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타 레거시 문페이즈’ 528만원 몽블랑.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바지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민이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작품으로 치면 언제쯤이에요? <마녀의 연애>(2014) 때인가? 처음으로 주연으로 온전히 극을 이끌었던 때죠.

그때까지도 정신없이 그냥 한 것 같아요. 그때는 고민이라기보다 ‘주연으로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무조건 해야 된다, 우당탕탕’ 이렇게 넘어간 것 같아요. 주연으로 <마녀의 연애>를 찍고 있으면서 영화 <악의 연대기>(2015)를 하기 위해서는 오디션을 봤으니까요. 그때까지는 다 오디션이었고 그다음부터 오디션을 안 봤어요.


큰 변화였겠어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오디션을 봤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내 앞으로 대본이 오고 시나리오가 온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반대로 이런 일이 생겨요. 물리적 한계라든지 등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 하는 상황. 그게 더 힘들죠. 미안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한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제가 왜 웃음이 터졌느냐면 저도 그런 생각을 한 때가 있거든요. 배우로 치면 한창 오디션 보러 다닐 때처럼 막내일 때 선배들 일 돕고 하라는 일 하다가, 온전히 한 명의 기자로서 기사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시기가 오니까 선배들이 시키는 일 하던 때가 행복했다 싶더라고요.

그렇죠?(웃음) 그때는 굉장히 수동적이었고 지금은 능동적으로 뭘 해야 하니까요.

로마자 인덱스와 6시 방향의 날짜 창이 클래식한 ‘스타 레거시 오토매틱 데이트’ 373만원 몽블랑. 니트, 바지 모두 띠어리. 로퍼 까르미나 by 유니페어.

그걸 넘어서야 한 걸음 또 나아가는 것 같아요. 

거기서 제 그릇이 판단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뭔가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으면 더 발전하는 거고, 아니면 그 자리까지인 거고.


그릇이라는 단어가 와닿네요.

저는 아직도 제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요. 그걸 계속 시험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언젠가 정해질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름 42mm의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월, 일, 요일, 문페이즈를 담아낸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의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568만원 몽블랑. 슈트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지의 것에 나를 던진다는 일 자체가 그릇을 넓혀가는 과정 같아요.

나중에는 기획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들어서요.


기획요?

네. 이미 나와 있는 시나리오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그것 말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요?

일단 작품적으로 많이 생각해보고 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살려서 해보면 좋지 않을까….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요. 어떻게 보면 작품이란 제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긴 했지만 원래 있는 것을 수동적으로 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 초기 단계에 기획을 해봐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작품이 제 본업이고, 그 외적으로. 작품을 하지 않는 시간에 따로 계획이 없으면 그냥 그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니까 기획도 하고 그래야겠다 싶더라고요. 이건 앞을 멀리 보고 생각해야 되는지라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까 1년 만에 사람이 그렇게 안 바뀐다고 하셨지만 이건 분명히 바뀐 지점 같은데요.

저는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어떤 불안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쨌든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관객이더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물론 고유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연기자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만족도 중요하니까요. 뭐가 새로울까 고민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몽블랑의 아이코닉한 사피아노 가죽으로 만든 슬림한 형태의 ‘사토리얼 도큐먼트 케이스’ 119만원 몽블랑. 슈트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로퍼 알든 by 유니페어. 포켓스퀘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개인적인 만족도 중요하다…. 최근 2, 3년 동안 인터뷰에서 박서준 배우가 자주 한 말이 겹쳐져요. “사람들은 결과와 지표로밖에 판단할 수 없다.” “성과는 의미가 없다는 걸 느낀다.” “노력해온 과정보다는 그저 보이는 것만 중요하구나 싶어 씁쓸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서준은 내 갈 길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단순히 활자로 보면 제가 한 말이 건방져 보일 수 있어요. 제가 노력한 과정을 모두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봐주길 바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렇다는 거죠. 그런데 속마음은 너무 아쉽고 섭섭하기도 해요. 어쨌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기도 하고요. 여러 생각이 계속 반복돼요. 이런 마음을 어느 정도 성숙하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화술이 부족한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렇게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결과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상처 입은 시간이 있어서일 것 같은데 그게 <악의 연대기> 때문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왜요?


당시 손익분기점을 넘긴 했어도 대진표가 좋지 않았죠. 주목도가 덜했어요.

<매드 맥스>.(웃음)

로마자 인덱스와 나뭇잎 모양 파란색 핸즈가 클래식한 ‘스타 레거시 오토매틱 데이트’ 373만원, 간결한 디자인에 실용적인 수납 공간을 갖춘 ‘사토리얼 도큐먼트 케이스’ 119만원 모두 몽블랑. 슈트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당시 <매드 맥스>를 본 1인.(웃음) 박서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드라마에서는 로맨스가 빠진 적이 없어요. 영화에서는 로맨스가 없죠. 그 시작점이 <악의 연대기>예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작품이 회자가 많이 안 됐어요. 당연히 영화 속 박서준의 액션 연기나 반전 캐릭터도 크게 언급되지 않았죠. 

그런 점 때문은 아니에요. 작품을 보고 연기에 대해 비판하거나 어떤 생각이 드는 지점을 얘기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 외적인 것, 개인적인 것이라든지… 아, 여기까지는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될 것 같아요.(웃음) 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오프더레코드인 것 같아서요.


오프더레코드로 할게요.

그래도 안 돼요.


알겠습니다. 어쨌든 작품의 성과 때문에 결과가 중요하다고 깨달은 건 아니다. 개인적인 만족이 중요하다. 새로운 면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 이 말이죠?

맞아요.

은백색의 다이얼과 파란색 핸즈의 조화가 돋보이는 ‘스타 레거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533만원, 럭셔리 타이어 메이커인 피렐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케빈 사이즈의 ‘#MY4810 몽블랑 × 피렐리 리미티드 에디션 트롤리’ 99만원 모두 몽블랑. 블루종, 티셔츠, 바지 모두 라르디니. 로퍼 알든 by 유니페어.

수동적인 시기를 지나서 능동적으로 고른 첫 작품은 뭐예요? 

골랐다기보다 꼭 하고 싶었던 게 <킬미 힐미>. 


오리온. 왜 꼭 하고 싶었어요?

일단 진수완 작가님을 되게 좋아했어요. 대사가 너무 좋아요. 어떻게 보면 <킬미 힐미>는 중간 유입은 좀 힘든 드라마였죠. 인격이 바뀌니까. 그렇지만 구성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중간중간 코믹 요소도 너무 재미있었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어떤 캐릭터가 배우 본인과 제일 닮았느냐고 물을 때가 있잖아요. 박서준 배우가 이렇게 답한 적이 있더라고요. “내 안에 여러 부분이 분명히 있고 그 부분과 맞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를 더 극대화해서 연기하기에 어느 한 캐릭터를 꼽을 수 없다”고.

그 질문은 정말 매번 받는 것 같아요.(웃음) 


현답이랄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 여러 면이 있으니까. 무엇을 끄집어내느냐의 차이겠죠.

제가 연기자로서 다른 연기자에게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은 굳이 안 할 것 같아요. 대중이나 기자분들은 충분히 그런 질문을 하실 수 있죠. 보는 시선이 다르니까. 저야 연기자니까. 연기 스타일은 다 다르지만 어떤 건지는 이해하니까. 

6시 방향에 문페이즈가 자리하고 월과 요일, 날짜 확인이 가능한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568만원 몽블랑. 슈트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의 본질 말이겠죠. 연기를 공부할 때 두 가지 이론을 배운다면서요. 메소드 연기와….

나로부터 출발하는 연기.


박서준 배우는 후자의 연기를 지향한다고 항상 말했어요.

그렇죠. 제가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건 상상으로 채우고요.


오리온을 연기하기 위해 끌어낸 박서준의 마음이 있다면 이 대사가 아닐까 싶었는데 마침 <킬미 힐미>를 이야기하니까 신기하네요.

어떤 대사요?


오리온이 자기 정체를 숨기고 오메가라는 필명으로 작가 활동을 하잖아요. 그 이유에 대해 동생인 오리진에게 이야기하죠.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메가라는 필명을 쓴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무슨 대사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남색 보디에 피렐리 타이어 트레드 무늬를 새기고 노란색 러기지 태그를 조합한 ‘#MY4810 몽블랑 × 피렐리 리미티드 에디션 트롤리’ 99만원 몽블랑.

박서준 배우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촬영장을 벗어나면 그냥 박서준이고 싶은데 배우 박서준이란 타이틀이 항상 붙어서 고민이라고. 그 마음이 오리온에게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촬영하러 현장에 가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요. 하지만 현장에서 벗어났을 때 그런데도 누군가를 만나야 되거나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저도 편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계속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점점 은둔형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지점이 되게 어려워요. 편하게 다니고 싶어도 못 그래요. 특히 이런 소리가 들리면 그래요. ‘박서준 생각보다 어쩌네’ 이런 이야기들 있죠?


그게 들려요?

다 들려요. 그런데 안 들린다고 생각하고 다니는 거예요. 최근 가족과 일본에 갔어요. 요즘 외국 어딜 가나 한국분들 많잖아요. 저는 못 들었는데 제 동생이 무슨 소리를 들었나 봐요. 애가 화가 난 거예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죠. 저는 많이 내려놨거든요. 옛날에는 저도 화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가족이 이런 소리를 들으니까 뭔가 어려워져요. 이 지점은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 같아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이제 연예인이 옛날처럼 신비주의 이런 것과는 멀어진 것 같거든요. 얼마나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 얼마나 더 공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인 것 같은데, 좀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되지…. 제가 아무리 편하게 하려고 해도 그런 소리가 들리면, 벽을 깨부수고 나갔다가도 다시 들어오게 돼요. 벽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행동도 늘 조심하게 되고요.

시간, 요일, 날짜, 월, 문페이즈를 결합한 로마숫자 인덱스의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568만원.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바지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아까 광장에서 촬영했잖아요. 잠깐이지만 저도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사람들이 엄청 몰린 거예요. 시선이 한 군데 쏠려 있는 거죠. 이런 게 연예인이 겪는 중압감이겠구나 싶더라고요.

대중의 관심은 감사하고 좋아요. 다만 상황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다는 거죠. 이런 생각을 누군가는 비판할 수 있어요. ‘대중의 관심을 받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견뎌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그런 얘기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잔인한 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적절히 잘 해야죠.


갑자기 내가 적절히 잘 해야 한다고 수습 아닌 수습을….(웃음) 무슨 말인지 알아요. 조심스러운, 끄집어내듯 말하는 이 목소리가 함께 실리면 좋을 텐데.

그 적절함의 포인트를 찾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즐겨야 하는데 제가 막 ‘관종’은 아닌가 봐요.(웃음)

빨간 초승달 모양의 핸즈로 날짜를 표시하는 ‘스타 레거시 문페이즈’ 528만원 몽블랑.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바지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즐기는 사람도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그쪽은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보면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서는 괜찮은데. 그런데 또 예민한 편이라 드라마 촬영할 때도 가볍게 찍는 장면에서는 괜찮은데, 감정 신을 찍거나 그럴 때는 메이킹 카메라는 안 들어오셨으면 한다고 부탁드리기도 해요. 너무 예민해지니까 모든 게 다 보이거든요.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군요.

익숙하지 않은 대상이 움직이면 감정이 다 깨져서…. 

그런데 양해를 구한다고 해도 원하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을 거 아니에요. 언제나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노하우가 생긴 게 촬영 나가고 일주일 안에 촬영장 사람들과 무조건 친해져요. 같이 찍는 배우하고 항상 편하게 지내려고 하고요, 스태프 이름을 다는 못 외우지만 얼굴은 전부 익히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제가 이 사람들을 믿어야 그분들도 저를 믿어요. 제가 데뷔한 당시와 달라진 게 이제 퍼스트가 아닌 이상 스태프들이 다 저보다 어려요. 막내들이 20대 초반이니까요. 예전에는 전부 형, 누나였는데 이제는 동생들이 형, 형 하니까 제가 분위기 주도도 하고요.(웃음) 어쨌든 연기를 편하게 해야 가장 최선의 것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연배우의 몫이 연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몫이 있어요. 화면에 비쳐지지 않는 현장의 분위기와 인간관계, 이런 모든 걸 주도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와요. 

어떻게 친해져요?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저는 사람들의 행동을 많이 관찰하는 편이거든요. 잘 지켜보다 농담하고 그래요. 

‘주연배우의 몫이 연기만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머리에 맴도네요.

주연은 현장에 가면 호스트처럼 되니까요. 

그런 건 어떻게, 누구한테 배우는 건가요?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체득되는 건가요?

선배님들께 자연스레 배워요. 현장에서는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자연스레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안 그런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죠. 본인의 집중력이 제일 중요해서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든지. 갈수록 책임감이 늘어난다는 의미에는 이런 점도 있겠군요.

때로는 이기적일 필요도 있어요. 감정을 위해 잠시 기다려주어야 할 땐 기다려달라 하고. 그런데 그런 말을 건네려면 서로 신뢰와 친분, 예의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미네르바 매뉴팩처의 전통에 뿌리를 둔 디자인에 실용적인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568만원 몽블랑. 셔츠 오리앙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바지 TBRM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일주일 안에 친해진다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손흥민 선수와도 일주일 안에 친구가 됐어요? ‘손세이셔널’과는 어떻게 친해진 거예요?

얘기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웃음) 사실 제 헤어스타일 담당해주시는 누나가 저랑 같이한 지 8년 됐거든요. 저 군대 제대하고 처음에 프로필 사진 찍을 때, 그때는 돈도 없고 회사도 없을 때여서 제가 가진 옷, 제 옷장에 있는 옷 다 들고, 그래도 헤어 메이크업은 해야 하니까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게 지금 제 헤어 스타일리스트 누나예요. 그때 누나도 실장이 아니라 스태프였거든요. 옷 바리바리 싸서 지하철 타고 가서 누나 만나서 헤어 메이크업 하고 같이 스튜디오 가서 프로필 사진 촬영하고 그랬는데, 그렇게 따지면 그게 스물세 살 때니까 9년이네. 그때부터 계속 같이하고 있어요. 그런데 누나가 흥민이도 한 6년 정도, 흥민이 독일에서 선수 생활 할 때부터 헤어를 해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누나 통해 알고는 있었어요. 알고는 있었고… 저는 낯가림도 있고 막 괜히 친한 척하고 이러는 거 되게 싫어해요. 뭔가 목적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 자체도 너무 싫어해서 그냥 있었는데 어느 날 숍에서 흥민이가 머리 마치고 나가면서 SNS 팔로우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토끼 눈처럼 뜨며) “네? 저요? 네?”(웃음) 그러고 나서도 따로 대화는 없었어요. 그러다 화보 때문에 런던에 갔을 때 누나도 같이 가니까, 누나가 그때 흥민이 머리 커트해줬거든요. 그때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까 맞는 구석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제 동생도 옛날에 운동을 해서.

동생이 야구했다고 했죠.

네, 네. 그래서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게 있으니까. 집안 분위기라든지. 그게 조금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흥민이가 워낙 친화력이 좋은 친구예요. 그래서 알게 됐죠.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세 가지가 놀랍네요. 먼저 데뷔 전 스태프와 여전히 함께한다는 것.

원래 바뀌는 걸 안 좋아해서.

두 번째는, 손흥민 선수 머리 해주는 분이 따로 있었군요.(웃음) 경기 중에도 머리가 잘 안 흐트러져서 본인이 하는 걸까 전문가가 해주는 걸까 궁금했거든요.

그건 본인이 하는 걸걸요? 경기 때마다 스타일리스트가 매번 갈 수는 없으니까.(웃음)

바늘 대신 디스크가 회전하며 시간을 측정하는 44.8mm ‘스타 레거시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 995만원 몽블랑. 카디건 토니웩.

마지막으로, 이건 말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말씀하세요. 제가 대답 안 할 수도 있어요.(웃음)


대답 안 해도 괜찮아요. 이것 역시 유명인의 고충이랄까? ‘손흥민과 박서준 친분’ 이런 기사 떴을 때 어떤 이들은 거기에 목적의식이 있다고 여기기도 했잖아요.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어요.


저라면 참 속상할 것 같아요. 

저도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생각해보면, 저희 부모님도 제 동생 야구할 때 일단 이성 친구 못 만나게 했어요. 왜냐면 운동에 집중 못 하니까. 그 정도로 사생활에 대한 부분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셨고,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저도 알아요. 대중이 봤을 때 연예인이 운동선수랑 붙으면, 이건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좀 흐릴 것 같고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는 그런 반응 신경 안 쓰지만 그런 뉘앙스를 풍길까 봐, 그래서 처음에 일부러 다가가지도 않고 그냥 팬으로서 응원할 뿐이었는데…. 흥민이 아버지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구석이 많으시더라고요.(웃음)


손흥민 선수 아버지와요? 약간 엄하신 느낌일까? 

네. 그런데 되게 멋있으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참 좋았고.


손흥민 선수 아버지와는 어떤 대화 코드가 맞았어요? 

그냥, 저희 아버지와 비슷하신 것 같았어요.


아버지와는 서먹서먹 아니, 표현에 서툴면서. 

그래도 예전보다 말은 많이 해요.


(받아 적으며) “박서준은 여전히 애교는 없지만 말은 조금 늘었다.” 

(웃음)

독특한 오프 센터 아워 서클과 크로노그래프로 구성된 ‘스타 레거시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 995만원, 브라질 국기에서 영감을 받은 검은색 우븐 가죽 소재의 ‘어번 스피릿 메트로폴리탄 컬렉션 브레이슬릿’ 45만원 모두 몽블랑. 카디건 토니웩. 바지 르메르.

마지막 팩트 체크예요. 지난 만남 때 ‘생각한 대로 다 이루어졌다’고 말했어요. 그 기사를 보곤 제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연륜에서 나온 말이겠죠? “야, 어떻게 인생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냐?” 어떻게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는 걸까요? 여전히 그래요?

저도 하고 싶은 대로 다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생각에 맞춰서 계속 움직이고 있고, 원하는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대로 됐다는 말이 재수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최선이 아니었던 적도 많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놓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생각해요. 본업에서는 좀 완벽주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늘 아쉬워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진짜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그때마다 버티고 이겨내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포기하고 싶은 게 없으면 좋겠는데 정말 늘 오더라고요. 뭘 하든 늘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오는데 그럴 때마다 이겨내는 게 과제인 것 같아요.

왜 포기하고 싶어요?

압박감이 들 때가 너무 많고, 왜 이 정도밖에 못했지 싶을 때도 있고. 피곤해서 정말 죽겠다 싶을 때도 있고. 다 내려놓고 한 이틀 안 나가고 싶을 때도 있고.(웃음) 너무 많죠, 내려놓고 싶을 때가. 그런데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힘들더라도 ‘예전에 더 힘든 때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하면서 버팀목이 되는 것 같아요.

버틴다. 버텨낸다.

버텨야 될 때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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