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25주년 표지를 장식한 센터장인 카이
In His Glory Days
〈에스콰이어〉는 거의 4년 만이네요. 지난 4년 동안 다양한 일을 했을 텐데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요?
벌써 4년이나 됐어요? 4년 동안 뭘 했더라…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엑소 활동도 했고 슈퍼M이라는 새로운 팀도 생겼죠. 솔로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긴 시간이었던 만큼 일도 많고 한 것도 많았는데 마음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해요. 그때도 즐겁고 재미있었거든요.
‘전 세계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패션에 대한 카이만의 철학이나 주관이 있나요?
패션은 한 사람의 성격이나 생각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차나 인테리어를 통해서도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옷이라고 보거든요. 직관적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멋진 도구가 패션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거예요?
베이식한 걸 좋아해요. 예를 들어 구찌를 입는다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 옷이 구찌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 것을 선호해요. 오랫동안 입을 수 있기도 하니까요. 언제 입어도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수수한 옷이 좋아요.
오늘 입었던 옷은 조금 과감했죠.
화보 같은 걸 찍거나 무대에 설 때는 일상에서 입는 스타일과는 달리 조금 과감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데뷔 초에 보여준 레게 머리라든가 ‘Obsession’ 활동할 때 입은 크롭트 티 같은 도전적인 패션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진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딱히 뭘 보여주기 위해 한 건 아니에요. 핸드백을 들고 크롭트 티를 입는 것처럼 젠더리스한 패션도 뭔가에 도전하기 위해서 입은 건 아니었거든요. 상황에 맞춰서 입고, 제가 마음에 들면 입고, 보기 좋으면 입고… 그게 제 패션 철학과도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입는 게 아니라, 콘셉트에 맞춰서 최대한 멋진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까 상황에 맞춘다고 했는데 그건 TPO에 대한 얘긴가요?
그렇죠. 예를 들어 공항 패션이라 다들 내추럴한 모습인데 저 혼자 크롭트 티를 입고 있으면 조금….(웃음)
엑소 무대를 대부분 센터에 서서 했어요. 팬들 사이에서는 ‘센터장인’이라는 별명이 있더라고요.
아유, 센터장인이라기보단 제가 아무래도 메인 댄서이다 보니까 주로 센터에 서게 되는 것 같아요. 센터에 있으니까 좀 더 부각돼 보여서 그렇게 봐주시는 모양이에요. 앞으로도 세워만 주신다면 열심히 센터를 빛내야죠.
센터에 선다는 게 부담도 클 것 같아요. 몸이 안 좋을 때도 무대에서 더 힘을 내서 춤을 춰야 할 테니까요.
그런 부담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체력 관리가 힘든 곡도 있고, 제가 힘을 내야 멤버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구간도 있어요. 그런데 그룹이라는 게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거잖아요. 제 역할은 센터에 서는 동안 멤버들을 좀 더 편하게 해주고, 빠질 때는 다른 멤버들이 멋지게 보이게 해주는 거고요.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못하는 것들은 멤버들이 채워줘요. 엑소는 정말 각자의 부족한 점을 서로 잘 보완해주는 그룹인 것 같아요.
‘센터장인’ 외에도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은근히 많아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어떤 거예요?
제 마음에 가장 드는 건 ‘곰’. 제가 곰 같다고 붙여주신 별명인데 제일 좋아요. 많이 좋아해주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난감한 새로운 별명이 생겼어요.
어떤 거죠?
‘팬티오빠’라고.(웃음)
아, 그거 〈아는 형님〉에서 ‘고요 속의 외침’ 게임했던 것 때문에 생긴 별명이죠?
네. 팬티오빠라는 별명이 처음에는 별로 좋지는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재미있고 좋아요.
그 ‘문제의 영상’ 조회 수가 2000만을 넘겼어요. 당시에 그게 그렇게 화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아뇨. 재미있는 상황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확실히 그런 얘기가 재미있긴 한 것 같아요. 저도 보면서 많이 웃었고, 저희 어머니도 너무 좋아하셨어요. 사실 옛날 친구들하고 있으면 다들 제가 제일 웃기다고 그러는데, 그 영상 덕분에 사람들이 저의 그런 면모를 알아주신 것 같아요.
그런 유쾌한 장면에서 비롯된 ‘종구'라는 별명도 있더라고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의 카이와 종구와의 간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게 진짜 재미있는 것 같아요. 평소의 저는 팬분들이 알고 있는 종구 같은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살아온 것도 맞고요. 하지만 무대에서는 그런 웃긴 이미지로 소비될 순 없잖아요. 저 역시도 무대에서는 멋진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고요. 그런데 팬분들과 만날 때는 편한 모습이고 싶거든요. 그런 점이 대비돼서 팬분들이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모양이에요.
〈아는 형님〉에 나간 이후 딱히 아이돌에 관심 없던 시청자들도 카이에 대해서는 확실히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화제가 되고 나니 걱정이 됐어요. 이런 걸로 주목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를 잘 모르는 분이 ‘팬티오빠’로 카이를 알게 됐다가 제 무대 영상을 보면 제가 춤을 추는 게 웃기게 보일 수 있잖아요. 촬영 때는 그냥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팬티오빠’라고 부르더라고요. 처음 보는 분이 갑자기 저한테 “넌 팬티 때문에 잘된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사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절 ‘팬티오빠’로 알게 된 분들이 제 무대 영상을 찾아보시더라고요. 영상에 “이 사람이 팬티오빠였어?” 같은 댓글도 있고, “팬티오빠 이미지와는 반대로 춤을 진짜 잘 추는구나” 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팬분들이 봐주시는 카이와 종구의 간극을 더 많은 분들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댓글 같은 것도 다 보는 편인가 봐요.
네, 보는 편이죠. 특히 ‘팬티오빠’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댓글이 많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들도 있고, ‘1일 1 팬티오빠’ 이런 것도 있고요. 엑소 뮤직비디오 댓글 중에는 “이건 애국가로 지정해야 한다” 같은 것들이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본인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하고요?
아, 그러잖아도 오늘, 의도한 건 아닌데 ‘카이’를 검색해봤어요. 제가 첼시 팬이거든요. 카이 하베르츠라는 독일 선수가 있는데 한동안 첼시 이적설이 돌았어요. 그런데 딱 오늘 오피셜이 떴더라고요. 첼시 팬들이 다들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었죠. 그래서 검색했는데 아니, 엑소 노래 나오면서 제 사진만 나오는 거죠.(웃음) 제가 나오는 게 그렇게 싫었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메인 댄서이기도 하고, 카이 하면 춤을 빼놓을 수가 없죠. 아까도 화보 찍다가 잠깐 시간이 뜰 때마다 춤을 추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춤을 너무 좋아했어요. 아버지 말씀으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는 날에도 항상 저는 춤을 추러 갔대요. 학교 다닐 땐 길거리 다닐 때마다 춤을 춰서 친구들이 영상으로 찍어주기도 했고요(웃음).
직캠 영상을 보면 춤 선이 아름답다는 댓글이 많아요. 조금만 긴장해도 춤 선이 무너지기 쉬운데, 마인드컨트롤 같은 건 어떻게 하나요?
그때그때 달라요. 사실 마인드컨트롤보다는 곡 분위기나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에 더 신경을 쓰면서 춤을 추는 편이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발레를 배웠고,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온 이후에는 힙합과 어번 댄스를 배웠어요. 굉장히 다른 분야지만 어느 한쪽 장르에 치우친 느낌을 주는 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스스로 춤을 출 때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양한 분야를 다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콘셉트가 있는 곡에도 맞출 수 있고, 힙합이나 서정적인 춤도 가능하니까요.
솔로 활동 얘기가 처음 나온 게 2018년이었고 공식 입장이 나온 건 얼마 전이에요. 언제부터 활동 예정이에요?
제가 준비하는 게 굉장히 많아서 사실 준비 기간이 좀 필요했어요. 곧 보여드릴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같은 SM엔터테인먼트의 태민과 절친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슈퍼M을 통해 처음으로 같이 활동했어요. 다른 그룹일 때와 차이점이 있나요?
연습생이었을 때 같은 또래가 저랑 태민이밖에 없었어요. 둘 다 춤을 정말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데뷔하고 나서는 일에서 접점이 없었죠. 회사에서 만나긴 했지만 연습생 때부터 친구이다 보니 일 얘기는 많이 안 했어요. 근데 같이 활동하게 되니까 일 얘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태민이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 거죠. 10년을 넘게 봤는데도 몰랐던 부분이 많더라고요. 태민이도 저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고 하고요.
인터넷에 보면 카이와 태민의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런 ‘짤’도 있고요.
신기하게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닮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태민이는 태민이대로 생겼고 저는 저대로 생겼으니까요. 그런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건… 사랑하면 닮는다, 오래 보면 닮는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워낙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닮아 보이는 게 아닐까요?
*카이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