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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코리아

김우빈과 함께한 달콤한 하루

4년 만에 돌아온 김우빈을 만났다. 헤어스타일은 자연스럽고 눈매는 상냥했으며 목소리는 진하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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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Pt.2

5년 만의 인터뷰예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5년이라고 하니까 되게 오래된 것 같네요. 근데 사실 오래된 느낌은 아니에요. 되게 낯설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니 여전히 친근하달까요? 영화 촬영 때도 그랬거든요. 너무 오랜만이라서 엄청 떨렸는데 막상 촬영장에 딱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낯설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도 스튜디오라 그런지 친근한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게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섰던 때인가요?

그 후에 제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잠깐 영상 인터뷰가 나간 적은 있어요.


MBC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말이죠?

피디님이 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로 만든 제목이에요.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관한 이야기이고, 취지가 너무 좋아서 저도 재밌게 참여했어요.

작품을 고르는 데에서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걸 봤는데, ‘하나는 재미, 그다음이 작품이 품고 있는 주제가 내가 가진 견해와 맞느냐’라고 했어요. 취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그랬던 것 같아요. 다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그게 내 생각과 비슷한가를 생각했어요.


자료를 찾다가 조금 놀랐던 게, 모델 출신인데 배우 데뷔 이후 화보는 거의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네, 생각보다 많이 안 찍었어요. 몇 년을 못 찍은 적도 있어요.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해서 그런 것도 있고요. 사실 화보 촬영은 모델 출신인 제게는 고향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조금 더 여유롭게 찍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기성복을 입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스타일리스트들이 옷 찾기를 힘들어한다면서요.

맞아요. 화보는 보통 샘플을 협찬받아 입거든요. 근데 샘플 사이즈가 보통 48이에요. 저는 50이나 52를 입어서 좀 작죠. 그리고 기성복은 팔다리 기장이 제겐 좀 짧아요.


화보 복귀는 사실 팬들에게는 편지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팬들이랑 만나는 건 작품일 텐데. 계획이나 준비가 있었나요?

특별히 다를 건 없어요. 작품에 충실하게 임하는 게 저의 일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더 많이 고민하고, 작품 잘 만들기 위해서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지내요. 다만 마음가짐이 조금 다른데, 뭐랄까 좋은 에너지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작품으로 인사 드릴 수 있게 됐으니까. 그것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감사한 일이고 설레는 일이죠. 요즘 (촬영) 현장 가는 게 즐거워요.


차기작에 대한 정보가 정말 없는데,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SF 범죄물’이라는 기사가 나왔더라고요.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SF 범죄물’까지는 말할 수 있어요.


SF라고 해서 생각해보니까 〈친구 2〉가 영화 데뷔이고 〈스물〉 〈마스터〉 〈기술자들〉에 출연했어요. 범죄물이 많아요.

그렇죠. 케이퍼 무비를 두 개 했고 범죄물을 하나 했네요.


〈마스터〉랑 〈기술자들〉을 보고 김우빈 씨를 왜 캐스팅했을까 생각해봤어요. 아주 능청스럽게 거짓말도 잘할 것 같고, 그런데 굳이 가르자면 정의의 편에 설 수도 있는 캐릭터이면서 얼굴에는 어떤 천재성이 번뜩인단 말이죠.

제가요? 머리가 좋아 보인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출연한 케이퍼 영화에서 다 천재로 나오잖아요. 머리가 좋아 보인다기보다는 머리가 엄청 좋다고 뻥을 쳐도 설득당할 것 같아요.

설득력은 좀 있는 편이에요. 그런 건 있어요. 평소에도 친구들한테 영업을 좀 잘해요. 물건 같은 거 있잖아요. 제가 써본 걸 설득해서 사게끔 만드는 경우가 좀 있죠. 최근에는 친구들을 설득해서 물줄기가 찍 나와서 치간을 청소해주는 기계를 한두 대 사게 만들었죠.

지난해 말에 팬미팅을 열었잖아요. 분위기 어땠어요?

저는 뭐 그냥 너무 좋았죠. 감사한 마음이 많았고, 진짜 내 편을 만난 것 같은 느낌. 정말 절 기다려준 분들만 오신 자리였으니까요.


영업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팬미팅 동영상을 찾아보니 팬들을 상대로 독감 백신 맞으라고 설파하고 계시더라고요. 그것도 일종의 영업인가요?(웃음)

(웃음) 맞아요. 그때가 한창 추워서 독감 백신을 맞아야 될 시기였고, 아무래도 건강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독감 백신은, 일단 뭐 안 걸리면 제일 좋은데, 그래도 백신 맞으면 크게 아플 걸 덜 아플 수 있다고 말씀하시니까. 팬들이 안 아팠으면 좋겠어서요.


본인이 해보고 좋은 게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곤 못 배기는군요.

좋아하니까 함께하고 싶은 마음? 나만 하기 아까우니까요.(웃음)


이번에 김우빈에 대해 공부하며 놀란 게 있어요. 영화 흥행 타율이 10할이더라고요. 다 찾아봤는데 손익분기점 안 넘긴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

그건 사실… 운이 좋았죠. 관객 수라는 건 영화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영화가 너무 좋아도 시기나 상황이 안 맞아서 잘 안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늘의 뜻인 건데. 운이 참 좋아서 다행히 손해 본 분이 없어서 감사해요. 아무래도 배우는 그런 부담감이 있거든요. 영화에 투자하신 분들이 손해 나면 속상하니까. 다 같이 기분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래도 10할 타자라니까 볼을 고르는 선구안 같은 게 따로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 거 없어요. 다 운이에요.


역시 겸손하군요.

그게 정말 노린다고 노려지는 게 아니니까요.


배우로서 김우빈의 매력을 꼽아본다면 뭘까요?

좀 특이하게 생겼다는 점? 예쁘고 잘생긴 분이 많은데, 전 약간 특이하게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 감독님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


실은 그래서 범죄자 역을 많이 맡은 건가 싶기도 하네요.

학교 짱을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인가 하고.(웃음)


으하하하하.

저도 좀 다른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짱 전문 배우인가요?

짱을 많이 시키셔가지고.(웃음)


학창 시절에 싸움하고 다니지는 않았다고 들었어요.

일단 학교 짱은 아니었고요.(웃음)


일탈을 해도 선을 지키는 스타일이었다면서요.

예, 뭐 큰 일탈은 없었어요. 집을 나간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모범생은 아니었죠. 뭐랄까, 그 애매한 경계?


〈스물〉에서 나오는 치호랑 비교해보면요?

아무래도 제가 연기했으니까 제 안에 그런 부분도 있긴 해요. 그런데 실상의 전 지금 기자님이랑 이렇게 조곤조곤 얘기하는 이런 바이브가 제일 편하긴 하거든요. 치호는 약간 좀 거칠고 와일드한 느낌이잖아요. 실제의 저는 생각보다 시끄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물론 친구들이랑 막 장난치고 밝을 땐 또 밝기도 하지만요.


친구들이랑 놀 때는 아양을 잘 떨 것 같아요.

그런 건 잘 안 해요. 〈스물〉에서 그런 부분은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막 떼쓰고 장난치는 장면요.


그럼 어떤 배역이 김우빈이랑 가장 비슷해요?

여러 배역 속에 제 모습이 골고루 다 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스펙트럼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실생활도 아무래도 20대 때보다는 더 차분해지기도 했고요. 좀 오래 쉬어서인지 요새는 집 앞에 있는 나무가 뭔지를 찾아보기도 해요. 예전에는 집 앞에 있는 나무의 수종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조차 없었거든요. 산에 가는 것도 진짜 싫어했고.


그게 쉬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제가 아는 유명한 포토그래퍼가 있는데, 모델만 찍으시던 분이 요새는 스마트폰에 꽃 사진밖에 없대요.

꽃이랑 나무에 진짜 관심 없었는데, 지금은 좋더라고요. 종류를 알아가는 것도 참 좋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집 앞에 있는 맨날 보는 식물이 뭔지 앱으로 찾아봐요. ‘모야모’라는 앱 아세요? 한번 써보세요.


지금 저한테 앱 영업하시는 거예요?(웃음)

그 앱이 진짜 좋은 게, 사진만 딱 찍어 올리면 수많은 사용자들이 5분 안에 답글을 올려줘요. 툭 치기만 하면 답이 나오니까 ‘이게 라일락이구나. 이름만 듣던 라일락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보는 거죠.


으하하.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저도 요새 그러거든요. 예전에는 꽃 가게에 신경도 안 썼거든요. 그런데 요샌 꽃 가게에 소국이 보이면 꼭 사요.

나이 들어서 그런 거구나…. 근데 전 되게 좋아요. 계절이 지나가는 걸 보면서 ‘이달에 어떤 꽃이 피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4월이면 이제 라일락이 피겠구나. 그 향을 맡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감정이 생겼어요. ‘조금 있으면 자두나무에 자두가 맺히겠구나’ 이런 기다림?

거기에 계절마다 제철 생선까지 떠오르기 시작하면….

아직 거기까진 못 갔어요.


라일락 핀 거 생각하면서 ‘어, 도다리 철이 지났나?’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죠.

몇 년 뒤엔 그런 얘기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그때 다시 만나서 생선 얘기 합시다.(웃음) 지금까지 맡은 역할을 보니 부잣집 아들, 재벌 후계자, 마세라티 끌고 다니는 섹시한 사기꾼… 돈 없는 역할은 없어요.

그러게요. 왜 그렇게 됐지? 다양하게 잘할 수 있는데.


키하고 눈썹 때문은 아닐까요? 키와 눈썹에서 느껴지는 당당함? 감독들이 역경을 견디며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스타일로는 보지 않는 거죠.

제가 감독을 안 해봐서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얘기해보니 과거의 김우빈이 맡았던 역할은 좀 안 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학교 짱만 대여섯 번 했으니까요. 그래서 즐겁기도 했어요. 20대를 그렇게 보냈으니 30대에는 새로운 마음 그리고 조금은 달라진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김우빈 파트 2의 느낌인가요?

그렇죠.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요새는 스트레스가 정말 없어요. 저 요즘 참 좋아요.


20대를 생각하면 악몽 같지 않나요? 욕심이 많고 마음이 어지럽잖아요.

그래도 20대도 참 좋았어요.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으니까요. 예전에 사우나에서 살던 때도 있었어요. 스무 살 때 돈은 없는데 부모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아서 사우나에서 살았는데, 그때도 참 즐거웠어요. 다만 깨달음이 있었어요. 쉬면서 그때를 돌이켜보니 20대 때는 현재를 살지 않고 미래에 살았던 것 같아요. 나의 목표를 위해 나를 채찍질하며 살았던 거죠. 그때 당시 현재의 즐거움을 많이 못 누렸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을 하는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데 목표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현재를 생각해야 스트레스도 덜한 것 같고, 더 행복한 것 같고, 더 감사한 것 같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저에겐 당연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인 미산 스님에게 들은 얘기랑 똑같은 말을 하시네요.

맞아요. 저도 스님들 만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법륜 스님 책도 사서 읽었는데 참 좋은 글귀가 많아요.

종교를 떠나 모든 명상에서 제일 중요한 가르침은 ‘현재’라고 들었어요.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래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요.


그게 참 어렵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어차피 이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까요. 제 앞에 지금 함께 있는 기자님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관찰하고 마음을 주면, 또 제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기억에 많이 남기도 하고요.

쉬는 동안 너무 깊어지신 건 아닌지….

말이 거창한 거죠. 저도 잘 안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타일도 내추럴해진 거 같아요. 예전엔 헤어스타일도 좀 더 강렬했는데.

그렇죠. 세팅된 헤어스타일을 좋아했죠. 아무래도 모델 출신이니까 옷도 좀 세게 입었어요. 지금은 좀… 편안한 게 좋고. 그렇더라고요.


얼마 전 스승님이 출연한 드라마가 대박을 쳤죠. 〈스토브리그〉에서 곱창집 사장으로 출연한 문원주 씨 맞죠?

제 연기 선생님이세요. 전 원래 배우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모델학과 교수가 목표였어요. 그런데 막상 모델 일을 시작하고 광고 미팅에 갔는데 연기를 시키더라고요. 당시엔 회사에서 저만 연기 수업을 안 받았거든요. 배우는 안 하겠다면서요. 조금은 배워야겠다 싶어 수업에 들어갔어요. 문원주 선생님과는 그 수업에서 만났죠.


그때 문원주 배우가 가르쳐준 것 중에 캐릭터에 대한 백문백답 작성이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배역을 맡으면 그 캐릭터에 대한 백문백답을 꾸준히 썼어요.


거의 직전 작품까지 한 건가요?

〈마스터〉 전까지는 했었죠. 특정 작품에는 위험부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뒀어요. 캐릭터에 대한 제 해석이 작가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질 때는 그 방법이 좋은데, 서로 다를 때는 어긋날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영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을 통해서 그 질문을 만들어내긴 하지만요. 특히 드라마는 아직 뒤 내용은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뒤에 숨겨둔 반전이 등장하는 등의 이유로) 배역이 완전히 달라지면 앞에 한 연기가 틀린 게 되니까요.


엄청 노력한 배우군요. 모델 일 하면서 오랜 습관을 버리느라 걷고 뛰는 거부터 시작해서 전부 새로 만들어야 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아무래도 몸에 밴 것들이 있었으니까요. 데뷔작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드라마였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대부분 모델이었어요. 감독님이 많이 지적을 했죠. ‘멋있게 서 있지 마라, 멋있게 걷지 마라’라고요. 저희도 모르게 멋있게 서 있고 멋 내며 걸었던 거죠. 그다음부터는 걸음을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학교〉에 나왔던 흥수란 인물을 생각하며 ‘흥수는 이렇게 걸을 거 같아. 흥수는 이렇게 뛸 거 같아’라며 혼자 고민을 했죠.

혹시 지금 사람들에게 막 영업해서 팔고 싶은 거 있어요?

장르는요?


아무거나요. 아까 말한 구강 세정기도 좋고요.

가장 홍보하고 싶은 건, 제가 아카페라 스페셜티라고 광고를 하나 맡았어요.


아! 이번에 커피 광고 맡았죠?

네 맛이 참 좋아요. 진짜. 이건 제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한번 드셔보세요. 아카페라라고. 맛이 두 가지인데, 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가 더 좋아요. 산미가 아주 좋아요.


광고주가 들으면 엄청 좋아하겠어요. 좋아하는 거 영업하라니까 본인이 광고하는 커피를 꺼내 들다니. (김우빈이 자신의 차에서 아카페라 커피를 꺼내 왔다.)

광고 모델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향이 좋아요.


영업 진짜 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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