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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코리아

3년만에 솔로곡 '터널'로 돌아온 세정의 화보 촬영과 인터뷰

그건 그녀가 아침마다 거울 속에서 마주치는 형상이라고 했다. ‘멋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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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이가 한 번도 웃지 않았고

화보는 마음에 들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 억양까지 지면에 옮길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느어무’라고 써주세요. ‘느어무’ 마음에 든다고.


표준어가 아니라서 어떨지. 아무튼 이번 화보에서 여러 스타일의 옷을 소화했는데요….

앗!


왜요? 샌드위치도 느어무 맛있나요?

느어무 맛있네요. 죄송해요.(웃음) 아직 밥을 못 먹어서… 맞아요. 여러 스타일의 옷을 입었죠.


하하하. 그중에서 어떤 게 가장 자기 옷 같아요?

제일 멋있고 저 같았던 건 티셔츠 입고 캡 쓴 거. 그리고… 화보에서 보여주기 좋았던 건 조끼랑 치마 입은 착장요. 펑퍼짐한 옷이 좋아요. 주름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고.

자기 마음에 흡족한 옷과 보여주고 싶은 옷이 따로 있네요.

아무래도 그런 착장은 제가 평소에 입고 다니기 어려운 스타일이니까요. 화보 찍을 때 입기 좋은 거죠. 저는 화장기 없이 깔끔하게 촬영하는 콘셉트가 많아서 그런지 그런 스타일의 옷이 뭔가를 표현하기도 더 편하더라고요.


남들은 어울린다 그러는데 스스로는 잘 안 내키는 스타일도 있나요?

남들… 근데 다행히 제가 메이크업만… 메이크업에 따라서 인상이 잘 바뀌는 편이라서요. 메이크업만 따라준다면… 딱히 어떤 스타일이든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데….


다 잘 소화한다는 이야기를 겸손하게 들리게 하려고 굉장히 애쓰는 것 같은데요.

(웃음) 아니, 그건 아닌데요. 아, 있다! 제가 사실 가죽을 좀 어려워해요. 라이더 재킷 정도는 괜찮은데 호피 무늬나 뱀피같이 센 건 좀 그렇죠. 잘못 입으면 훨씬 나이 들어 보이더라고요.


그러려나? 워낙 앳된 얼굴이잖아요.

아잇, 감사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앳된 얼굴이라는 말에 그렇게 능구렁이 같은 톤으로 화답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엔.(웃음) 아무튼 나이 들어 보이는 걸 염려하는 게 신선하네요. 반대 경우를 걱정한다면 모를까.

그 나이를 표현할 수 있는 건 그때밖에 없잖아요. 저는 무엇이든 최대한 그 나이에 맞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희 패션 에디터가 스타일리스트에게 이렇게 주문했더라고요. “브랜드가 무엇이든 좋고, 전부 빈티지라도 상관없어요. 예쁘고 귀여운 걸로만 입히고 싶어요.”

와, 감사하네요.

그걸 보고 저는 생각했죠.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세정 씨를 예뻐할까?’ 왜일까요?

(웃음) 글쎄요…. 왜일까요? 제 이미지가 밝고 쾌활하고 명랑하고, 그런 느낌이 많다 보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사실 제가 촬영하는 화보는 거의 두 갈래로 나뉘거든요. ‘세정이 본연의 모습을 담고 싶다’이거나, ‘세정이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다’이거나. 제 본연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화보에서 예쁘고 귀여운 옷을 많이 준비해주시는 것 같아요. 웃는 얼굴을 많이 담으려는 그런 화보요.


사람들이 세정 씨의 웃는 얼굴을 좋아하기는 하는가 봐요. 포털 사이트의 〈꽃길〉 무대 영상 섬네일이 죄다 엔딩 파트더라고요. 곡 분위기상 중간에는 웃지 않고, 노래가 끝난 후에야 웃으니까.

맞아요. 웃는 얼굴이 뭐랄까, 제일 전달력이 큰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그런데 또 포털 사이트 프로필 대표 이미지는 무표정이더라고요. 세정 씨는 스스로의 무표정을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좋아해요. 멋있는 것 같아요. 으하하하. 왜 세수할 때는 다들 무표정으로 거울을 보잖아요? 그럴 때 거울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제 얼굴에서 ‘멋짐’을 찾는 것 같아요.


이번 화보 기획이 나쁘지 않았네요. 다 무표정이었으니.

그렇죠. 제가 워낙 웃는 얼굴을 많이 찍다 보니 웃음기 싹 빼달라는 주문을 받은 촬영은 이번이 두 번째예요. 근데 첫 번째는 좀 몽환적인 분위기의 무표정이었으니, 이렇게 멋진 무표정을 의도한 건 난생처음인 거죠.


그런 면모는 아직 대중에 선보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네요. 세정의 ‘멋짐’. 무대로든 연기로든 말이죠.

그렇죠, 아직은 없죠. 아, 재미있겠다.


세정 씨는 참 맑고 야무진 것 같아요. ‘김세정’을 유지하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인가요, 아니면 그저 자연스러운 일인가요?

저는… 필요한 것 같아요.


노력이.

네.


사실 누구나 스스로가 믿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어느 정도는 노력을 하겠죠.  

저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게 올 때는 ‘김세정’에 대한 각자의 기대를 갖고 오잖아요. 그걸 충족시키고 싶은 거죠. 의무감은 아니고… ‘만족감’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아요. 그런 노력은 재미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런 인터뷰도, 만약 제가 미리 질문지를 받으면 고민을 하는 거죠. 어떤 대답을 하면 더 재미있을까? 어떤 대답을 하면 고민해서 질문을 만들어 온 기자님도 ‘앗, 재미있는데!’ 하실까? 어떤 답을 하면 잡지를 본 팬들이 ‘아, 세정이가 또 이렇게 재미있게 대답했네’라고 생각할까? 그런 반응을 보는 것도 좋거든요.


세정 씨의 인터뷰에는 늘 호평이 붙죠. 세정 씨 어록이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혼자 있을 때 글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 덕분일까요?

글쎄요, 요즘에는 잘 안 써요. 그래서 어휘력이 자꾸 떨어지는 느낌도 있고.

그래도 언젠가는 세정 씨가 쓴 글이 대중에 공개될 가능성도 있나요? 

연습생 때는 그런 야망을 품기도 했어요. ‘나는 연예인이 되면 자서전을 쓸 거야.’ 왜 어릴 때는 그럴 수도 있잖아요.(웃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버렸지만요.


왜요? 우여곡절이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이야기도 잘하고.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이가 넉넉히 든 후에 뒤돌아보는 의미로 내는 거라면 또 모르죠. 나중에, 한바탕 다 지나가고 나서요. 그게 아니라면… 물론 시기상으로는 한창 잘하고 있을 때 내는 게 맞긴 할 텐데요, 아무래도 뱉어놓은 말이 두고두고 부끄러울 것 같아요.


먼 훗날 쓸 자서전에서 본다면 지금은 어떤 시기일까요?

지금은 음… 1막을 넘기고 2막을 열려고 하는 시기?


김세정의 1막을 어떻게 평가해요?

잘한 것 같아요. ‘세정이’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생겼으니까요. 그것도 되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것만으로도 되게 잘한 것 같아요. 보통 데뷔 초반에는 잘 모르는 상태로 이것저것 맡다 보니까 생각지도 못한 이미지를 얻기도 하고 우왕좌왕하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저는 참 잘 쌓은 것 같아요.


데뷔 첫해에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 1위를 했죠. 그룹과 솔로 활동 둘 다. 그다음 해에는 연기에 도전해 신인상을 받았고요. 예능에는 출연할 때마다 국내 최고의 MC들에게 극찬을 받았어요. 이 커리어는 뭐랄까, 삶의 숨겨진 비밀이라도 깨우친 걸까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평가를 받는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한번 극찬을 받으면 이후에 준수한 결과물을 내놓아도 퇴보한 게 되잖아요. 부담으로 작용할 때가 있죠. 그래서 2막이라는 발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때보다 더 올라갈 거야’가 아니라, ‘그때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엔 다른 경험도 하게 될 거야’ 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어쨌든 막은 다시 올라갈 거니까요. 순위나 상 측면에서 더 올라가고 떨어지는 건 이제 크게 상관없을 것 같아요.  


연연하지 않는다.

연연… 했었죠. 이제야 없어진 거지.(웃음)


요즘 고민 있느냐고 묻는 사람 많지 않아요? ‘터널’의 곡 분위기 때문에 괜한 걱정을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노래 내용과 가수의 상태를 혼동한다기보다, 왜 잘 웃는 사람의 무표정을 우연히 목격하면 자꾸 그 사람의 내면 세계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요.

음, 제 생각에 사람들이 저한테 고민 있느냐고 묻는 이유는 그 반대인 것 같아요. 워낙 웃어서. 원래 잘 웃는 사람이 속에 고민을 쌓아두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실제로 저도 예전에는 그랬거든요. 웃음 아래에 가려진 그림자가 더 짙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웃는 게 그냥 웃는 거예요. 사람들 눈에도 그게 보이나 봐요. 요즘에는 고민에 대한 질문보다 좋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살도 더 빠졌는데 왜 이렇게 건강해졌느냐고들 하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건강해진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단단해졌군요. 그럼 세정 씨를 가장 곤란하게 하는 감정은 뭐예요? 멋쩍음? 미안함?

음… 질투심. 내가 사랑하는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질투가 날 때가 있잖아요. 어떨 때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한테 질투심이 생기기도 하죠. 저는 인정이 빠르거든요. ‘아, 이 감정은 질투구나’ 하고. 그런데 저는 저도 모르게 솟아나는 그 질투심이 너무 싫어요. 그럴 때 제 자신에게 너무 곤란해요. 아직 어른이 덜 됐구나 싶기도 하고.


질투는 나이나 성숙과는 별개의 감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가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하고 있는 일 중에 제일 욕심나는 분야는 뭐예요?

원래 제가 좀 다방면에 욕심이 있어요. 욕심이라기보다 의욕? 의지가 넘치죠. ‘다 잘하고 싶어!’ 하는 종류의 의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걸 제가 안 좋아하기도 하고요. 어떤 분야가 됐건. 그래도 딱 하나만 꼽으라면, 가장 욕심이 나는 건 여전히 무대예요. 제일 잘하고 싶고. 제일 잘 보여주고 싶고. 무대가 가장 좋아요.


세정 씨의 솔로 활동은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줘요. ‘꽃길’이든 ‘터널’이든요. 실제로는 어떨까요? 곡 내용이나 콘셉트에 관여하나요?

아직 그런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회사에서 콘셉트에 많이 녹여내죠. 제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가사도 전부 ‘위로’, ‘꿈’과 관련된 내용이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이런 곡을 부르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해주신 것 같아요.


‘터널’은 이런 메시지죠. ‘이 길 끝에 분명히 다른 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 잘될 테니까, 지금 조금만 더 힘내자. 내가 계속 옆에 있을 테고, 터널이 끝나면 내가 안아줄게.’ 세정 씨의 위로 스타일과 비슷한가요?

음, 제가 남을 위로해주는 방식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남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들어주기만 해도 될 텐데 뭐라도 답을 해주려고 혼자 끙끙대죠. ‘괜찮을 거야’ 같은 말은 잘 못해요. 그런데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 해줄 때는 참 좋은 위로인 것 같아요. 힘이 있는 말이죠. ‘괜찮을 거야. 이것만 지나고 나면 분명히 다른 길이 펼쳐질 거야. 이럴 때라도 맛있는 거 먹어야지.’ 제 자신에게 해줄 때 크게 다가오는 이야기죠.


세정이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기보다, 듣는 사람 각자의 ‘내면의 목소리’가 화자인 노래인 셈이네요.

맞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며칠 전에 찍은 브이앱(라이브 방송 애플리케이션)을 봤어요. 차로 이동 중에 촬영한 편이었는데, 카메라 켜놓고 졸더라고요.(웃음) 요즘 아무래도 많이 피곤하죠?

그렇다기보다 그때 둘 다 하고 싶었어요. 졸리긴 한데 브이앱도 하고 싶고. 어떡할까 하다가 그냥 켠 거예요. ‘브이앱을 해야 하니까 피곤한 걸 참아야지’가 아니고, ‘졸면서 브이앱 해도 되겠지 뭐’ 하는 느낌이었던 거죠.(웃음)


잘한 것 같아요. 그 편만의 매력이 있어요. 졸린 사람이라기보다 어째 좀 취한 사람 같기도 하고요. 취한 친구랑 영상통화하는 기분이 들었달까요.

하하하. 맞아요. 포즈도 그렇고, 이야기도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했고.


그 방송 도중에 악플이 하나 올라왔잖아요. 아이돌은 돈 벌려고 춤추고 노래하는 직업이라는 뉘앙스로. 그때 세정 씨가 이렇게 답했죠. 돈 벌려고 춤추고 노래하는 게 뭐 어때서 그러느냐고. 돈이야 사람들 다 버는 거고, 예쁘고 멋지게 춤추고 노래해서 돈 버는 모습 너무 멋있지 않느냐고. 다들 예쁘고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감동적인 말이었어요.

사실 저는 혼자 아쉬워했어요. ‘아! 이렇게 말할걸’ 하고, 나중에야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까요.(웃음) 춤추고 노래하는 건 대다수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각자의 예술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을 테니 한 가지 잣대로 옥석을 가리긴 어렵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의 춤과 노래에는 더 보고 싶은 측면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예요. 가치 있는 춤과 노래라고. 저는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그 뒤에 한 말에 더 큰 감명을 받았어요. 한 팬이 “그런 댓글까지 다 읽을 필요 없어요” 하니까 웃으며 말했죠. “이런 얘기 하는 거 좋아해요.” 통쾌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익명의 악의는 내게 생채기도 낼 수 없다는 일종의 암시처럼 들려서요.

저는 사실 그런 악플을 봐도 화가 나진 않아요. 그냥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왜 그걸 모르지?’ 물론 그런 악플을 계속 본다면 저도 상처를 받겠죠. 아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래도 크게 흔들릴 것 같진 않아요.


인터뷰 시간이 다 됐네요. 마지막 질문을 할까 해요. 아까 세정의 2막이 오를 거라고 했어요.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까지 해온 것과 크게 다른 건 없을 거예요.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온 걸 어떻게 성장시켜나가는지가 관건이겠죠. 다만 지금껏 보여드린 걸 더 ‘세정스럽게’ 보여주는 방법을 알게 될 것 같긴 해요. 노래도, 연기도, 예능이나 진행도요.


뭘 하든 자기 템포로 소화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김세정은 아직 ‘세정만의 방식’이 궁금하군요.

네. 저는 아직도 제가 궁금한가 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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