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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코리아

서강준이 원하는 것

그는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늘 현재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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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종영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시원섭섭한 기분일까?

시원함이 좀 더 큰 것 같다. 처음으로 접한 장르물이라 좀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경찰을 감시하는 감찰이라는 특수직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독특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실제로 존재하는 직종은 아니라지만, 소재 자체는 신기했다. 어쩌면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악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던지는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데, 결국 악이라는 기준도 우리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 <왓쳐>에서 연기한 김영군은 자신의 믿음을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는 인물이다. 온몸을 내던져서 소신을 지키려고 한다. 일종의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김영군처럼 자신의 믿음이 확고한 사람으로 보인다.

영군이와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긴 하지만 나 역시 내가 믿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신앙도 없다. 가끔씩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데 누굴 믿나 싶어서.(웃음) 후회하든 만족하든 내 선택대로 살아가고 싶다.

  

‘나도 못 믿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 같으니까.

아무래도 믿을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물론 내가 남을 믿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고, 나만 옳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아니다. 부모님이나 선배나 내 삶의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나 자신을 믿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은 거지.

김영군은 잠도 거의 자지 않는 것 같고, 밥을 먹는 모습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인물이다. 황폐해 보이진 않지만 항상 무언가에 몰두하고 곤두서 있는 느낌이라 굉장히 피로할 것 같기도 하고. 배우로서도 영향을 받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마음이 좀 지치는 것 같았다. 사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버틸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왓쳐>는 장르물이라서 인물이 회복하거나 치유하는 틈을 보여주지 않고 새로운 사건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러다 보니 배우로서도 그때마다 리셋해야 하는 느낌이라 좀 지친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인물이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아무래도 그런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배우로서 그걸 알아서 감당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지. 사실 초반에는 영군이가 뭘 위해 이렇게 달려가는지 모르겠더라. 아버지의 의혹을 풀기 위한 것이 다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점점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목표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전까진 정작 본인도 잘 모르면서 그저 달리기만 했던 거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군이가 살아가는 의미를 되짚게 만들어준 것 같기도 하다.

  

영군이가 뭘 위해 달려가는지 모를 수밖에 없는 건 그저 중력에 끌려가는 인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끔찍한 과거라는 중력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 본인이 그걸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거기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것이 영군의 인생에서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맞다. 중력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그저 중력에 끌려가는데 인지하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끌려가는 방향을 따라 마냥 달려갈 수밖에 없다가 조금씩 스스로 뭘 위해 달려가는 건지,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점점 깨닫게 되는 거지.

  

그래서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지만 눈앞에 나타났을 때에는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한다. 어떤 면에서는 화해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니까 원망한다고 생각했다.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원망할 생각도 들지 않을 테니까. 너무 사랑해야 원망도 할 수 있는 거겠지. 정말 엄마를 죽였는지는 몰라도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원망 정도는 있을 것 같고. 결국 사랑하는 감정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 있나?

사람이니까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 그런데 영군이처럼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미워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건 이미 내가 큰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러니 증오를 다 풀어버려야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적나라하게 상처가 드러나야 치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왓쳐>의 중심 인물인 도치광 반장(한석규)과 한태주 변호사(김현주), 김영군 모두 내면에 상실감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입장이 저마다 달라서 균열도 생기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고 서로 의심을 걷고 연대하면서 각자의 상처도 돌보게 되는 인상이라 보는 사람의 마음도 좋았다.

처음에는 서로 의심하다가 점점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이 더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나아간 셈이다. 그리고 더욱 단단해지기 위해서 서로 상처 주고, 오해를 풀어야 하는 과정이 필연적이었던 것 같고. 이 세 사람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어리석음을 간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연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마냥 믿는 것이 아니고, 언제든 악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계를 풀지 않는 거다. 기본적인 믿음은 있지만 어느 정도 의심을 풀지 않는다는 거지.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왓쳐>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는 시그너처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던지는 의도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물어야 할 질문이다. 당신이 말하는 인간다움이 뭐길래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인간다움의 기준은 선함이나 배려심, 희생이 될 수도 있지만 범죄를 일으키는 것도 인간적이라는 단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이기 때문에 선행도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악행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질문 자체가 불명확한 셈이다.

  

결국 인간의 한계도 인간다움에 속하는 영역이니까. 게다가 사람을 죽이고 엄지손가락을 끊는 살인마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질문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고.

사실 엄지손가락을 자르는 행위도 인간만이 하는 짓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역시 인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 질문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지만, 선뜻 답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사색을 즐기는 편인가?

잡생각이 많은 편이긴 하다. 그리고 잡생각을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잡생각도 필요하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물론 가끔은 아무런 생각 없이 다 넘겨버릴 때도 있고, 때에 따라 다르다.

드라마 <제3의 매력>의 온준영은 캐릭터 특성 때문에 치아 교정기를 끼고, 못생겨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왓쳐>의 김영군은 특별히 외모에 신경 쓰는 캐릭터도 아닌데 ‘잘생겼다’거나 ‘인물 좋다’는 평가를 종종 듣는다. 실제로 잘생겼다는 말을 적잖이 들을 것 같은데, 쉽게 받아들이는 편인가, 아니면 좀 민망한가?

고마운 말이지만 나는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좀 부끄럽고 그렇다.

  

과거에 배우로서 타고난 재능은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기가 재미있다고 한 적도 있고.

연기가 너무 재미있으니까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은데,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입장이라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거지. 노력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노력할 수밖에 없는 거다. 만약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노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래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고. 실제로 그런 배우도 있다던데, 나처럼 재능을 타고나지 못해서 감이 무딘 사람은 그저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생긴 건 배우로서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대중의 호감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요소니까. 배우 서강준도 경력을 시작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그 덕을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내가 연기하게 만든 기본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점은 있었을 거다. 그런데 ‘대중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줄 수 있느냐’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인 것 같다. 배우라면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고, 얼마나 밀도 있는 작품을 원하는지가 중요한 법이니까. 그게 없으면 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이미 끝난 것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작품이나 배우로 살아갈 확신을 준 시기가 있었을까?

<제3의 매력>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소위 대박을 쳤다고 말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많은 작품이다. 그 작품을 하면서 배우의 목표가 작품의 성공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여러모로 감사하는 작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랑하는 것뿐이지. 내가 <제3의 매력>을 사랑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냥 이유 없이 준영이가 생각나고, 그때 생각이 많이 나고, 현장에 가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준영이라는 인물의 솔직함이 좋았다. 단순히 솔직한 성격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치부까지도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 어떤 캐릭터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대행해주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준영이는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듯한 캐릭터였다.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지만 정작 자신만 모르기 때문에 전혀 의식하지 않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가식이 없는 인물인 거지.

  

배우는 끊임없이 대중의 평가를 받고, 대부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견뎌내야 할 스트레스가 많을 수도 있고, 어쩌면 세간의 관심을 즐기는 자질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어떤 편일까?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언젠가 터져버릴 수도 있을 테니 항상 흘려보내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각자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은데 문제는 옆에서 해결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는 거다. 상처받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당사자가 상처받지 않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상처는 받게 되는 거지, 받지 말라고 해서 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배우를 비롯한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힘으로 살아가는 만큼 완전히 솔직해지기도 힘들 것이다. 한편으로는 결코 솔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대중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마음을 100% 말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이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고, 그럼으로써 최소한의 떳떳함은 갖고 살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팬들도 어떤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시는 거고. 그런 적당한 거리감이 중요한 것 같다.

  

오는 10월 12일에 처음으로 국내 팬미팅을 한다고 들었다. 해외에서 팬미팅을 한 적은 있었으니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팬들과 이런 자리를 갖는 건 처음이라 좀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한국 팬들과는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니까 한번 만나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날 만나서 뭘 하게 될지는 아직도 모른다. 조만간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올 예정인데 그 이후에 작가님과 미팅해보고 뭘 할지 결정할 것 같다.

  

그날이 생일이라고 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성대한 생일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일은 사실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평소에 생일을 잘 안 챙기는 편이다. 고생은 부모님이 했지, 내가 한 게 있나.(웃음) 물론 나를 아껴주는 분들이 챙겨주지만 그냥 넘어가줬으면 싶을 때도 많다. 그래서 그날도 나보다는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한 날이 됐으면 좋겠다. 어차피 생일은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님을 위한 날이라 생각하니까, 그날도 팬들을 위한 날이 되면 좋겠다.

2014년에 만났을 때 10년 후 본인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끊이지 않고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10년 전을 떠올리면서 신인으로서 힘들고 어려웠던 부분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입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5년이 지났다. 그때는 막연했던 미래가 이제는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래를 상상하기보단 현재에 집중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도 그냥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어떤 배우일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현재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고. 뭔가 특별하게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다. 좀 더 성장했다고 느낀다면 다행일 것 같다.

  

조만간 가족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했는데, 가족끼리 종종 여행을 가는 편인가?

매년 가는 편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가려고 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떠날 때가 있는 법이니까. 다들 이별한 후에 잘하지 못한 걸 후회하는데 나는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 하고 싶다. 나중에 후회하면 늦을 것 같아서 지금부터 후회를 덜어내고 싶다. 하루라도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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