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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흡연자란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담배 냄새 싫어하는 흡연자도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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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세요? 몰랐어요. 그렇게 안 보이셔서…”


몇 번을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있다.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건 대개 “흡연자인 줄 몰랐다”는 말. 13년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흡연자에게 이만한 칭찬이 또 있을까.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내가 참 관리를 잘했구나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건 네가 애같이 보여서 그래”라고(자랑하는 게 아니다). 모르는 소리다. 아니, 그들은 모를 거다. 담배 피우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고약한 그 냄새를 없애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사는지를.

냄새 없는 트롬베 재떨이

지금은 전자담배를 피우지만, 난 연초 피우던 시절부터 담배 냄새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흡연 후엔 늘 손을 씻었고, 가글도 수시로 했다. 1분가량 입도 다물었다. 유난스럽게 보이겠지만, 내게도 역한 냄새를 옆 사람에게 풍기고 싶진 않았다. 그게 매너라고 생각했다. 피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주머니와 가방 속에 떨어진 담뱃잎 부스러기는 자주 털어 없앴다.

차 안에서 피울 땐 늘 트롬베 텀블러 재떨이를 썼다. 담배 냄새와 연기가 역류하지 않게 막아주는 재떨이인데, 흡연 흔적을 지우는 데 탁월했다.

(좁은 입구가 기압차를 만든다. 연기가 공기에 눌려 못 나온다.)

재떨이 안쪽엔 기압 차를 유발하는 구조물이 붙었다. 좁고 길쭉한 통로인데, 여기로 담배꽁초가 들어가면 냄새도, 연기도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투입구 밖 무거운 공기에 눌려버리기 때문. 잔 냄새는 위쪽에 붙은 방향제가 잡아줬다.
기능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던 건 디자인이다.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페트병 대신 깔끔한 텀블러가 보이니 참 좋더라. 재떨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차 안이 쾌적해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물론 텀블러로 착각해 몇 번이나 들이마실 뻔했던 건 함정. 동승했던 여자친구가 물 마시려고 집었다가 경악했던 것도 함정.

진한 향으로 압살하는 샤넬

제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해도 몸에 밴 담배 냄새까지 빼는 건 쉽지 않다. 연초 피우던 시절, 내가 찾은 해결책은 향수였다. 담배 냄새와 잡내를 잡아주는 깊고 진한 향수.


블루 드 샤넬 빠르펭(BLEU DE CHANEL PARFUM)은 근래 썼던 향수 중 가장 높은 만족감을 줬다. 담배 냄새와 향수가 뒤섞이면 더 역해지기 마련인데 이건 달랐다. 담배 냄새는 물론 온갖 잡내 잡는 데 최고였다. 세 번만 뿌려도 몸에 밴 모든 냄새가 샤넬로 뒤덮였다. 내가 곧 샤넬이요. 샤넬이 곧 내가 된 느낌이랄까.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에게도 마구마구 권해주고 싶더라.


향은 달콤하면서도 개운했다. 우드 계열의 개운한 향이 느껴지면서 묵직함도 갖췄다. 마치 슈트를 섹시하게 빼입은 도시 남성처럼. 사실 향보다 인상적인 게 있었는데, 지속 시간이다. 향수는 오드뚜왈렛(Eau de Toilette), 오드빠르펭(Eau de Perfume), 빠르펭(Perfume) 계열로 나뉜다. 빠르펭은 가장 긴 지속 시간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블루 드 샤넬 빠르펭은 8시간 넘는 지속력을 보여줬다. 출근 전 뿌린 것만으로 퇴근까지 그 향을 즐길 수 있었다.

방 안 가득 스모키향, 피에프캔들 인센스


‘나가기 귀찮은데 화장실에서 딱 한 대만 피울까?’


집에서는 절대로 흡연해선 안 된다. 나도 잘 안다. 가족과 살았다면 나 또한 금연했을 거다. 하지만 혼자 살다 보니 그게 어려웠다. 흡연의 유혹에 쉽게 빠져버렸다. 결국, 남는 건 후회뿐. 딱 한 대만 피웠을 뿐인데 온 집 안이 담배 연기, 냄새로 가득 차더라.


집 안을 향으로 채우는 건 내가 찾은 담배 냄새 제거법 중 하나였다. 향초? 그런 거로는 어림도 없다. 주로 사용한 건 인센스 스틱이다. 연기로 향을 퍼뜨리는 인센스 스틱은 여타 방향제보다 높은 효과를 보여줬다. 향기 퍼지는 속도도 빨랐고 향의 깊이도 뛰어났다.


인센스 스틱 중에서 으뜸을 꼽는다면 단연 피에프 캔들(P.F. CANDLE) 제품이다. 추천하는 향은 NO.11 앰버&모스(AMBER&MOSS). 이 제품은 상큼하고 상쾌한 향을 품었다. 흡사 참나무 우거진 숲 속의 느낌이다. 1시간가량 불타며 연기를 내뿜는데, 첫 5분만 지나도 집 안이 상쾌한 향기로 가득 찼다.


잔향도 오래가는 편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3~4시간 동안은 향이 남았다. 벽지, 침구, 옷에도 슬쩍 스며들었다. 특히 인센스 스틱 근처에 옷을 걸어두면 향이 은은하게 옷에 배어서 좋았다.


아, 참고로 실내 흡연을 독려하려는 의도는 없다. 부득이하게 혼자 사는 집에서 흡연했을 때, 냄새 없애는 팁 정도로 여겨줬으면 한다.

향기 나는 전자담배, 쥴

담배 냄새에 예민한 내게 전자담배는 혁명과도 같았다. 연초에서 아이코스로 바꾸고부터는 냄새 걱정이 확연히 줄었다. 대신 다른 고민이 하나 생기긴 했다. 아이코스의 크기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거다. 가로 114mm, 세로 46mm 크기의 아이코스3와 히츠스틱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툭 튀어나온 바지 주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흠… 그렇다고 연초를 다시 태울 순 없고…


때마침 알게 된 제품이 쥴(Juul)이었다. 이 녀석은 휴대성 측면에서 우월한 전자담배다. 아이코스3 크기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을 정도랄까. 특징은 얇고 가볍다는 거다. 손가락 하나 크기로 어디든 쏙 들어갔다. 궐련형이 아닌 액상형이라는 점, 담배 1갑 분량의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서 쓴다는 점도 특징이다.


처음 쥴을 알았을 때 ‘오,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데?’ 싶었다. 곧 국내서도 만나볼 수 있다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정식 출시되면 편의점에서 액상 카트리지를 판매할 테고, 그렇다면 기존 액상 제품처럼 카트리지 구하는 게 번거롭지도 않을 테고… 휴대성까지 좋다니. 이거다 싶어서 직구를 시도했다.

쥴을 맛본 뒤 가장 놀랐던 건 연초에 버금가는 연무량과 타격감이었다. 거기에다 휴대는 간편했고, 전자담배 특유의 찐 내도 없었다. 액상에 첨가된 과일 향 외에 아무런 향도 나지 않았다. 마치 향기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래서 ‘Juul is King’으로 부르는 건가.

고백하자면 사실 아이코스3를 완전히 내치진 못했다. 쥴에서는 흡입압, 쉽게 말해 빨아들일 때의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향기 나는 수증기를 들이마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 하나를 고집하기보단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게 되더라. 생각해 보니 흡입압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쥴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이것은 최소한의 매너

흡연 시마다 손을 씻고 가글하는 남자. 냄새 안 나는 재떨이와 진한 향수, 인센스 스틱을 사랑하는 남자. 전자담배를 고집하는 남자. 흡연자란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하기 위한 내 노력이 이렇다. 이쯤 되면 눈물겹지 않나.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흡연자란 사실을 감춰야 하느냐고?
단지 이미지 관리 때문만은 아니다. 담배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 코를 틀어막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이건 유난이 아니라 매너가 아닐까. 흡연자와 비흡연자, 서로를 위한 최소한의 매너. 깔끔한 이미지는 덤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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