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스카' 주인공은 누구?..두 영화의 의미있는 대결

조회수 2021. 4. 20.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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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나리'와 '노매드랜드'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하는 이유

아메리칸 드림의 ‘미나리’-무너진 오늘날의 ‘노매드랜드’
구시대 이데올로기의 회상과 해체의 대결

‘미나리’와 ‘노매드랜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작품이다. 허나 막상 영화를 본 일반 관객은 어리둥절할 공산이 크다. 여러 시상식을 석권했다는 소식과 함께 들리는 평단의 찬사와 달리, 담백하기 그지 없는 두 영화는 얼핏 낯설고, 심심할 따름인 이유다. 지난해 아카데미를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두 작품에 평단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영화는 열심히 일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과 희망이 1980년대를 지배했음을 짚어낸다. 동시에 ‘미나리’는 미국인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이민의 역사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과 아시안, 인종과 북미 대륙에 정책 했던 시기는 구분되나, 미국 가족의 역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결국 낯선 곳에 새 삶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미국인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 역시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미나리’는 전통적인 가족상이 균열되던 과정을 상세히 살피기도 했다. 가부장적 가족관이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 출발한 순자(윤여정) 가족이지만, 결국 변화한 시대와 환경에 따라 가족의 형태와 모습 역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마냥 함께여야만 할 것 같은 가족은 각자의 행복을 위해 충돌하고, 경제적 성공과 가족에 대한 부양을 바탕으로 가부장의 지위를 지키고, 권위를 획득하고 싶던 아버지는 거세의 위기에 처한다.

결국 자본주의의 이상 사회가 펼쳐진 것만 같은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이들의 역사를 공유한다. 그로부터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지난 시대의 단면을 꺼낸다. 그렇게 관객은 부모 세대의 열망을 만나고 비로소 이해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다면 ‘노매드랜드’는 어떨까. 클로이 자오 감독은 영화를 철저히 백인 장년층을 위주로 이야기를 꾸렸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사회 경제적 기반이 무너진 이들을 주인공 삼았다. 이들은 ‘미나리’의 제이콥(스티븐 연)과 같은 세대다. 내일을 꿈꾸며 행복을 바라던 이들은 단숨에 꺼져버린 희망을 따라 전통적인 생활상 자체를 포기했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철저한 실패자들이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가족은 물론 거주지마저 해체된 우리 시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그린다. 비록 그것이 아름답거나 이상처럼 여겨지진 않고, 되레 외로워 보일 따름이지만, 이는 선택이 아닌 필연의 결과다. 1960년대 자유를 찾아 떠돌아다니던 히피문화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그저 먹거리를 찾아 초원을 떠돌던 유목민의 삶으로의 회귀다. 때문에 제목 역시 ‘노매드랜드’(유목민의 땅)이다.

‘노매드랜드’에 그려진 이들의 특징은 바로 ‘내일’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들의 모습은 곧 우리와 닮아있다. 언제나 내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는 우리의 관념과 달리, 실제 우리의 삶은 그저 하루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뿐임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하늘을 지붕 삼는 일기(日記)는 비록 우리와 동떨어져있는 누군가의 특이한 기행 같지만, 결국 희망과 현실, 개인과 사회의 멀어져 가는 간극 사이에서 점차 표류되어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렇게 ‘노매드랜드’는 우리가 만고불변의 진리로 여기는 자본주의와 현대적인 가족상 등 이른바 ‘안정적인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 사회상과 나아가 해체되어가는 구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담겼다.

결국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와 ‘노매드랜드’(감독 클로이 자오)는 우리의 역사와 현재, 미래의 편린을 담은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두 영화는 우리의 지난 역사와 사회, 현실 등을 담아 스크린에 옮겼으며, 이를 통해 관객은 역사와 문화,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단편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를 석권한 ‘기생충’(감독 봉준호) 역시 마찬가지 아니던가. 경제적 계층이 철저히 분리된 우리 사회와 무너진 계층의 사다리, 이에 따라 해체되어가는 가족과 희망이 그려진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그림은 ‘미나리’로 시작해 ‘노매드랜드’로 이어진 역사 중간에 위치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할지 여부는 벌써부터 재단하기 힘들다. 다만 여러 외신들의 동향을 살펴볼 때 ‘노매드랜드’가 수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제성(星)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을 기원하며, 아카데미의 기대작이 관객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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