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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으로 군용수송기 대신 전세기를 보낸 이유

조회수 2020. 2. 5. 16: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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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의 전세기는 왜 중국 우한에 갔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관련 뉴스를 확인하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자국민 철수에 군용 수송기가 아닌 전세기(일반 여객기)를 투입하는 것일까? 중국의 반대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군용 수송기를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 혹은 대응 지침이 없어서? 이유는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군용 수송기를 투입하는 것보다 전세기(일반 여객기)를 투입하는 것이 자국민 철수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22, 최초 감염자가 발견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물론 주변 지역을 봉쇄하고 중국인들의 국내외 이동을 제한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로 인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 내 주요 15개 도시 역시 자체 봉쇄령으로 공항, 철도, 고속도로 등 외부와의 교통을 완전히 차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감염자가 중국 국내는 물론 이제는 주변국을 넘어 유럽, 호주, 미국 등에서도 계속 추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대응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우한에 고립된 자국민들의 안전 확인 및 대피를 위한 다양한 조치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중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은 물론 전세기를 급파해 자국민들을 중국 우한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실제로 128일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30일부터 우리나라,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이 전세기 및 군용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중국 우한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중국 우한에 군용 수송기를 보내자!


출처: 대한민국 공군 홈페이지(http://rokaf.airforce.mil.kr/airforce/index.do)
세계 각국의 자국민 대피계획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군사마니아들은 전세기 대신 공군의 KC-330 다목적공중급유기를 투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128, 30~31일 양일간 대한항공 전세기 4편을 투입해 현지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과 유학생 등 약 700여 명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24일 우한 톈허 국제공항(武汉天河国际机场) 국제공항이 폐쇄되기 전까지 A330-400 기종으로 주4회 운항해 왔고 이번 전세기 운항에는 노동조합 소속 베테랑 승무원들이 자원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전세기편을 통해 마스크 200만 개, 방호복 및 의료용 보호경 각 10만 개 등 의료구호물품을 중국에 전달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한편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군사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대한항공 여객기 대신 공군 수송기를 보내 우리 국민을 철수시키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적 재난상황에서는 대한항공 여객기보다 공군 수송기가 더 적합하다는 것. 특히 그동안 다양한 국제구호활동에서 활약했던 C-130 계열 수송기 대신 최신의 KC-330 시그너스(Cygnus) 다목적공중급유기(MultiRole-Tanker/Transporter, 이하 MRTT)를 투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애초에 KC-330을 도입한 목적 중 하나가 공군의 국내외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개선함은 물론 국제평화유지 활동과 해외재난 지원, 재외국민 구조활동에 기여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https://www.af.mil/)
보통 국제적 재난·재해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공군 수송기들을 보내 인도적 차원의 다양한 구조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비포장 활주로 이착륙 훈련 중인 미 공군 C-17A 수송기와 지상 통제요원의 모습.

실제로 군사마니아들이 중국 우한에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는 KC-330은 이론상 1대당 약 300여 명의 병력과 약 45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고 항속거리는 14800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존 C-130 수송기보다 더 많은 인원을 탑승시키고 더 먼 거리를, 더 빠르게 비행할 수 있으며 순항고도도 더 높아 기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재급유 없이도 중국 우한과 인천공항을 왕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KC-330이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임무 중에는 병력, VIP 등의 수송과 함께 항공의무후송(Air Medical evacuation, 이하 Air MEDEVAC)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중국과의 외교관계, 국제관례 등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군용 수송기를 투입하는 것보다 대한항공 전세기를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전세기로도 충분하다


대부분의 경우 군용기가 투입되는 상황은 국제적 자연재해·재난으로 인해 공항의 기능이 마비되었거나 활주로 등이 파손되어 정상적이 항공기 이착륙이 어렵고 사고 위험이 높은 경우다. 반대로 말하면 군용기 투입은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항공사가 정상적인 운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실제로 군용기를 해외에 전개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외교적·행정적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인도적 목적의 구호임무를 수행하는 군용기라고 하더라도 타국에 전개할 경우 영공통과, 착륙할 공항의 선정, 조종사 및 승무원의 출입국심사(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 이하 CIQ), 현지 공항에서의 급유 및 지상지원, 공항이용료 및 세금납부 등 다양한 문제가 사전에 해결 혹은 협의되어야 한다. 만약 해외 전개 중 군용기에 결함이 발생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https://www.af.mil/)
현재 봉쇄된 우한에서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우한 톈허 국제 공항의 항공사진. 현재 중국 정부의 결정으로 일반적인 항공편 운항은 중단된 상태지만 중국 정부가 허가한 전세기의 이착륙 및 공항으로서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군용기의 해외 전개에 대한 다양한 경험 및 각 사례별 행정지침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할 정도이며, 이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군용기의 해외 전개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자국민 철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우한 톈허 국제공항의 상황은 군용기가 투입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130~31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배경 역시 여러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인 판단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불과 얼마 전까지 우한 톈허 국제공항에 주 4회 운항한 만큼 영공통과부터 이착륙 및 공항시설 이용까지 문제될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직 기종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A380, B747 같은 대형여객기부터 A330, B777, B787 등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다양한 기종을 투입할 수 있어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한 톈허 국제공항의 폐쇄 역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예방적 조치로 인한 것일 뿐 항공기의 이착륙은 물론 공항으로서의 기능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허가한 항공기 이착륙 및 지상지원, CIQ 및 공항 시설 이용은 전혀 문제가 없으며 중국 각지에서 출발한 의료진들 역시 우한 톈허 국제공항을 통해 속속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종 다양한 군용기와 정부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일반 전세기를 띄운 것 역시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기 보낸 미국 정부


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https://www.af.mil/)
사실 미국 정부의 전세기 운영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다종다양한 군용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해외 파병 및 국내 복귀는 물론 다양 한 목적으로 전세기를 활용하고 있다

125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이하 WSJ)은 미국 정부가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3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보잉 767 전세기로 미국 시민과 가족은 물론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소속 외교관 및 직원들을 철수시킨다는 것. 그리고 미국 국무부는 중국 현지시간으로 129일 새벽 240명의 미국인을 태운 전세기가 우한을 이륙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국제사회의 대다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역시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미국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만약 미국이 군용 수송기를 투입했다면 불필요한 혼란 및 공포가 더욱 확산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군용 수송기를 보내 중국과의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는 대신 전세기를 투입해 조용하면서도 가장 신속하게 자국민들을 중국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공군 홈페이지(http://rokaf.airforce.mil.kr/airforce/index.do)
지난 2017년 필리핀 재난구호 현장에서 활약한 공군 C-130H 수송기의 모습. 아무리 인도적 구호임무를 수행하더라도 군용기의 해외 전개 및 성공적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 이지 않는 노력과 동맹국과의 외교적 협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군 수송기들은 국제적 재해·재난 상황에서 인도적 구호임무를 수행하거나 우리나라 재외 국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며 국위를 선양해 왔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는 군사외교의 일환으로 해외 에어쇼에 블랙이글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군용기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고 해서 주변국가의 영공을 마음대로 드나들거나 아무 공항에나 착륙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군용 수송기의 상징성


출처: 국방일보 DB
남북통일농구경기에 참가하는 정부대표단과 취재진들이 C-130H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군용기를 타국에 보내는 것은 국제 외교 관례상 매우 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상황에 따라 굳건한 신뢰와 동맹관계의 표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군사적 도발 혹은 군사적으로 해당 국가를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는, 적대적 의지의 표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국가의 경우 타국 군용기의 영공진입 자체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으며 단순히 영공을 통과하는 경우에도 이런저런 행정적 조치 혹은 외교문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행정적 절차를 무시하고 타국의 영공을 통과하거나 임무를 수행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당 국가와 사전에 외교적 협의가 끝났거나 해당 국가가 인정한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스텔스 군용기의 비밀임무와 같이 해당 국가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예외는 없다는 뜻이다. 불법적으로 타국의 영공을 침범할 경우 외교적 마찰은 피할 수 없다.

출처: 국방일보 DB
C-130H 수송기가 강진 및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의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이처럼 군용기의 해외 전개를 위해서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물론 동맹국과의 외교적 협력이 필수다. 우리나라 공군 전투기들이 해외훈련에 참가하는 것 역시 굳건한 군사적 동맹관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며 성공적인 훈련 참가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전폭적인 군사적 지원이 필수다.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무조건 군용기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최적의 대안을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욱이 현재 상황에서 다종다양한 군용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왜 전세기를 보냈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1월 29일 기준으로 작성되어 이후 발생한 상황과 기사 내용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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