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쥐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는게 가능할까?

조회수 2020. 1. 6. 11:2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쥐로 지뢰를 제거하는게 가능할까?

소와 말, 개는 인간이 전쟁에 동원한 가장 대표적인 동물들이다. 특히 개는 특유의 충성심과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지금도 다양한 군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쥐가 새롭게 추가될 것 같다. 단 한 마리의 희생도 없이 이미 10만 개 이상의 지뢰를 찾아낸 '아프리카큰주머니쥐(The African Giant pouched rat)'들의 활약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안전하고 완벽한 지뢰제거는 물론 국제 평화유지 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는 아프리카큰주머니쥐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한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저물고 2020년 새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경자년(庚子年)으로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가장 첫째인 쥐(子)의 해이기도 하다. 십이지 중 쥐(子)는 다산과 부를 상징하며 성격이 낙천적이고 원만해 사교성이 좋으며 근면 검소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 분야에서 쥐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소중한 전투식량을 훔쳐 먹는 것은 물론 치명적인 여러 병원균을 전염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고 무기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IT(Information Technology)부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대무기체계의 특성상 쥐의 존재는 치명적이다. 지금도 주요 전자자비의 전선 혹은 부품을 앞니로 갉아 못쓰게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보통 군대에서 쥐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며 금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2020년에는 조금 바뀌게 될 것 같다. 지금도 캄보디아는 물론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지뢰제거에 활약하고 있는 쥐들 때문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개발 중이던 8호 전차(Panzerkampfwagen VIII)의 이름은 쥐(정식 명칭은 Panzerkampfwagen Maus)였다
출처: 위키미디어
흔히 전쟁에 등장하는 쥐라고 하면 진짜 쥐가 아닌 상징적 의미의 쥐를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한 영국군의 장거리사막정 찰대(Long Range Desert Group)는 ‘사막의 들쥐’ 혹은 ‘생쥐 특공대’라는 별명으 로 불렸다. 그런데 아포포 (APOPO)는 상징적 의미의 쥐가 아닌 진짜 쥐로 지뢰를 찾고 있다.

들어는 봤나? 지뢰 찾는 쥐

지뢰를 찾는 쥐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실제로 지뢰 제거, 그중엣도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대인지뢰 제거 작전에 훈련된 쥐들이 투입돼 맹활약하고 있다. 바로 벨기에의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NGO)인 아포포(APOPO)가 훈련시킨 '아프리카큰주머니쥐'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캄보디아 정부 발표에 따르면지난 1979년부터 2016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지뢰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매년 100명 이상, 누적 2만 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4만 40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장애율 국가라는 불명예는 대부분 지뢰에 의한 것이며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희생자들이 여상고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뢰 찾는 쥐들의 활약 덕분에 그 숫자는 크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일명 '영웅 쥐(HeroRATS)'로 불리는 아프리카큰주머니쥐들의 지뢰 찾기 능력과 활약은 놀라울 정도인데 2019년 3월까지 캄보디아에서만 약 4만5000개의 지뢰를 찾아냈고 덕분에 1500만㎡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뢰 찾는 쥐들의 활약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뢰 찾는 쥐들이 처음 임무에 투입된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2010년까지 남부 가자주(州)에서만 1300㎡의 지뢰지대를 청소했고 2019년 3월까지 약 20만 개의 지뢰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를 통해 2100만㎡를 지뢰 없는 안전지대로 만들 수 있었고, 덕분에 오랜 내전과 사방에 방치된 지뢰 때문에 고통받았던 모잠비크 국민들의 삶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벨기에의 비정부기구 아포포(APOPO)를 설립하고 생쥐 지뢰제거반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바트 위친스(Bart Weetjens)의 모습.

발상의 전환을 통해 탄생한 지뢰 찾는 쥐


쥐를 군사적 용도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쥐를 훈련시키고, 훈련된 쥐들이 전쟁에서 활약했다는 이야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본능적으로 인간을 두려워하는 쥐의 습성은 물론 쥐의 평균 수명이 2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짧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쟁에서 쥐를 활용하는 경우는 쥐의 습성 혹은 죽은 쥐를 활용해 적진에 전염병을 퍼트리거나 기름(혹은 인화성 물질)에 적신 쥐들을 풀어 놓은 뒤 불 을 붙여 적진을 불바다로 만드는 경우뿐이었다.



하지만 아포포(APOPO)를 설립하고 생쥐 지뢰제거반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바트 위친스(Bart Weetjens)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지뢰 탐지 방법을 생각해 낸다. 바로 후각이 예민하고 먹이를 땅속에 묻어두는 습성이 있으며 수명도 8년 내외로 비교적 긴 ‘아프리카큰주머니쥐’의 습성을 활용하는 것. 오랜 시행착오 끝에 그는 큰주머니쥐에게서 발견한 가능성을 점점 더 구체화시켰고, 지뢰 수색 및 제거 체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뢰 찾는 쥐를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지뢰 찾는 쥐의 훈련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소코이네 농업대학에 위치한 아포포(APOPO) 훈련소에서 생후 4주차부터 시작된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지뢰 찾는 쥐, 어떤 훈련을 받나

아무 쥐나 지뢰를 찾을 수 있는 능력 을 갖춘 것은 아니다. 먼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소코이네 농업대학에 위치한 아포포(APOPO) 훈련소에서 면밀한 관찰 후 생후 4주차부터 선택된 큰주머니쥐들만 훈련을 시작한다. 주된 훈련 내용은 사람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명령과 보상에 대해 이해하기, 화약 혹은 폭약 냄새를 구별하기, 사람에게 신호하고 보상 받기 등으로 이어진다. 쥐들을 선발하고 훈련시키고 있는 압둘라 음촘부 (Mchomvu)는 지뢰 찾는 쥐의 선발과 훈련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으며 상당한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초창기에는 100마리 중 한 마리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으며 오랜 시행착오와 반복훈련을 통해 겨우 100마리 중 1~2마리만 훈련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 할 수 있었고 한다. 현재는 100마리 중 훈련에 통과하는 쥐의 비율을 4~5마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총 9개월 동안 선택된 ‘큰주머니쥐’들은 사람 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명령과 보상에 대해 이해하기, 화약 혹은 폭약 냄새를 구별하기, 사람에게 신호하고 보상 받기 등의 훈련을 반복적으로 받게 된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총 9개월 동안 선택된 ‘큰주머니쥐’들은 사람 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명령과 보상에 대해 이해하기, 화약 혹은 폭약 냄새를 구별하기, 사람에게 신호하고 보상 받기 등의 훈련을 반복적으로 받게 된다.

이렇게 9개월 정도의 반복훈련을 통해 흙 속에 있는 지뢰를 능숙하게 찾아 낼 수 있으면 정식으로 영웅 쥐 (HeroRATS)로 임명되어 작전에 투입되며 평균 5~6년 동안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뢰 찾는 쥐의 활동 영역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서아프리카 토종생물인 아프리카큰주머니쥐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예방하기 위해 예외 없이 현장 투입 전 중성화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은퇴 후에는 아포포(APOPO) 훈련소가 있는 소코이네 농업대학 한편의 보호 시설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된다.

현장에서의 HeroRATS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현장에 투입된 영웅 쥐들은 일반적인 지뢰탐지기를 활용한 탐색보다 6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지뢰를 찾아 낸다

현장에 투입된 영웅 쥐들은 5일 내외의 현지적응기간을 거친 후 본격적인 지뢰 제거작전에 투입되고 있으며 일반적인 지뢰탐지기를 활용한 지뢰 탐색 및 확인보다 약 6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지뢰를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운동장 크기의 면적을 2마리 1개조로 수색할 경우 일반적인 금속지뢰는 11분 이내에, 탐지가 쉽지 않은 플라스틱 지뢰도 2시간 이내에 수색해 지뢰의 유무는 물론 정확한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같은 면적을 한사람이 수색한다면 훈련된 군인의 경우 10시간 내외, 민간인이라면 안전문제로 최대 5일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기존 지뢰탐지기 혹은 금속탐지기로는 확인이 어려운 플라스틱 계열 지뢰도 귀신같이 찾아낸다는 점에서 영웅 쥐들의 가치는 더욱 배가되고 있다. 


 영웅 쥐들은 지뢰를 찾으면 훈련받은 대로 화약 냄새를 맡은 위치에 멈춰선 다음 “찍찍” 소리를 내며 사람을 기다리며 바나나, 땅콩 등을 보상으로 받는다. 위치가 확인 된 지뢰는 전문 지뢰제거반이 투입돼 제거한다. 아프리카 큰주머니쥐는 체중 0.7~1.5㎏ 내외에 몸길이는 30~40㎝ 수준이며 일반적인 지뢰 혹은 대인지뢰가 2~5㎏ 내외의 압력으로 폭발하는 만큼 지뢰밭 한복판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는 돌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체중이 1.5㎏을 넘지 않도록 선별된 먹 이와 사육사의 집중적인 체중 관리를 받는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지금도 아포포(APOPO)의 ‘영웅 쥐’는 모잠비크, 탄자니아, 캄보디아, 앙골라, 짐바브 웨, 콜롬비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9개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출처: 아포포(APOPO) 홈페이지

지뢰 찾는 쥐의 미래는?


지난 1996년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전 세계 60여 국에 약 1억1천 만 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에서 대량으로 사 용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뢰로 인한 불필요한 민간인 희생을 예방하기 위한 지뢰 수색 및 제거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은 편이다. 문제는 지뢰는 한 번 설치하면 회수가 쉽지 않고 대인지뢰의 경우 탐지도 쉽지 않으며 안전상의 이유로 완전한 지뢰 제거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포포(APOPO) 지뢰 찾는 영웅 쥐의 등장은 지뢰 제거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견 혹은 전문적인 탐지견에 비해 지뢰 찾는 쥐는 구입비와 훈련비, 유지비 등은 물론 이동성 측면에서 군견 혹은 탐지견 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다. 아포포(APOPO) 영웅 쥐 덕분에 쥐를 군사 분야, 특히 지뢰나 폭발물 탐지에 활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찰청은 지난 2014년부터 마약과 불법무기 검색에 특수 훈련된 쥐들을 투입하고 있다. 탐지견을 대신해 검색 임무에 투입되는 쥐들은 일반 갈색쥐 5마리로 실제 업무 투입 전부터 탐지견을 뛰어넘는 임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지금도 아포포(APOPO)의 영웅 쥐는 모잠비크, 탄자니아, 캄보디아, 앙골라, 짐바브웨, 콜롬비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9개국에서 지뢰 제거에 활약하고 있다.

기사 및 사진 : 계동혁 전사연구가



더 많은 기사 보러가기(국방저널 2020 신년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