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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에서 '피스 아이'까지.. 우리 무기 명칭 어떻게 탄생했을까

조회수 2019. 9. 5.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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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무기 명칭 작명 탄생배경과 숨은 의미
상상 속 동물에서 사용… 용맹한 실제 동물도 ‘낙점’
최근엔 친근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도 선택하기도
‘천둥, 비호, 천마, 현무…’

우리 군을 대표하는 무기들이 국산화 되면서 우리 말로 된 무기 명칭 또한 친숙해진 때다. 이제는 육·해·공을 수놓는 우수한 우리 무기들의 해외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K9 Thunder’, ‘K-30 Biho’ 같은 국산 무기 명칭을 외신 보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무기의 위력과 특징을 나타내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무기 별칭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국산 무기 명칭들이 작명된 탄생 배경과 숨어있는 의미를 풀어본다.
K-30비호 실사격훈련 모습. 국방일보 조용학 기자
천둥 같은 위력을 품은 ‘천둥’

한국군의 주력 자주포인 K9. 155㎜ 곡사포를 탑재해 최대 40㎞까지 포탄을 쏠 수 있는 이 무기는 ‘천둥’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에서 ‘천둥’이란 별칭으로 명명됐다.


2000년대 초반 국방과학연구소 자주포체계팀의 안충호 연구원과 당시 자주포 양산 업체의 해외영업팀 이호구 부장은 수출을 위해서는 해외용 명칭을 따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천둥을 뜻하는 ‘썬더(Thuner)’라는 수출용 별칭이다.


두 사람의 희망처럼 ‘K9 썬더(Thuner)’는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여러 나라에 수출 혹은 면허생산돼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이 됐다. 또한 현재 중동지역의 국가를 대상으로도 수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K9 운용 국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K9 자주포 ‘천둥’.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K9 자주포 ‘천둥’.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국산 지상무기 중 첫 별칭은 ‘두꺼비’

국산 지상무기체계 중 별칭으로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두꺼비’다. 두꺼비는 1980년대 초반에 개발된 K200 장갑차의 별칭으로 1982년 3월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200 장갑차는 주로 육상에서 운용하는 무기지만, 강을 건너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물과 땅에서 모두 사는 양서류인 ‘두꺼비’라는 별칭을 붙였다. 

K200 장갑차 ‘두꺼비’ 야외기동훈련 모습.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K200 장갑차 ‘두꺼비’ 파빙도하훈련 모습. 국방일보 양동욱 기자

‘두꺼비’는 덩치는 크지 않지만, 곤충들의 천적이고, 때로는 뱀도 공격할 만큼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K200 장갑차의 별칭 ‘두꺼비’에는 이와같은 두꺼비의 상징성이 담겨 있다. 하지만 흔하게 사용되는 별칭은 아니기에 K200에 별칭이 따로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량 양산 국산 지상무기에는 처음으로 붙여진 별칭이지만 널리 사용되지는 못해 다소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앞서 1950년 5월 국민의 성금으로 미국의 T-6 훈련기를 구입한 후 ‘건국기(建國機)’로 명명한 사례도 있다. 역시 1970년대 국민성금으로 건조한 해군 고속정을 ‘학생’ 혹은 ‘기러기’급로 부른 사례도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의 별칭과는 상이하게 붙여진 딱딱한 이름들이다. 

K-30비호의 실사격 훈련 모습. 국방일보 조용학 기자
비호·천마·현무… 상상 속 동물이 현실로

최근 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논의가 진행돼 주목받는 K-30 복합대공무기의 별칭은 ‘비호’다.


‘비호(飛虎)’는 나는 듯이 빠른 호랑이를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그림에서는 아예 날개 달린 호랑이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호랑이 그 자체만으로 강하고 용맹한 동물인데 여기다 날개까지 달렸을 정도이니, ‘용맹’과 ‘강함’을 더욱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외신에는 비호를 알파벳 그대로 적은 ‘비호(Biho)’ 혹은 영어로 번역한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로 등장하고 있다.


‘비호’라는 이름은 30mm 자주대공포의 별칭으로 1983년 10월에 처음 지어졌다. 30mm 자주대공포를 개량하여 성능을 강화한 복합대공무기에도 ‘비호’라는 별칭을 흔히 그대로 쓰고 있다.    

‘천마’가 화염을 내뿜으며 유도탄을 발사하는 모습.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날개를 단 호랑이가 ‘비호’라면, 날개를 단 말은 ‘천마(天馬)’다.


‘천마’는 주야간, 전천후 작전수행 능력과 다중, 저고도 표적에 대한 탐지, 추적 및 사격능력을 갖추고 유도탄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의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천마’는 고대 신라의 무덤인 천마총에서 출토된 마구(馬具)인 말다래에도 그려져 있고 유럽의 그리스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전통을 가진 상상 속 동물이다. ‘천마’의 상징성은 다양하지만, 땅에서 하늘의 표적을 향해 발사하는 지대공 유도무기의 운용 영역과 어느 무기보다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대공무기의 운용특성을 ‘천마’라는 상상 속 동물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현무-2’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표적지를 향해 발사되는 모습.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야간임무훈련중인 ‘현무-2’.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국산 지대지 유도무기의 별칭인 ‘현무’도 신화 속 동물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현무(玄武)’는 네 방향을 관장하는 신령스러운 영물 중 북쪽을 관장하는 상상 속 동물이다. 우리나라의 전통그림에서는 신령스러운 거북, 혹은 거북이와 뱀이 합쳐진 모양새로 묘사되기도 한다.

‘현무’는 1970년대의 국산 지대지 유도무기 개발 성과를 계승해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전력화된 최초의 국산 지대지 유도무기의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후 사거리를 연장하고 유도방식을 개선한 여러 지대지유도무기의 후속형 및 계열형에도 ‘현무’라는 별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 ‘현무’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상징적인 수호신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용’으로 승천한 무기들

동아시아에서 용(龍)은 신령한 힘을 가진 상서로운 동물이다. 동시에 동아시아의 전통 사상에서 호랑이와 함께 용맹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별칭에 ‘용’자가 들어간 무기도 많다.


1989년 7월 국방과학연구소는 잠수함 탑재 기뢰에 ‘잠룡(潛龍)’이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잠룡은 승천하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용이다. 기뢰는 적을 만나 폭발하기 전에는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잠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역시 국방과학연구소가 1993년 10월에 명명한 ‘흑룡’은 예인음탐기의 별칭이다. 예인음탐기는 바다 속에서 적을 탐지하기 위한 장비이다. 1999년 10월에 명명된 ‘백룡’은 저주파 예인음탐기의 별칭이다. 바다에서 주로 운용하는 장비에 물을 상징하는 용을 별칭으로 부여한 사례들이다. 130㎜ 유도로켓에도 비룡(飛龍)이라는 별칭이 사용됐다. 역시 다른 ‘용’자가 들어간 무기와 비슷하게 해상 혹은 해안에서 주로 운용되는 무기다.    

백상어. 국방일보 이헌구 기자
K-745 경어뢰 ‘청상어’를 탑재한 발사관.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왕건함에서 발사되는 홍상어. 방위사업청 제공
‘상어’가 돼 바다를 정복하라

어뢰는 단 1발로 적 함정을 격침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무서운 무기체계이다. 국산 어뢰에는 바다의 제왕인 ‘상어’가 들어간 별칭을 흔히 쓴다.


잠수함에서 운용하는 국산 중어뢰의 별칭은 ‘백상어’다. ‘백상어’는 일명 ‘백상아리’로 상어 중에서 가장 공격성이 강한 종류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상함이나 항공기에 탑재해 잠수함을 공격하는 K-745 경어뢰의 별칭은 ‘청상어’다. 청상어’처럼 신속하게 적을 공격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K-745의 최대 속력은 45노트에 달한다.


어뢰 중에는 일정 기간 하늘 위로 비행한 다음에 물속에 들어가서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방식의 장거리대잠어뢰도 있다. 국산 장거리대잠어뢰의 별칭이 바로 ‘홍상어’이다. 2800톤급 호위함인 대구함에도 장비된 ‘홍상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형 육군무인기 ‘송골매’. 국방일보 DB
T-50 고등훈련기 ‘골든이글’. 국방일보 조용학 기자
K2 흑표전차가 기계화 전투장비 도하훈련에서 잠수도하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K2 흑표전차가 전투사격훈련에서 표적을 향해 화염을 내뿜는 모습. 국방일보 양동욱 기자
용맹한 실제 동물도 사용돼

무인정찰기 ‘송골매’처럼 실제 동물의 명칭을 별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송골매’ 같은 맹금류는 뛰어난 시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높은 하늘 위에서도, 쥐·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을 포착할 수 있다. 맹금류처럼 적을 잘 찾기를 바라는 염원을 무기 별칭에 담은 것이다.


K9 자주포와 함께 수출시장에서 주목받은 T-50의 별칭은 ‘골든이글’이다. 역시 독수리 같은 맹금류의 용맹성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았다. 구경 120㎜포를 탑재한 K2 전차의 별칭은 ‘흑표(黑豹)’다. 역시 맹수류에 속하는 ‘흑표’처럼 용맹함을 발휘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국방일보 DB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국방일보 양동욱 기자
호국 의지 반영한 무기도 등장

이처럼 국산 무기 별칭 중 다수는 동물 이름에서 나온 것이지만, 동물 이름에 속하지 않는 별칭들도 있다. KT-1 기본훈련기의 별칭은 ‘웅비(雄飛)’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운차고 용기 있게 활동함’이라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미래에 힘차게 비상하라’는 의미로 명명됐다. 이밖에 신라 문무왕(文武王)의 호국 의지를 담은 항만감시체계 ‘문무’가 있다.


최근 국산 유도무기에는 활을 뜻하는 ‘궁(弓)’를 넣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활이라는 뜻을 담은 국산 휴대용대공무기인 ‘신궁(新弓)’을 비롯해 국산 2.75인치 유도로켓에는 ‘비궁’,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에는 ‘천궁(天弓)’이라는 별칭이 사용됐다.

F-15K 슬램이글.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F-15K 슬램이글.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해외무기 도입 때도 별칭 명명 추세

국산무기는 아니지만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면서, 별칭을 붙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F-15K의 별칭인 ‘슬램 이글(Slam Eagle)’, E-737 항공통제기(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별칭인 ‘피스 아이(Peace Eye)’ 등이 대표적이다.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사진=김기호 공군 상사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사진=김기호 공군 상사

‘피스 아이’는 하늘 위에서 평화를 수호하는 눈이라는 뜻이다. 지난 2008년, 공군이 장병과 국민을 상대로 명칭을 공모했을 때 ‘스카이 커맨더(Sky Commander)’, ‘가디언(Guardian)’, ‘에어 가디언(Air Guardian)’, ‘피스 파인더‘(Peace Finder)’ 등 수많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선정됐다. 

KC-330 ‘시그너스’ 급유붐.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2019년 1월 30일 전력화된 공중급유기 KC-330의 별칭 ‘시그너스(Cygnus)’로 역시 전 공군 장병을 대상으로 명칭 공모 끝에 180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시그너스’는 별자리 백조자리를 뜻하는데 하늘에서 급유하는 KC-330의 모습이 마치 백조가 날갯짓을 하는 모양을 연상시켜 유래한 별칭이다. 국민들이 군에 친근감을 느끼고, 무기 이름을 쉽게 기억하고 부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신화 속 동물부터 현실 세계의 맹수, 고전적 무기명칭에 이르기까지 국산무기에는 다양한 별칭이 있다. 물론 그 무기 별칭에 담겨 있는 궁극적 염원은 단 하나다. 국군 장병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는데 제 몫을 다해 달라는 호국의 염원!

- 하나의 무기에 여러 개 이름… 이유는?

무기 이름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알파벳과 숫자로 표시되는 ‘모델번호’, 무기의 주요 특징을 단어로 설명하는 ‘품명’, 모델번호와 품명을 합친 ‘고유명칭’ 등이 대표적이다. K9이 모델번호라면 자주포는 품명의 일부이고, K9 자주포는 고유명칭이다.


이런 정식 명칭들은 업무 편의를 위해 지어진 것이라 어느 것이든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천둥’ 혹은 ‘썬더(Thunder)’ 같은 별칭이다. 무기의 위력이나 특징을 보여주면서, 기억하기 쉽게 짓는 것이 별칭 혹은 애칭의 특징이다. 해군에서는 함정의 명칭으로 역사상 인물이나 지명을 이용하는 ‘함명(艦名)’을 사용하는데 별칭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국산 무기의 별칭 혹은 애칭은 1980~1990년대에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명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육·해·공군에서도 무기의 별칭에 관심이 높아져서 각군에서 직접 명명하거나 공모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무기의 ‘고유명칭’과 구별해서, 무기 별칭을 일종의 무기 ‘통상명칭’으로 간주하기기도 한다. 부대명칭은 고유명칭(o사단 등), 통상명칭(oooo부대 등), 상징명칭(oo부대 등)으로 구별하는데 비해, 무기명칭은 고유명칭(K9 자주포 등)와 통상명칭(천둥 등)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김병륜 군사역사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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