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군사전략] '드랍' '갱킹', 게임 속 기동전

조회수 2018. 11. 19. 17: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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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군사 분야에 다채롭고 급격한 변화들을 이끌었습니다. 강력한 화력의 무기가 등장하고,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정밀한 타격기술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영역도 있는데, 바로 ‘기동’입니다. 


내연기관과 철도의 도입, 항공기술의 발전으로 확보된 ‘기동성’은 ‘기동전’의 의미를 과거와 다른 의미로 변화시키면서 오늘날의 기동전은 현대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디지털 게임에서도 기동전의 양상은 다채롭게 그려집니다. 


속도의 우위는 실제 게임에서도 강력하고 유용한 방안으로 디자인돼 플레이어들의 스마트한 활용을 기다립니다. 수많은 게임에서 기동전의 우위 요소는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략이 만들어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기동성은 두드러진 요소입니다. 초창기 게임 중 하나인 ‘커맨드 앤 퀀커’는 지상군으로 보병 유닛과 차량 유닛이 등장하는데, 이때 APC(장갑병력수송차)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픽’ 하고 쓰러지는 보병 유닛들을 APC에 태우면 최대 5명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이것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된 전술은 ‘엔지니어 APC’입니다. 게임 안 공병(엔지니어)은 적 건물에 진입해 건물을 탈취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APC 안에 엔지니어를 태우고 적 본진에 난입한 뒤 적 건물을 모조리 탈취하는 전술입니다. APC의 빠른 기동력과 방호력을 통해 적과의 교전과 손실을 피하면서 본진을 제압하는 이 전술은 상당히 유용한 데다 현대 기동전 양상과도 유사해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됐습니다.

출처: 필자제공
고전 전략시뮬레이션 ‘커맨드 앤 퀀커’에서 보병은 매우 약하지만, APC장갑차에 태우면 적진 안쪽까지 빠르게 파고들 수 있다. ‘엔지니어 APC’ 전술은 이를 활용한 방법이다.

독보적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자리를 차지한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지상 기동 대신 공중 기동이 중점적으로 묘사됩니다. 테란의 ‘드랍십’, 프로토스의 ‘셔틀’, 저그의 ‘오버로드’는 모두 각각 지상 병력을 태워 공중으로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춥니다.


지상 병력의 힘 싸움으로 고착된 전선을 넘고 적의 시야를 피해 자원생산기지 등의 허점을 빠르게 찔러 적 손실을 강요하는 전술은 ‘드랍’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승패를 좌우하는 비수 같은 한방을 자랑했습니다. 


e스포츠 플레이어 임요환의 팬 카페 이름이 ‘임요환의 드랍쉽이닷!’ 이었다는 사실은 이 게임의 기동전이 얼마나 화려했고 승패에 큰 영향을 줬는지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출처: 필자제공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낸 ‘스타크래프트’ 전술 책 제목이 ‘드랍쉽’이라는 점은 이 게임에서 기동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유행이 지나간 자리를 차지한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류 게임에서도 여전히 기동성은 중요한 테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나의 전장에서 플레이한다는 측면 때문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필두로 하는 MOBA 장르는 앞세대 전략 시뮬레이션과 달리 1:1이 아닌,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승패를 겨룹니다. 넓은 전장을 플레이어는 혼자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영역을 맡아 일종의 지역 방어, 지역 공격을 수행합니다. 


병력을 따로 생산하는 방식이 없어 MOBA 류 게임에서는 특정 시간에 어느 장소에 아군의 최대 화력이 집중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승패의 요소인데 이때 기동전은 매우 중요한 전략요소입니다. 

출처: 온게임넷
MOBA류 게임에서도 여전히 기동성은 중요한 테마다. 'LOL'에서의 '갱킹'.

‘LOL’에서 한쪽 레인의 포탑을 두고 공방전이 벌어질 때, 아군과 적군 모두 세 명의 플레이어가 모인 상태에서 만약 멀리 떨어진 아군에게 순간이동 기술이나 고속이동 기술이 있다면 국면은 4:3의 순식간에 뒤집힙니다. 


이는 오랫동안 군사전략 분야에서 강조되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적보다 우월하게 싸운다’는 교리의 실현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캐릭터라도 기동성이 떨어지면 늘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약하더라도 빠르게 적재적소에 도달할 수 있는 캐릭터에 비해 유용성이 감소하는 것이 ‘LOL’입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LOL에서 특별한 이동기술이 없어 운용이 쉽지 않은 챔피언으로 평가받는 '쉬바나'.

‘LOL’의 기동전은 전략뿐 아니라 전술적 영역에서도 플레이어들에게 무겁게 받아들여집니다. 100여 개가 넘는 다채로운 챔피언 중 특별한 이동기술이 없는 캐릭터는 ‘뚜벅이’라는 별칭과 함께 운용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1의 조우전 상황에서도 상황에 따라 손쉽게 진격·후퇴할 수 있는 이동기술의 여부는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적을 기습하는 이른바 ‘갱킹’ 상황도 대체로 적의 주요 이동기술이 빠진 상황에 유효타가 발생한다는 점이 강조되는 것을 볼 때 ‘LOL’과 MOBA 장르 또한 기동성이라는 테마가 게임 전반에 상당히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게임이 전쟁 그 자체나 전쟁이라는 힘과 힘의 격돌이 만들어내는 긴장을 변주한 테마를 다룹니다. 그런 게임 안에서 기동전의 주요 개념들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역으로 전쟁과 군사라는 주제 안에서 기동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 드러내는 효과를 갖습니다. 


아무리 킬 욕심이 나더라도 원거리 딜러가 앞 점멸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바로 기동성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글=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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