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기의 끝판왕, 국방일보 기자의 KF-16 탑승기

조회수 2018. 10. 5. 09: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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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버킷리스트의 하나를 지웠다. 입사 약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기종도 무려 KF-16. 전투기 탑승을 위해 약 3개월을 준비했다. 기본 체력을 다지고 그 어렵다던 비행환경적응훈련을 견뎠다. ‘직장인 DNA’로 퇴화(?)된 체력을 극복하고 ‘전투기 탑승’의 꿈을 이뤘다. 


국방매체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긴 주인공은 본지 사진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조종원 기자. 밀덕(밀리터리 덕후) 기자로 인정받는 조 기자는 지난달 27일 KF-16 전투기 탑승을 체험했다. 그 짜릿했던 경험을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한다. 이번 전투기 탑승 체험은 공군20전투비행단의 도움을 받았다.

출처: 서복남 공군 원사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가 장구반에서 하네스와 지슈트를 착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군20전투비행단에서 KF-16 전투기 탑승 체험 취재를 하기 위해 부대에 방문했다. 부대에 도착한 기자를 처음 맞이한 것은 마침 임무 수행을 위해 힘차게 이륙하던 전투기의 엄청난 굉음. 조종복과 지슈트(G-suit) 등을 지급받고 이상 유무 확인 작업까지 끝마치고 121전투비행대대로 향했다. 


브리핑실에서 기자를 태우고 함께할 원대한 대위(학군38기)와 편대장 김상원 소령(공 51기), 편대원 이순호 대위(공 61기)가 간단한 임무와 비행경로 등을 설명해 줬다. 설명이 끝나고 기자의 이런저런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주면서 처음 타는 기자를 안심시켰다. 

출처: 서복남 공군 원사
조종원 기자가 산소마스크를 테스트하고 있다.

“비행환경적응훈련까지 받았는데 뭘.”

자신감은 ‘탑건’ 급이었다. 브리핑이 끝나고 실제 비행에 앞서 원 대위와 함께 미리 전투기로 가서 기자가 앉을 후방석 자리를 보고 주의사항과 다양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실제 비행을 위해 탑승할 KF-16D가 있는 격납고로 향했다.

출처: 서복남 공군 원사
공군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 브리핑룸에서 원대한 (오른쪽) 대위가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에게 탑승하게 될 기체와 비행 시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복장을 제대로 다 갖추고 전투기에 앉으니 조금의 여유 공간도 없었다. 그동안 흘린 땀이 부족했나 보다.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전투기 캐노피까지 내려왔다. 공간이 더 좁아졌다. 기자는 조종사와 통신 체크를 마치고 얌전히 대기했다. 


반면 조종사인 원 대위는 그 이후로도 계속 쉴 틈이 없었다. 이륙 전 점검을 위해 온갖 임무 용어 및 관제 용어들을 나열하며 기체를 확인했다. 관제탑과도 계속 교신하면서 끊임없이 체크했다. 

출처: 서복남 공군 원사
KF-16 후방석에 탑승한 조종원 기자.

그동안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던 이륙과는 천양지차였다. 전투기 한 대를 공중으로 띄우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절차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자가 앉은 자리의 계기판 불빛이 수없이 반짝거리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활주로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격납고를 나와 자력으로 이동하면서 기자와 함께 올라갈 전투기들이 하나둘씩 하늘로 향했다. 드디어 기자가 탑승한 전투기 차례였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후방석에서 전방석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민항기 이륙보다 좀 심한 정도겠지.”


하지만 예상은 한참을 빗나갔다. 추력을 높이고 굉음이 들리기 시작하자 일순간 몸이 뒤로 눌리면서 전투기는 순식간에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갔다. 


실전과 같은 훈련이기 때문에 거의 수직 이륙이었다. 이를 전술출항이라고 하는데 기지 주변에 있을 혹시 모를 위협들을 회피하기 위해서 최단 시간 내에 빨리 상승한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이륙 각도였다.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니 전투기가 땅과 거의 90도를 이루면서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간 후 가볍게 기체들을 움직이며 기동을 했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공군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 소속 편대장 김상원 소령, 편대원 이순호 대위가 탑승한 KF-16C 전투기들이 방어제공훈련을 하고 있다.

처음엔 중력가속도 내성훈련으로 착각했다. 중력가속도 내성훈련이란 전투 조종사의 정상 임무 수행 가능 여부 점검을 위해 상공에서 실시하는 훈련이다. 하지만 천만에. 임무공역에 도착하고서야 중력가속도 내성훈련을 시작했다.


조종사의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급격한 기동이 진행됐다. 항공우주의료원에서 훈련했던 특수호흡법으로 버텨야 했다. 버티지 못하면 피가 아래로 쏠려 의식을 잃는 블랙아웃 현상을 겪으며 기절한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공군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 소속 편대원 이순호 대위가 탑승한 KF-16C 전투기가 방어제공훈련을 하며 플레어를 발사하고 있다.

올라가자마자 기절할 순 없는 노릇이니 훈련받은 대로 버티고 버텼다. 착용했던 지슈트가 부풀어 오르면서 블랙아웃 방지를 도와줬다. 이제 시작인 중력가속도 내성훈련이 끝났는데 벌써 정신이 아득해졌다. 

임무공역에 도착한 후 방어제공훈련이 시작됐다. 시작과 함께 기체의 급격한 기동과 선회기동, 다양한 전술 행동을 실시했다. 레이더에도 각종 데이터들이 표시되며 훈련이 바쁘게 이어졌다. 함께 올라온 KF-16C 전투기들이 나란히 날더니 플레어를 발사하며 하나씩 눈에서 사라졌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공군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 소속 편대장 김상원 소령, 편대원 이순호 대위가 탑승한 KF-16C 전투기들이 방어제공훈련을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마지막 기체가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사라질 때쯤 기자가 타고 있던 기체도 함께 급선회했다. 순간 기자의 ‘윽!’ 소리와 함께 뷰파인더에서 사라졌던 마지막 기체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중력의 압박으로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기 힘들었다. 처음 겪어보는 환경에 적잖이 놀라며 카메라 렌즈 초첨을 유지했다. 


중간중간 힘들어하는 소리를 내거나 급격한 기동을 할 때면 조종사인 원대한 대위가 자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태를 확인했다. 쉴 새 없는 훈련으로 점점 녹초가 되어갔다.

출처: 서복남 공군 원사
이번 KF-16 탑승으로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 '밀덕'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하지만 조종사들은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였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특히 후방석에 몸이 단단히 고정돼 더욱 촬영이 힘들었다. 


좋은 앵글을 위해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 봤지만 공간의 한계와 급격한 선회 기동 시 중력의 압박으로 카메라를 들기가 어려웠다. 급격한 선회 기동 및 비행으로 인해 속은 점점 메스꺼워졌다. 그냥 타는 것만도 힘든데 계속 전투기들을 찾으며 쫓기 위해 카메라를 움직이자 고통이 배가 됐다. 

임무는 무사히 마쳤다. 조종사인 원대한 대위와 전투기 첫 탑승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던 중 RTB(Return to base·기지귀환)를 위해 고도를 낮추니 기지 근처 황금 들녘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감탄하며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면서 첫 전투기 탑승 체험 취재를 끝마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자부심이 절로 이해됐다. 왜 그들이 엘리트라고 불리는지를 깨달았다. 대한민국 영공 수호에 대한 믿음이 절로 솟았다. 우수한 조종사의 능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글·사진=조종원 기자 

[인터뷰] 공군20전비 전투 조종사 원대한 대위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공군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에서 원대한 대위(학군 38기)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F-16은 우수한 기동성을 바탕으로 항상 모든 전시임무 등에 작전이 가능하다.”


공군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 소속 전투 조종사 원대한(사진) 대위가 자랑하는 KF-16의 성능이다.


원 대위는 “KF-16은 우수한 항전 장비를 활용해서 다양한 무장 운용도 가능하고 또한 항공기 자체의 우수한 기동성을 바탕으로 적기와의 조우 시에도 우세한 전투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게다가 조종사들도 항상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해 기량도 최고”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KF-16은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멀티 롤 전투기로 다양한 임무와 상황에 대비 가능한 기체다. 세계적으로도 그 성능과 우수성이 입증돼 많은 국가에서 주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원 대위는 전투 조종사는 항상 체력운동과 근력운동을 해주어야 하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 임무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전투기, 연료, 전투기 무장, 각종 지원체계 등 모든 것이 국민 혈세로 이뤄지다 보니 한 소티 한 소티 훈련을 나갈 때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이라며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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