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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장갑(裝甲)이 극비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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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항이라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극비사항입니다.” “이 사항은 대외유출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산 첨단 무기에 적용된 장갑(裝甲·armor)과 그 속에 숨은 과학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았다. 첫 촬영을 위해 장갑을 향해 다양한 종류의 탄을 발사해 장갑 성능을 시험하는 현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취재가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벽에 부딪혔다. 장갑이 막아내는 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장갑 내부의 모습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전시 부스 취재에서부터 ‘보안’ ‘금지’ ‘극비’ 단어가 날아들었고 이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도대체 장갑이 뭐길래 이렇게 비밀이 많은 걸까?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장갑을 향해 총탄을 발사, 강도를 실험하는 모습.

출처이상신 PD

이유를 알려면 우선 장갑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장갑을 손에 끼는 ‘장갑(掌匣·glove)’으로 알았더라도 민망해하진 말자. 이게 일반적인 용어는 아니니까. 

갑옷도 장갑의 범주에 들어간다.

출처이상신 PD

‘장갑(裝甲)’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갖춤’ 혹은 ‘적탄을 막기 위해 선체·차체 따위를 강철판으로 덧쌈’으로 정의된다. 적 공격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하기 위해 강철판으로 감싸면 ‘장갑차’가 된다. 전차도 장갑을 두른다. 갑옷이나 방탄복, 방탄헬멧도 장갑의 범주에 들어간다.  

장갑은 크게 ‘수동장갑’ ‘반응장갑’ ‘전기장갑’으로 나눌 수 있다. 수동장갑(Passive Armor)은 소재나 구조가 갖는 ‘관통 저항성(관통을 막는 성질)’을 이용하는 장갑으로 방패나 갑옷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수동장갑의 궁극적인 목표는 탄의 운동에너지를 ‘0’으로 만들어 더 전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제작이나 적용이 비교적 쉽지만, 자체 맷집으로 버티는 구조라 무거운 게 단점이다. 

수동장갑의 작용원리.

출처ADD

수동장갑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이는 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때 전환 전후 에너지의 총합이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법칙. 전차탄 같은 경우 무려 1.5㎞/sec의 속도로 날아와 전차의 장갑에 박힌다. 


전차탄을 정지시킴으로써 탄의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0으로 바꾸면 그 에너지는 증발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운동에너지는 장갑의 모양을 찌그러트리는 변형에너지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에너지의 양은 그대로 보존된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실현된 것이다.  

수동장갑과 달리 반응장갑(Reactive Armor)은 ‘성형작약탄’을 막는 장갑이다. 성형작약탄은 전투차량에 부딪히면 탄 속 화약이 폭발해 형성된 ‘제트’를 전차 안으로 밀어 넣어 내부를 파괴한다. 

반응장갑의 작용원리.

출처ADD

이를 막기 위해 개발된 반응장갑은 ‘비행판’이라고 하는 두 개의 금속판 사이에 반응물질이 있는 샌드위치 형태로 제작한다. 성형작약탄이 내뿜는 제트가 반응장갑의 금속판을 통과해 그 안에 있는 반응물질에 도달하면 반응물질이 폭발해 감싸고 있던 금속판을 날리게 되고 이때 금속판과 제트가 서로 부딪혀 제트의 경로가 바뀌거나 분리돼 관통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반응장갑을 적용한 K-2 흑표 전차.

출처국방일보 조용학 기자

제트가 가진 운동에너지를 반응물질이 갖는 화학에너지로 약화 또는 분산시키는 게 반응장갑의 특징. 반응장갑은 금속제 수동장갑에 비해 중량 대비 10배의 효과가 있다. 즉, 금속제 수동장갑의 1/10 중량으로 성형작약탄을 방어할 수 있다. 


반응장갑의 기본 개념은 1949년 러시아에서 나와 1960년대 초기 생산모델이 나왔다. 현재 러시아나 이스라엘에서 개발 완료돼 전차 등에 장착돼 있다. 우리 군의 경우 차세대 주력전차 흑표 K-2에 반응장갑을 적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기장갑(Electric Armor)은 아직 세계적으로 전력화된 사례는 없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전기장갑도 성형작약탄 방호에 사용된다. 유사시 축전지(capacitor)에 전기를 가득 충전하고 있다가 성형작약탄의 제트가 두 전극판 사이를 지나면 순간적으로 고전압·고전류가 흐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기장갑의 작용원리.

출처ADD

이때 제트 주변에 전자기장이 형성돼 제트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지고 관통력도 약화된다. 반응장갑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반응물질의 화학에너지로 제트를 막는 반응장갑과 달리 전기장갑은 전기에너지로 제트를 막는 차이점이 있다. 내장된 축전기로 재충전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장갑이 왜 극비일까? 겉보기에는 그저 쇳덩어리지만, 사실 그 안에는 개발자의 노하우와 과학 기술이 가득해서다. 장갑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ADD 구만회 박사는 “장갑의 저항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소재나 배열 구조를 조절하고 탄의 운동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위해 탄을 작은 조각으로 분리하거나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원리를 장갑에 적용하기도 한다”며 장갑 속 숨은 기술을 소개했다. 

장갑 두께도 극비사항이다. 겉보기엔 똑같지만, 한 대의 전차를 감싼 장갑의 어떤 부분은 얇고, 어떤 부분은 두껍다.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부분, 승무원과 중요 부품이 있는 부분은 두껍게 하고 공격 가능성이 낮거나 주로 보병이 공격하는 부분은 얇게 만든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장갑을 향해 총탄을 발사, 강도를 실험하는 모습.

출처ADD

물론 모든 부분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러면 차체가 무거워지는 만큼 제한된 무게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얻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가 유출되면 적은 그 장갑을 파괴하기에 딱 알맞은 정도의 화력을 가진 무기를 개발할 수 있어 장갑 관련 사항의 대외유출을 엄격하게 금하는 것이다. 전투기를 보관하는 이글루의 벽 두께를 보안에 붙이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구 박사는 “우리 연구진들에게 장갑은 ‘생명’”이라며 “장병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최후의 수단이 장갑인 만큼 적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장병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고민하며 오늘도 연구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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