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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1호 여군 저격수를 만나다!

조회수 2018. 9. 2. 13: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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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공수특전여단 박하나(가명) 중사

"감히 말씀드리면 실전에서 여군이 남군을 능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임무 중 하나가 저격수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이상신 PD
우리 군의 1호 여군 저격수인 박하나(가명) 중사.

‘원 샷, 원 킬’의 사격술로 적을 혼란에 빠뜨려 전투의 흐름을 바꾸는 저격수는 여러모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온몸을 길리슈트(위장복)로 덮고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지만, 우수한 저격수의 경우 한 명이 한 개 보병대대를 능가하는 살상력을 갖기 때문이다. 


전투 수행에서 흔히 말하는 ‘가성비’의 정점을 찍는 저격수 중에 여군도 있을까? 임무 특성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있다! 육군3공수특전여단 박하나(가명) 중사가 우리 군 1호 여군 저격수다. 

출처: 이상신 PD
우리 군의 1호 여군 저격수인 박하나(가명) 중사.

우리 군 내에서 아직 여군 저격수의 비중은 극히 작지만, 박 중사는 임무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남녀의 신체적 능력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특수 훈련을 받아도 근접전투에서 여군은 불리하죠. 하지만 매복과 장시간 대기가 필수인 데다 총탄 한 발에 임무의 성패가 좌우되는 저격수는 다릅니다. 인내심이 강하고 섬세하며 차분한 여성에게 적합한 임무죠."

출처: 국방일보 DB
옛 소련의 전설적인 저격수 루드밀라 파블리첸코.

박 중사의 자신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300여 명을 사살해 ‘죽음의 숙녀(Lady Death)’라는 별명을 갖게 된 옛 소련의 전설적 저격수 루드밀라 파블리첸코를 비롯해 전쟁사에 이름을 올린 유명한 저격수 중에는 여군이 적잖다. 전장 최일선에서 여군이 남군 못잖게 활약한 것은 저격수가 거의 유일하다. 


더 가까운 예는 그녀 자신. 특전 203기로 임관한 후 저격수 기초과정을 거쳐 전문과정에 여군 최초로 참여한 박 중사는 20여 명의 남군을 제치고 1등으로 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이다.  

출처: 이상신 PD
우리 군의 1호 여군 저격수인 박하나(가명) 중사가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재빨리 장전하는 손놀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리듬감 넘치는 그녀는 17년째 총과 함께 생활한 총잡이다.


"중학생 때부터 사격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선수 시절 성적도 꽤 좋았죠. 제 특기를 살리면서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 특임대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여군, 그것도 특임대에 지원한다니까 ‘멋있다’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지만, ‘왜 힘든 일을 사서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죠. 어머니도 처음에는 많이 반대하셨죠. 힘들고 위험하니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군인, 그것도 굳이 특전사를 해야 하느냐고. 지금도 걱정을 많이 하시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고 조국을 위해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출처: 이상신 PD
박하나(가명) 중사에게 몇 발을 쏴 얼마나 맞추느냐는 중요치 않다. 모든 조건이 맞을 때 방아쇠를 당겨 한 발의 총탄으로 적을 제압하는 '원샷 원킬'이 목표일 뿐이다.

문득 그녀의 사격 실력이 궁금해졌다. "얼마나 잘 쏘느냐"는 질문에 박 중사는 "몇 미터에서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대한민국 현역·예비역이 사격 실력을 자랑하면서 흔히 하는 ‘만발(滿發)’같은 대답을 기대했는데, 우문(愚問)이었다. 


일반적인 사격장에서는 백발백중이 기본이어서다. 저격수의 눈은 더 먼 곳을 향한다. 수백 미터, 많게는 1km 밖의 적도 명중시키는 것이 저격수의 지향점이다. 이 때문에 사격 훈련 방법도 일반 장병과는 다르다. 

출처: 이상신 PD
저격수는 관측수와 2인 1조를 이뤄 임무를 수행한다. 박하나(가명) 중사도 마찬가지.

"흔히 많이 쏴보면 실력이 는다고 말하곤 합니다. 맞는 말이죠. 하지만 정밀 사격을 해야 하는 저격수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원칙입니다. 실전에서 저격수는 초탄에 적을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의 위치가 드러나 생존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만큼 한 발을 쏴도 완벽한 것이 중요하거든요. 따라서 풍향·풍속·온도·습도·돌풍 등을 사전에 다 판단해서 모든 조건이 완벽해질 때 비로소 방아쇠를 당깁니다."

출처: 이상신 PD
박하나(가명) 중사가 쏜 총탄에 산산이 흩어지는 표적.

사격 훈련 못잖게 박 중사가 신경 쓰는 것은 체력 단련. 저격수에겐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못잖게 이전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5km 뜀걸음을 포함해 매일 세 시간 씩 체력 단련을 합니다. 7kg이 넘어가는 K-14 저격소총을 비롯해 위장복과 기타 장비 등을 갖추면 군장 무게가 40kg에 달하거든요. 또 군장을 메고 얼굴이 땅에 닿을 듯한 자세로 엎드려 한두 시간 씩 포복으로 이동하고 작전에 따라 하루 이상 움직이지 않고 매복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강한 체력이 필수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인적이 드문 건물 옥상에서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멋지게 저격소총으로 적을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저격수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인 셈이었다.

출처: 이상신 PD
박하나(가명) 중사가 사용하는 K-14 저격소총.

많은 것들이 궁금했지만, 속 시원한 대답 대신 "보안"이라고만 답한 박 중사는 자신의 인터뷰가 여군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바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여군이라고 하면 ‘참모직에 있을 거다’ ‘쉬운 일만 할 거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솔직히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실제 남군들과 똑같이 훈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이상신 PD
우리 군의 1호 여군 저격수인 박하나(가명) 중사.

"길지 않은 군 생활 동안 제가 기준점으로 삼았던 훌륭하신 선배들처럼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박 중사는 군인, 더 나아가 특전사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짧지만, 확신에 찬 한 마디를 남겼다. 


"쉬운 길은 아닙니다. 하지만 꿈이 있다면, 정말 절실히 하고 싶다면 도전해보세요."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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