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잠수함 잡는 소리사냥꾼, 음탐부사관

조회수 2018. 2. 23. 11: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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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나 해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전 유보트(The Boat)’ ‘U-571’ 등의 영화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잠수함을 격침하려는 구축함과 이를 회피하려는 잠수함의 쫓고 쫓기는 수중전이 압권인 이들 영화에는 소리를 탐지하는 음탐사의 중요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음탐(音探)은 ‘음파(향) 탐지’를 줄인 말이다. ‘소리 사냥꾼’으로 불리는 음탐 부사관은 수중탐지체계인 ‘소나(Sonar)’를 운용해 보이지 않는 수중 소음을 식별·분석하는 직별이다. 


우리 해군에서는 1950년 두만함(PF-61)과 압록함(PF-62) 도입 이후 ‘음탐보통과’를 개설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 700여 명의 음탐사가 지원 함정을 제외한 함정과 육상 부대에서 근무 중이며, 여군은 50여 명이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해군2함대 을지문덕함 음탐부사관들이 음향 정보를 분석·식별하고 있다.

음탐사는 수중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잠수함을 탐지하고, 어뢰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운용한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소나 운용 능력과 각양각색의 음향 정보를 분석·식별하는 청음 능력이다.


음탐사는 수중 소음이 생물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소리인지, 잠수함이나 수상함의 엔진 또는 보조기기 소리인지, 침로상에 장애물은 없는지 등등을 신속·정확히 식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물·자연·인위적 소음 60여 종의 음원을 머릿속에 빼곡히 그려 넣어야 한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장보고급 잠수함인 이종무함에서 음탐사가 소나(음탐기)를 이용해 수중 음향정보를 분석 및 식별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음탐사가 접촉한 소음은 선제 공격을 위한 판단 근거이자 피격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치의 시발점이다. 그 때문에 음탐사는 함정의 기동과 공격·회피 전술까지 조언하는 대잠전·대기뢰전의 중추다.


음탐사가 되기 위해서는 9주의 양성교육과 16주의 초급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진급 때 중사는 18주의 중급반을, 상·원사는 9주의 고급반을 통과해야 한다.  


작전 해양 환경과 장비 운용법, 작전 예규·교리 등을 숙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중 통신기, 수온 측정기, 측심기 등 보조 장비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일정 수준의 정비 능력도 갖춰야 한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해군2함대 을지문덕함 음탐사들이 함정 전투지휘상황실에서 수중 음향을 분석하고 있다.

소나는 음파로 수중 물체의 종류와 방위, 거리 등을 알아내는 장비다. 첨단 장비가 전력화된 오늘날에도 가장 기본적인 수중 탐지 체계이며, 탐지 대상은 주로 잠수함이다. 육상의 레이더로 이해하면 된다.


소나는 직접 음파를 방사(放射)한 뒤 반사돼 되돌아오는 반향음을 탐지하는 능동(Active) 방식과 수중 물체에서 방사된 소음을 탐지하는 수동(Passive) 방식으로 나뉜다. 


능동소나는 탐지 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은 반면 음파를 방사하면서 자신을 노출하는 단점이 있다. 수동소나는 능동소나보다 정확도는 낮지만 자신의 존재를 노출하지 않고 적을 탐지할 수 있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잠수함 반향음이나 방사소음을 수신하기 위해 음탐부사관들이 을지문덕함 예인형 소나(TASS)를 운용하고 있다.

먼저 보고, 먼저 타격해야 하는 현대전의 특성상 잠수함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드넓은 망망대해 물속 깊은 곳에서 활동하는 적 잠수함을 식별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대잠전의 성패는 소나를 운용하는 음탐사의 청음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해군은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해 매년 음탐사 전투기량 경연대회를 열어 임무 수행 능력을 세밀히 검증하고 있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해군2함대 을지문덕함의 한 음탐부사관이 을지문덕함 예인형 소나(TASS)를 운용하고 있다.

수상함과 잠수함은 장착하는 소나가 다르다. 잠수함을 잡으려는 수상함은 선체에 부착한 선저고정형(HMS), 잠수함의 반향음이나 방사소음을 수신하는 예인형(TASS), 수중의 음향 탐지 조건에 따라 깊이를 조절하는 가변수심형(VDS) 등의 능동·수동 소나를 운용한다.


HMS는 액티브 핑을 발사해 5㎞ 이내 주변을 수색한다. 운용이 용이한 장점이 있지만 심도를 변경할 수 없어 층심도 이하로 이동하는 잠수함에 취약하다. TASS는 잠수함의 반향음이나 방사소음을 수신한다. 


함미에서 꼬리처럼 늘어뜨리고 예인하므로 함정 자체 소음이 적고, 저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탐지 능력이 뛰어나지만 함정의 기동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잠수함 이종무함 음탐사들이 수중 목표물의 방위와 거리를 알아내는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잠수함에서 소나는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잠수함은 소나로 수집된 음파로만 주변 상황과 적의 위치를 파악한다. 은밀성이 생존과 직결된 잠수함은 자신을 노출하는 능동소나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수상함 탐지용 광대역 소나(BPS), 저주파대 음향을 식별하는 측면배열 소나(FAS), 상대방의 능동소나 음파를 분석해 방위를 산출하는 방수소나(IPS), 음향의 시간 차로 표적의 거리·방위를 추정하는 수동 거리탐지 소나(PRS) 등을 선체 곳곳에 부착한다.


음탐사들은 이러한 장비를 완벽히 운용하기 위해 음향탐지, 음탐성능, 음향정보분석, 해양학, 수중음향학, 단독·협동대잠작전 등의 지식을 습득한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을지문덕함 음탐부사관이 어뢰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어뢰음향대항체계(TACM) 운용을 준비하고 있다.

음탐 부사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중 물체를 소리로 탐지·추적해 지휘관에게 전술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3200톤급 구축함(DDH-Ⅰ) 을지문덕함 음탐장 고영식 원사(진)는 잠수함과 수상함의 음탐사를 ‘창과 방패’라고 표현했다. 


잠수함 음탐사는 특유의 은밀성을 바탕으로 적을 공격하기 위해 소리를 탐지하고, 수상함 음탐사는 그런 잠수함을 찾아내 함정의 생존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적 잠수함을 잡는 소리사냥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해군 음탐부사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어떤 것도 막을 수 있는’ 창과 방패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하나다.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 조국의 바다를 지키고, 필승해군 전통을 계승하는 것.  


고 원사(진)는 “음향을 청취하고 정보를 종합해 접촉한 표적이 실제인지, 허위인지 평가하는 과정은 음탐사 임무의 정수(精髓)”라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우리 음탐사들은 ‘싸우면 박살 낸다’는 각오로 외롭고 힘겨운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9급(1200톤) 잠수함 이종무함 김재연 중사(진)는 “소수의 인원이 탑승하는 잠수함에서 음탐사는 타 직별 업무까지 능숙히 해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언제든 임무가 주어졌을 때 적 군함의 소음을 식별·분석해 공격 기반을 마련하는 최고의 음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방일보 윤병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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